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파이브의 RISC-V 기반 반도체 칩. 사진=스타파이브
스타파이브의 RISC-V 기반 반도체 칩. 사진=스타파이브

[아이티데일리] 반도체 수출을 제한해 강하게 압박하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대항이 거세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무기로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중국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AI 부문에서는 미국을 위협하면서 약진하고 있다. 오픈AI나 엔트로픽 등 LLM(대규모언어모델)을 앞세운 미국 AI 산업에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찬물을 끼얹었다.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으로 탄생하고 있다. AI 응용 부문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오히려 미국을 따돌리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재생에너지의 대표 주자인 태양광 설비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이제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 칩 설계 스타트업인 상하이 스타파이브 테크놀로지(Starfive Technology)가 주목받고 있다고 기업 분석 전문 포브스지가 전했다. 스타파이브는 미국 인텔의 x86 시리즈 칩이나 스마트폰 시장을 주름잡는 영국 암(ARM)의 칩과 다른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 반도체 업체의 지식재산으로부터 자유로운 오픈소스 설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 스타파이브가 노리는 분야는 RISC-V(리스크 파이브)다.

RISC-V는 오픈소스 기반의 명령어 집합 아키텍처로, 인텔 CPU와 같은 범용 칩으로는 소화하기 어려운 대량의 연산과 저전력 문제를 해결한다. UC버클리의 데이비드 패터슨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것으로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별도의 라이선스가 필요 없다. 개발하고자 하는 누구든지 이를 이용해 자신에게 맞는 칩을 설계할 수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반도체 굴기’를 진행해 왔다. 반도체 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자립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중국이 주목한 것은 RISC-V가 오픈소스라는 점이었다. 인텔이나 암 등 서구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칩을 만들어 미국의 압박을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그 선봉은 화웨이였다.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은 화웨이는 자체 칩 설계에 총력을 기울였고, 결국 직접 설계한 스마트폰용 칩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스타트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딥시크가 LLM 분야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듯이, 반도체 칩 부문에서 스타파이브 역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스타트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스타파이브에는 홍콩의 부동산 개발 대기업인 헨더슨랜드디벨롭먼트의 피터 리 회장이 출자하고 있다.

스타파이브는 당초 회사의 경영 안정을 위해 가스 사용량 데이터 수집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가스 계량기용 칩을 개발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의 투자자인 피터 리 회장의 핸더슨랜드디벨롭먼트는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도시가스 사업을 운영하는 홍콩중화가스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전략은 이치에 맞았다.

스타파이브의 다음 목표는 급성장 중인 데이터센터 분야다. 설립 6주년을 맞은 스타파이브는 데이터센터 전용 RISC-V 칩을 개발했으며, 중국의 화웨이에서 분사한 엑스퓨전 디지털 테크롤로지(Xfusion Digital Technologies)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스타파이브의 설립자이자 CEO인 토마스 슈는 “지금까지 다른 어떤 회사도 우리 데이터센터 관리 칩과 유사한 RISC-V 기반 칩을 개발하지 못했다. 우리가 개발한 칩은 상업적으로 확고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HP에서 근무했으며, 상하이의 팹리스 반도체 기업인 브라이트 세미컨덕터(Brite Semiconductor)의 CEO를 역임한 반도체 설계 분야 전문가다.

스타파이브는 중국에서 가장 일찍부터 RISC-V 칩 설계를 해 온 기업 중 하나다. 이 분야에는 알리바바의 칩 사업부인 티헤드(T-Head)와 화웨이의 자회사인 히실리콘(Hisilicon)이 뛰어들고 있다. 이 아키텍처는 스마트폰에서 챗GPT 등 AI 도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용도의 칩 설계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성능은 아직 인텔의 x86과 암 칩에 비해 떨어진다.

RISC-V는 스위스에 있는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오픈소스 아키텍처로, 중국 정부는 이 아키텍처의 채택이 구미에 대한 의존도를 닞추는 핵심이라고 판단한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전국적으로 RISC-V 칩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 지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타파이브는 2018년 피터 리의 패밀리 오피스인 풀비전 캐피탈(Full Vision Capital)로부터 시드 자금을 출자받아 출범했다. 2020년 리는 RISC-V 개발에 참여한 멤버들이 만든 미국 칩 설계회사 시파이브(Sifive)를 설득해 중국에 사업부를 설립했다. 이 사업부가 후에 스타파이브로 발전했다. 당시 리는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럴 경우 인텔이나 암이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없기 때문에 큰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시파이브를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의 전망은 적중했다. 스타파이브는 후에 홍콩투자공사, 바이두, SBVA(구 소프트뱅크 벤처스 아시아), 중국 투자펀드 쳉웨이 캐피탈 등 주요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중국 정부가 RISC-V 보급을 촉진하면서 회사는 두 번째 도약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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