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SW업체, “SAP, 오라클 등 외산업체 국산SW와 호환 고의적 거부” 주장
지난 1일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구로디지털단지를 방문해 열린 SW전문기업 대표 20여명과 간담회에서 알티베이스 김영철 대표는 이 같이 호소했다.
김 대표는 "ERP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SAP나 DBMS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오라클 제품으로 구성된 시스템은 각각 자사의 SAP 하나와 오라클 DBMS 등과 독점적 연동만 고려할 뿐 국산SW와 연동은 뒷전이다"고 항변했다.
국산SW가 다국적 기업 제품이 포함된 시스템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연동이 필수지만 외산SW와 연동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입이 되지 않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SAP의 ERP가 적용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시스템 확장을 할때 국산SW를 도입하고 싶어도 호환성이 담보되지 않아 도입하지 못한다는 것.
기업 정보시스템의 핵심이자 필수인 ERP와 DBMS는 SAP와 오라클이 각각 국내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SW와 연동까지 이뤄지지 않아 다국적 기업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큰 문제는 정보시스템의 핵심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외산업체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국산SW와 연동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SW업체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검색엔진 시장은 와이즈넛과 코난테크놀로지가, 데이터이행(ETL) 시장은 데이터스트림즈가,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시장은 티맥스소프트가 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이 같은 시장은 핵심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제품 선택권에 있어서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
핵심시스템인 ERP와 DBMS에 맞는 제품을 선별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외산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국산SW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외산업체들은 기업경영의 논리를 들어 반박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오라클, DB2 등은 사용자 수가 많고 요구사항이 높은 반면, 국내 DBMS 제품은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점유율이 미비한 상황"이라며, "호환을 위해 투자하는 인력과 금액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산SW업체들은 "국내에서 제품을 파는 만큼 국내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국산SW와 호환은 기본"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국산SW업체들은 "모든 SW들이 호환성을 가져가기 위해 국제표준을 지키는 만큼 어느 정도 노력만 가미된다면 연동에 크게 어려움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어느 SW든 범용성 인증을 확인해야 하는 만큼 ROI를 따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국산SW와 연동이 외산업체로서는 매력이 없기 때문에 고의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산SW 한 관계자는 "국산SW를 도입해 문제가 생기면 문책 당하고, 오라클 제품을 도입해 문제가 생기면 어쩔 수 없는 오류라는 발주자의 말도 안 되는 논리가 외산종속을 낳았다"며, "외산업체들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기이한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한탄했다.
결국 외산을 선호하던 풍토가 외산종속이라는 왜곡된 SW시장을 낳았으며, 시장에서 힘을 축적한 다국적 기업들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산SW들이 경쟁력을 갖춰 국내에서도 도입이 늘고 있다. 하지만 핵심 업무는 아직까지 외산에 종속되어 있다. 이로인해 국산SW를 도입하고 싶어도 다국적 기업들이 호환성을 갖추지 않는 이상 도입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또한 SW업체들의 꿈인 해외진출도 다국적 기업 제품과 국산SW 간 호환성을 갖지 못하는 이상 쉽게 성공할 수 없다. 국산SW업체들은 다국적기업들의 보이지 않는 장막에 가려 판로까지 막혀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외산업체들이 의도적으로 국산SW 연동을 가로막는 행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상태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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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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