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폐지 결정한다면 우리나라 SW산업 발전은 없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벤처기업인 핸디소프트가 횡령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감독위원회는 코스닥 상장폐지여부를 조만간 심사할 예정이다. 만약 심사위원들이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 핸디소프트의 코스닥 상장폐지를 결정한다면 우리나라 SW산업 역사, 아니 국가 산업발전에 가장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국내 SW산업 발전과 성장의 궤를 함께 해 온 한 사람으로서 핸디소프트를 위한 이유 있는 변명을 하고자 한다.

핸디소프트는 지난 1991년 창업하여 근 20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킨 토종 SW기업 1세대이다. 벤처로 시작하여 2000년대 초반 그 전성기를 맞이했으며, 미국과 일본 등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어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실제로 핸디소프트의 그룹웨어 솔루션은 현재까지도 정부 및 공공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워크플로우(workflow) 기반의 전자결재 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외에는 거의 없는 우리나라 고유의 독특한 '결재'라는 업무를 PC와 네트워크를 통해, 그리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업무의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 업무프로세스관리) 솔루션의 경우, 대기업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미국 연방 정부 시장을 당당히 뚫고 국방성과 보건사회복지부 등을 비롯한 수십여 개의 정부 기관에 이를 납품하였다. 일반 기업시장에서도 BMW나 나이키, 버라이존과 같은 굵직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IT 시장조사 및 리서치 기관인 가트너가 주관하는 'BPM 엑설런스 어워드'를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16년의 역사를 가진 권위 있는 BPM 구축 평가 대회인 '글로벌 엑설런스 어워드'에서도 금상을 수상했다. 핸디소프트는 그 동안 우수 제품 및 성공사례로 각종 상을 수상한 경우가 7차례나 된다. 물론 상이라는 게 때로는 평가 절하되기도 하지만 핸디소프트는 국내 보다는 해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아 수상한 게 많다. 그만큼 국내외로부터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음이 분명하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 가운데 이만한 평가를 받는 기업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아니, 단 한 곳도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사실 핸디소프트는 그 동안 너무나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해외 어느 시장에 내놓아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경영과 재무의 내실화나 사업의 다각화를 통한 위험 분산 보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제품의 우수성에 집중해왔던 것이다.

이는 모두 현재, 그리고 미래의 고객들을 위한 노력이 아니었을까 판단된다. 핸디소프트는 처음에 한 번 개발해 놓은 제품을 비슷한 버전으로 그냥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적당히 맞추어가기 보다는, 마치 눈가리개를 한 채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뻗어있는 트랙을 달리는 경주마처럼 그렇게 미련할 정도로 너무 한 우물만 파왔다.

핸디소프트의 최근 부진은 업계의 흐름을 타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행'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패션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IT 업계에도 분명히 유행이 존재한다. 일례로 불과 3~4년 전만 해도 SOA(Service Oriented Architecture; 서비스지향아키텍처) 붐이 일었으나, 지금 SOA는 화두에서 저만큼 멀리 떨어져있다. 업계의 흐름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하며 그때그때 고객이 새롭게 원하는 솔루션을 척척 지원해주는 것만이 과연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일까? 우직하게 한 길만 걸어온 SW벤처 1세대인 핸디소프트가 이렇게 힘없이 무너져버린다면, 과연 대한민국에서 애플과 같이 전 세계를 호령하는 SW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횡령 혐의 부분이나 방만한 경영 투자 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치는 것은 보다 투명한 경영을 위해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다. 시장은 본래 잔인하리만큼 냉혹하며, 핸디소프트는 시장에서 신뢰를 잃을만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동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 바로 시장이지만, 최근 새롭게 회사를 인수한 사주 측의 잘못으로 인해 20년간 묵묵히 회사를 지켜온 직원들과 270만에 달하는 고객들까지 한 순간에 내동댕이쳐질 수 있는 순간에 다다랐다는 게 정말 안타깝다.

핸디소프트와 같은 SW 전문 기업을 육성하고, 양성해 내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하드웨어 위주로 형성돼 왔고, SW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한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20년 역사를 가진 SW 전문기업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 숫자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한글과컴퓨터가 21년째이고, 안철수연구소는 15년 밖에 안 될 정도이다. 특히 핸디소프트와 같이 기업용 SW를 개발 공급하는 국산 토종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국내 SW기업 환경은 최악의 조건이라고 할 만큼 성장 발전하기가 어렵다. 그런 기업이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사주의 잘못으로 문을 닫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과 같은 세계적인 SW기업을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 매년 각종 제도나 정책 등을 쏟아낸다. 그러나 기대만큼 좋은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각종 제도나 정책도 중요하지만 핸디소프트와 같은 기업이 성장 발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지원해 주는 게 더 효과적이 아닐까?

물론 횡령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핸디소프트의 사주(대주주)는 잘못한 게 있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죄 값을 치르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벤처기업 정신으로 앞만 보고 열정을 다 해 온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질 이유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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