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신경기술 개발기업 패러드로믹스(Paradromics)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자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에 대한 첫 장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이 소식은 네이처지가 전했으며, 회사의 홈페이지에도 보도자료로 공식 게재됐다. 패러드로믹스는 같은 BCI 기술을 개발하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와 치열한 상업화 경쟁을 펼치고 있다.
패러드로믹스는 이르면 내년에 신경 질환이나 부상으로 인해 말을 할 수 없게 된 두 명의 언어장애 지원자에게 BCI 장치를 이식할 예정이다. 이번 임상시험의 목표는 두 가지다. 장치의 안전성 검증, 그리고 실시간 음성 기반 의사소통 기능 복원이다.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둔 패러드로믹스의 CEO 매트 앵글(Matt Angle)은 보도자료에서 “이 새로운 하드웨어가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간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패러드로믹스의 BCI는 직경 약 7.5mm 크기의 활성 영역에 얇고 단단한 백금–이리듐 전극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칩은 뇌 피질 표면을 관통해 약 1.5mm 깊이의 개별 뉴런 활동을 기록한다. 전극은 전선으로 연결되어 가슴에 이식된 전력 공급 장치 및 무선 송수신기와 연결된다.
초기 단계에서 지원자 두 명은 입술, 혀, 후두를 제어하는 운동 피질 영역에 각각 하나의 전극 배열을 이식받게 된다. 연구 참가자들이 화면에 제시되는 문장을 ‘머릿속으로 말하는 것을 상상’하면, 해당 신경 패턴이 기록된다. 이후 시스템은 이러한 신경 패턴이 어떤 말소리에 대응하는지를 학습한다. 이는 현재 패러드로믹스와 협력 중인 연구진의 기존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한다.
참가자가 말을 ‘상상’하면, 시스템은 신경 신호를 실시간으로 화면의 텍스트로 변환하거나, 참가자의 과거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성된 음성 출력으로 전환한다. 스마트폰을 스피커 용도로 이용하면 대화가 가능해진다.
이번 임상은 합성 음성 생성을 공식 목표로 설정한 최초의 BCI 임상시험이기도 하다. 앵글은 “현재 BCI가 줄 수 있는 삶의 질 향상 중 가장 큰 부분은 ‘의사소통’”이라고 강조했다.
또 임상 시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손을 움직이는 것을 상상할 때 발생하는 뇌 활동을 안정적으로 감지해 컴퓨터 커서를 제어할 수 있는지도 연구할 예정이다. 초기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임상 규모는 10명까지 확대되며, 신호 품질과 뇌 영역 확장을 위해 참가자들에게 두 개의 피질 임플란트를 적용할 수 있다.
네덜란드 유트레흐트 대학 병원의 BCI 연구자 마리스카 반스틴셀 박사는 네이처지 인터뷰에서 “이는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단계다.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완전 삽입형 시스템이 필수다”라고 평가했다.
패러드로믹스는 현재 장기 임상 적용을 목표로 한 완전 삽입형 BCI 시스템을 시험하는 여러 기업 중 하나다. 가장 앞서 있는 기업 중 하나는 뉴욕의 BCI 기업 싱크론(Synchron)으로, 이 회사의 장치 스탠트로드(Stentrode)는 혈관 스텐트 기반 구조에 12~16개의 전극을 장착해 혈관 내부에서 뉴런 집단의 평균 신호를 기록한다. 초기 임상에서는 운동 피질의 혈관을 사용해 사용자가 발 움직임을 상상함으로써 화면 커서를 선택하도록 했다.
뉴럴링크는 단일 뉴런 수준의 고해상도 신호를 얻는 데 집중해왔다. 뉴럴링크의 BCI는 64개의 폴리머 실(thread)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실에는 16개의 기록 지점이 있다. 초기 임상시험에서 뉴럴링크는 손동작 제어 영역을 목표로 적용해 사용자가 컴퓨터와 로봇 팔을 생각만으로 조작하도록 했다. 뉴럴링크는 지금까지 BCI 중 최고 수준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기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외에도 뇌 표면에 고밀도 전극을 배치해 뉴런 집단 활동을 기록하는 다양한 방식의 BCI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현재 패러드로믹스는 양(羊)에 자사 장치를 이식한 전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성을 강조한다. 앵글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의 정보 전송 속도는 기존 장치 대비 약 20배 빠른 수준이며, 이식 후 3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신호 품질 저하가 거의 없었다. 앵글은 “실험 결과로 추정하면 장치는 최소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 장치를 최대한 비침습적이며, 교체하거나 회수가 가능한 형태로 개발하려 하고 있다. 앵글은 “우리는 이번 임상에서 안전성, 내구성, 데이터 전송률을 동시에 검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