SAP 김영욱 시니어 프로덕트/프로그램 매니저

SAP 김영욱 시니어 프로덕트/프로그램 매니저
SAP 김영욱 시니어 프로덕트/프로그램 매니저

<저자 약력>

한국후지쯔 개발자, 비즈니스 오브젝트 개발 매니저와 프로그램 매니저를 거쳐, 현재 SAP 클라우드 ERP 엔지니어링 그룹의 시니어 프로덕트/프로그램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아이티데일리]  세일즈포스의 슬랙 데이터 통제

최근 기업용(B2B)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AI 스타트업의 부상으로 인해 고객 데이터 접근 권한을 둘러싸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세일즈포스가 슬랙(Slack)의 데이터를 AI 기업들에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기로 하면서 이 ‘데이터 전쟁’은 전면에 부상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기업의 정책 변화를 넘어, AI 시대에 데이터가 갖는 전략적 중요성과 기존 기업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의 지형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제3자 앱이 슬랙 메시지를 인덱싱·저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시한 서비스 약관 (출처: Slack.com)
제3자 앱이 슬랙 메시지를 인덱싱·저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시한 서비스 약관 (출처: Slack.com)

세일즈포스가 기업 고객의 슬랙 메시지 검색 및 저장을 외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사용할 수 없도록 막은 것은 이전에는 보고된 적 없는 조치다. 이러한 결정은 특히 기업의 모든 애플리케이션에서 기업 파일과 데이터를 검색하는 데 사용되는 AI 도구인 글린(Glean.com)과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AI 스타트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세일즈포스의 새로운 정책에 따라 글린과 기타 애플리케이션은 슬랙 API를 통해 접근하는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인덱싱하거나 복사하거나 저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일시적인 사용 및 저장은 허용되지만 데이터는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

슬랙 대화를 베이스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린 (출처: glean.com)
슬랙 대화를 베이스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린 (출처: glean.com)

세일즈포스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는 AI 시대에 데이터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 세계 대기업 대부분이 자신들의 앱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기에 세일즈포스가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다. 이러한 슬랙 데이터 접근 제한 조치는 비록 세일즈포스의 AI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체 AI 제품 개발과 같은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하려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AI 스타트업 글린은 고객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러한 변경은 고객이 슬랙 데이터를 글린 검색 인덱스나 지식 그래프에 추가하는 것을 막아 “선택한 엔터프라이즈 AI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변경 후 슬랙 데이터에 ‘쿼리별로만’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슬랙이 데이터를 “슬랙 내에 가두고 결과를 슬랙의 검색 기술 및 제한된 컨텍스트 범위로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린은 고객이 데이터를 “선택한 AI 도구 및 공급업체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지만,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기에 이 주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일즈포스는 달라진 고객 데이터 처리 방식이 데이터 서비스를 투명하게 만들고, 이러한 API 변경이 데이터 보안을 향상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API 제한 조치는 SaaS 시장을 크게 뒤흔들 수 있다. 그동안 구독 기반 소프트웨어들은 서로 다른 앱 간 데이터 연동을 위해 API를 개방해 왔고, 이는 고객 유치와 서비스 확산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AI 시대의 경쟁 구도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데이터 개방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유사한 움직임

세일즈포스의 조치는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아틀라시안(Atlassian), 노션(Notion), 피그마(Figma) 등도 유사한 조치로 AI 스타트업의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 아틀라시안: 글린 인수에 실패한 이후 자체 AI 검색 서비스인 ‘로보(Rovo)’를 출시했고, 이후 API 요청 속도를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글린 서비스와 유사한 아틀라시안 로보 서비스 (출처: atlassian.com)
글린 서비스와 유사한 아틀라시안 로보 서비스 (출처: atlassian.com)

○ 노션: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관리 및 고객 피드백 추적 앱을 제공하는 노션 또한 글린과 유사한 검색 기능을 추가했다. 노션은 글린과 같은 제3자가 자사 데이터에 접근하는 방식을 재평가하고 있다.

노션은 제품 문서에서 “수요와 안정성의 균형을 위해 속도 제한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이는 무료 사용자와 유료 사용자 사이에 API 접근 속도나 제한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 피그마 : 소프트웨어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위한 도구를 제공하는 피그마는 자사 프로젝트 데이터에 대한 외부 접근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경쟁사로 보이지 않는 기업들에도 API 접근 제한을 가한 배경은 자사 기능을 모방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선제적 방어로 보인다.

