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시간만인 27일 오후 6시경에야 완전 진화…내부 상황 확인 후 복구 시점 나올 듯
[아이티데일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전산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국가 행정 서비스 647개가 전면 마비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 발생 24시간여가 지나도록 서비스 정상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복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월요일 업무 개시를 앞두고 주말 간 주요 민원 시스템 등에 대한 일부 복구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행정안전부 소속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과 국가정보통신망 등의 안정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대전 본원은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의 데이터센터로 정부 업무 시스템 1,60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2025년 9월 26일 오후 8시 20분경 발생했다. 5층 전산실에 위치한 무정전 전원장치(UPS)에 포함된 리튬이온 배터리 384개를 지하실로 이전하는 작업 중 배터리 전원을 차단하고 케이블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1개가 폭발하면서 시작됐다.
대전시 소방본부는 화재 신고를 받고 인력 170여 명과 소방차 등 장비 63여 대를 투입해 10시간여에 걸쳐 밤샘 진화 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재 발생 다음날인 27일 오전 6시 30분경 재발화로 인해 2시간에 걸쳐 추가 진화 작업을 하는 등 난관을 겪었다. 소방 당국은 특히 서버와 리튬이온 배터리의 간격이 약 60cm에 불과해 화재 확산 위험이 컸음은 물론, 원활한 화재 진압에도 어려움이 컸다고 밝혔다. 결국 화재 발생 22시간만인 27일 오후 6시경에야 완전 진화 소식이 나왔다.
화재로 인한 부상자는 1명으로, 배터리 분리 작업을 담당한 하도급 업체의 40대 남자 직원으로 확인됐다. 이 직원은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외 건물 내에 있던 직원 100여 명은 전원 안전하게 대피했으며, 추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화재로 인한 정부의 시스템 중단 상황은 심각하다. 행정안전부는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운영하던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전면 가동 중단됐다”고 밝히고 “화재 열기로 전산실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항온항습장치가 작동을 멈추자, 서버 등 장비 손상을 우려해 시스템 전원을 모두 차단했다”고 덧붙였다.
중단된 시스템에는 1등급 12개, 2등급 58개 등 70개에 달하는 핵심 시스템들이 포함됐다. 모바일 신분증, 국민신문고, 정부24, 국가법령정보센터, 행정표준코드관리시스템 등의 중요 서비스가 중단됐으며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중앙정부부처 홈페이지 등도 27일 오후 현재까지 접속 불가 상태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는 위기경보수준을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대응에 나섰다. 행정안전부 윤호중 장관은 “화재를 신속히 진압하고 인명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정부 서비스 장애 복구를 위해 가용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서 신속히 복구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복구 작업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우체국 금융과 우편 등 파급효과가 큰 주요 정부서비스 장애부터 신속히 복구하고, 이후 서버를 재가동해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복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시스템 정상화 이전에 기한이 도래하는 세금 납부, 서류 제출은 정상화 이후로 연장하고, 대체 사이트나 오프라인 창구를 활용해 달라고 안내했다.
지금으로서는 복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이재용 원장은 27일 오전 행정안전부 브리핑에 동석해 “현재 열기와 연기 등으로 인해 내부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내부 상황을 봐야 서버 피해 규모나 시스템 가동 여부, 이에 따른 복구 시점 등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열기가 빠지고 소방 안전 점검이 끝난 후에나 내부로 진입해 서버 상태를 점검하고 재가동 여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아직 대응 초기 단계라 확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화재가 서버실로 크게 번지지 않았고, 항온항습장치를 재가동해 서버를 순차적으로 복구한다면 월요일(29일)이 오기 전 중요 대민 서비스의 복구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백업·이중화 분야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최소한의 수준이긴 하지만, 대전센터는 광주센터에 재해복구(DR)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결정만 하면 수 시간 내에 일부 시스템에 대한 전환(failover) 작업이 가능하지만, 주말이라 대국민 중요 시스템의 사용이 없는 만큼 피해 정도를 정확히 파악한 후 결정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대전, 대구, 광주 3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백업하고 있어 데이터 소실 가능성은 낮다. 다만 재해 시 비상 시스템으로의 전환(failover)과 같은 조치는 중요 시스템의 경우 사고 발생 후 3시간 이내 수준을 목표로 구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아직 DR 시스템이 미완성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사고 후 24시간째 복구가 이뤄지지 않아 국민적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22년 카카오때는 화재 진압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서비스가 정상화됐고 일부 서비스만 장애가 지속됐지만, 이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사고는 화재 발생 후 24시간여가 지나도록 서비스 정상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DR 시스템을 구축 중이었다고는 하지만, 중요성을 생각했다면 그 전에 임시 대책이라도 마련했어야 한다. 결국 DR은 보험과 같은 것이다. 무중단이 가능한 액티브-액티브 이중화는 3배의 인프라 비용이 든다. 그런 투자를 할지는 정부와 국회가 결정할 몫”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