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와의 유통망 통합 등 수익구조 개선작업의 일환…IT업계,”유일한 개방 시장 사라질 판”

KT그룹이 SI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은 민영화 이후 최초의 연임사장이 된 남중수 사장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민영 3기 수장으로 재선임된 남중수 사장은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체질 개선 및 사업모델 전환, 수익극대화를 주창해왔다. 근 7년간 11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매출구조를 전환해 올해 12조원을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KT는 이를 위해 기존 유선 음성 중심의 상품을 'ALL-IP'기반의 IP TV와 와이브로, VoIP사업 등으로 빠르게 전환시켜 나가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자회사인 KTF와의 유통망 통합을 통해 고비용구조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KT-KTF'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이와함께 "매출확대 및 영업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극대화 뿐만 아니라, 그룹 내부 수요에 기반한 자체사업, 즉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기업소모성자재 또는 기업운용자재) 사업 등의 추진을 통해 확실하게 챙길 것은 챙겨나가기로 했다"는 것이 KT 관계자의 말이다. 한마디로 과거 공기업 시절, 공기업에 요구됐던 사회적 책임 보다는 이제 민영기업으로써 수익이 되는 사업은 무엇이든 챙기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그룹내 IT구축 및 운영을 전담할 SI 자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 또한 이 같은 KT의 최근 기조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해 인수를 완료한 제일 FDS(현 KT FDS)의 처리 방안도 고민거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KT는 지난 2006년 12월까지 근 2년간 활발하게 대외 SI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임덕래 상무가 주축이 되어 기존 SI '빅3'의 아성에 도전하는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으며, 금융권 SI사업 강화를 위해 제일은행의 IT자회사인 제일FDS를 인수했었다. 그러나 2006년말 KT는 SI사업본부를 해체하고 비즈니스부문(부문장 김영환 전무)에 관련 조직을 재배치 했으며, 현재는 "KT가 잘 할 수 있는 SI사업에만 참여하겠다"는 전략아래 각종 통신망 중심의 SI사업과 U-시티 사업 등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SI사업 진출 후 매년 약 200억원의 적자를 면치 못했던 일반 SI사업에서 철수한 것이며, 이에따라 제일 FDS의 위상도 흔들린게 사실이다.

따라서 KT는 그룹 전체의 사업구조개편 차원에서 SI자회사를 설립하고, 설자리를 잃어버린 제일FDS도 흡수한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편 KT의 SI자회사 설립과 관련하여 IT관련 업계는 "마지막 남은 거대 독립, 개방 시장인 KT마저도 게이트키퍼를 앞세워 업계를 줄 세우려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렇잖아도 국내 대기업들의 SI 자회사들 때문에 왜곡될 대로 왜곡된 국내 IT 산업이 더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이다.

특히 모 글로벌 IT기업의 임원은 "국내 IT 비즈니스는 솔루션 기반의 구축, 비즈니스가 아니라 인맥 기반의 비즈니스"라고 전제하고 이 같은 왜곡 현상이 한층 더 심해질 것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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