API를 통해 프로젝트 파일과 데이터에 접근 제한 (출처: figma.com)
API를 통해 프로젝트 파일과 데이터에 접근 제한 (출처: figma.com)

이러한 움직임은 AI 경쟁 위협을 늦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 불만과 사용자 이탈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오히려 경쟁을 방지하는 조치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통제 조치는 기존 B2B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AI 기반 스타트업의 부상에 따라 자신들의 고객 장악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세일즈포스, 아틀라시안, 피그마, 도큐사인과 같은 기업은 API를 통해 다른 공급업체의 제품과 앱을 연결하고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기업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데이터 공유는 AI 스타트업, 특히 사용자를 대신해 복잡하고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자사 데이터를 사용하여 경쟁 제품을 개발하려는 계획을 품고 나타나면서 잠재적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AI가 유용하려면 고객의 컨텍스트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는 개념은 기업이 많은 데이터 컨텍스트에 접근하려 할 때 이용자이자 동시에 제공자가 되는 경쟁 구조에서 서로를 제한하는 상황을 낳게 된다. 이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SAP와 경쟁하는 스타트업 ‘셀로니스(Celonis)’가 셀로니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SAP에 저장된 데이터에 접근하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SAP 요구에 법적 대응을 한 경우에서도 볼 수 있다.


데이터 개방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반대 입장

모든 기존 B2B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는 데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파일 저장 기업 박스(Box.com)의 애런 레비 CEO는 “근본적으로 그것은 우리 고객의 데이터이며, 우리는 그 데이터를 관리하고 더 많은 가치를 얻도록 돕는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에 세일즈포스와 같은 움직임을 따를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글린이나 오픈AI와 같은 AI 기업들이 전통적인 기업 앱의 위치를 약화하려는 시도에 대응하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기업들이 세일즈포스, 오라클, SAP와 같은 기업 앱을 사용할 때는 고객 및 직원 데이터의 메인 저장소로 사용하고 있기에, 이러한 앱들이 스타트업보다 새로운 AI 기능을 출시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기업 내 핵심 업무 시나리오에서는 전통적인 기업 앱의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것이 선호되기에 그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예상이 강하다. 오라클이나 SAP와 같은 전통적인 앱 제공 기업들이 고객 데이터를 보호하고 앱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더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에이전트가 민감하거나 기밀 데이터에 접근하고 공유하지 않도록 하는 이러한 경험은 전통 벤더가 아니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수십 년에 걸친 신뢰와 안정성, 그리고 생태계 지원이 바로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AI 기반 워크플로는 데이터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작동한다는 점이다. 데이터가 고립되면 AI는 기능을 잃는다. 현재 AI는 슬랙 메시지, CRM 노트, 지라 티켓, 데이터브릭스 테이블 같은 다양한 신호(signal)들이 섬세하게 얽힌 구조(tapestry)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전체 구조가 무너진다. 조직은 통합 검색, 자동 티켓 분류, 지식 그래프 기반 AI 어시스턴트 같은 도구들을 잃게 됨과 동시에 생산성과 속도에 큰 타격을 받는다.

데이터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SAP의 서비스 레이어
데이터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SAP의 서비스 레이어


마무리: 데이터 통제와 AI 전략의 교차점

기업 데이터 전쟁은 오픈AI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드롭박스 및 구글 드라이브와 같은 일부 업무용 앱에서 고객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는 글린과 유사한 기능을 출시했다. 구글 또한 글린과 유사한 제품을 발표했지만 아직 모든 사용자에게 제공되지는 않는다.

오픈AI는 슬랙 메시지와 파일을 챗봇에서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챗GPT-슬랙 통합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출시 몇 주 전에 세일즈포스의 결정으로 슬랙 통합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슬랙이 배포 예정인 새로운 API를 통해 일부 메시지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가능성도 있지만 어떤 제한점이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즉 이러한 ‘데이터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지금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주요 클라우드 제공업체들은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 Model Context Protocol)과 같은 개방형 표준을 채택, 챗봇이 지메일(Gmail), 깃허브(GitHub)와 같은 서비스에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 공유는 고객에게 제3자를 통하지 않고 직접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해주므로 가장 큰 이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 공유는 전통적인 B2B 소프트웨어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어떤 형태로든 AI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유사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한다.

결론적으로 AI 시대의 도래는 B2B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데이터의 가치와 통제권을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슬랙 데이터 통제는 시작에 불과하며, 많은 기업이 AI 스타트업으로부터 위협과 기회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갈 것이다.

일부는 데이터를 닫아 경쟁을 제한하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데이터 개방을 통해 기존의 신뢰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에이전트 시대를 주도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객 데이터의 접근성과 소유권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B2B 소프트웨어는 AI 기술과 함께 진화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