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사용자 고려한 검색·조회 프로세스 마련해 데이터 접근성 향상

[아이티데일리] 오늘날 데이터는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됐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 내·외부에 축적된 데이터를 적절히 사용해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획득하고 적용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시중 은행들은 이미 ‘디지털 금융’을 실현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IT팀만이 아니라 전사 모든 직원들이 직접 원하는 데이터를 찾고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 데이터 거버넌스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 데이터 거버넌스 혁신 프로젝트를 이끈 KB국민은행 데이터기획부

디지털 혁신 위한 데이터 중심 경영 추진
KB국민은행은 최근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세우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원년’을 선포했으며, 지난 1월 시무식에서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을 통한 고객지원 중심의 KB실현’을 올해의 경영 전략으로 내세웠다. 모든 행보가 데이터 기반의 경영 체계를 수립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데이터를 제대로 다루고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전략본부 산하에 데이터전략본부와 데이터분석부 등을 신설했다. 이들은 축적된 데이터를 현업 조직들이 원활히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인공지능(AI)이나 머신러닝과 같은 신기술들을 사내 시스템에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특히 데이터전략본부는 기업 내외부에 축적된 데이터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 프로젝트 역시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사실 KB국민은행 내에서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수년 전이다. 기존에도 데이터 정책이나 표준화 체계 등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TFT가 꾸려졌다. 기본적으로 TFT의 역할은 이미 도입돼 있는 메타데이터 표준화나 데이터 검증 체계, 데이터 계보관리(lineage) 등을 확장하고 고도화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 프로젝트에서 주안점을 둔 것이 바로 기존에 축적된 데이터를 손쉽게 찾아보고 접근할 수 있는 체계였다. 데이터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IT팀만이 데이터에 접근하고 분석을 수행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IT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현업 사용자들도 필요한 시점에 원하는 데이터를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자 했다. 이를 위해 ‘사용자 중심의 데이터 거버넌스 포털 서비스’가 제시됐다.


사용자 중심의 거버넌스 포털 구축…사용자의 데이터 활용도 극대화
사용자 중심의 데이터 거버넌스 포털은 직관적인 키워드 검색을 통해 그동안 은행 내·외부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용자는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데이터가 생성되는 시점부터 일련의 흐름과 위치, 전체 구조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용 방법이 쉽고 간단해 IT에 대해 잘 모르는 직원들도 어렵지 않게 시도해볼 수 있다.

KB국민은행 측은 ‘모든 사용자가 모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현업 조직에서는 의사결정이나 고객지원을 위해 다양한 데이터들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각 부서에 따라 접근하는 데이터가 정해져 있었고, 그 밖에 어떤 데이터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었다. 여신부서라면 여신에 관계된 데이터들만, 수신부서라면 수신에 관계된 데이터들만 확인하는 식이다. 기존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범위나 활용이 한정적이었다.

오늘날 데이터의 트렌드는 일견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는 데이터들일지라도 함께 살펴보고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인사이트를 창출해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업 사용자들이 자신의 업무와 관계없는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지식이나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으니, 기존보다 더욱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검색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은 현업 사용자가 데이터에 접근하는 프로세스 자체를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이전까지 현업 사용자가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IT팀에 데이터 조회나 검색 등을 요청해야 하지만, 이러한 프로세스는 비즈니스 민첩성에 영향을 미치고 필요한 시점에 즉각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어 데이터 활용도를 떨어트린다. 그렇다보니 자신의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데이터에만 집중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기존의 IT팀을 통하는 방식이 아닌, 현업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데이터를 특정하고 찾아낼 수 있는 셀프서비스(self-service) 데이터 분석 체계를 마련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업 사용자 스스로가 데이터에 접근함으로써 다른 팀에게 의뢰하는 부담감이 덜하고, 데이터에 접근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으니 같은 시간에 더 다양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새롭게 구축된 KB국민은행의 데이터 거버넌스 포털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메타데이터 관리 시스템이나 품질(data quality)관리, 계보관리 시스템 등에다가 새롭게 개발한 검색 시스템을 추가해 포털 서비스를 구축했다. 테이블이나 쿼리(query)같은 IT 용어조차 모르는 사용자도 포털 사이트의 검색 기능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KB국민은행 데이터전략본부는 사용자들이 주로 원하는 데이터의 종류나 사용하는 용어, 계수 등을 추출하고 자주 쓰는 쿼리들을 정리했다. 가령 어떤 금융상품의 수익률을 조회하려는 요구가 많았다면, ‘금융상품의 수익률을 구하는 쿼리’를 샘플로 만들어서 포털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업 사용자는 해당 쿼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더라도, 심지어 쿼리가 무엇인지 모르더라도 해당 샘플 쿼리를 이용해 원하는 금융상품의 수익률을 조회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측은 이번 데이터 거버넌스 포털 시스템을 통해 현업 사용자와 IT팀 간의 업무 효율을 증진시키고, 경영자부터 필드 사용자까지 전사적인 데이터 활용 문화를 갖추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향후 포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샘플 쿼리를 더욱 확대하고, 각각의 비즈니스 부서에서 사용하는 용어 정리와 데이터 검증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0년 중에 전사적인 데이터 중심의 문화를 안착시켜 디지털 혁신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데이터스트림즈, 풍부한 경험 바탕으로 프로젝트 성료
한편 박종휘 데이터전략본부 팀장은 이번 데이터 포털 서비스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는 사업자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박종휘 팀장은 “처음에 공개입찰을 내보냈는데 요구하는 기술 수준도 높고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도 없다보니 지원하는 기업이 적었다. 몇 개 기업에서 제안서가 들어왔지만 대부분 포기하고 나갔다”고 말했다. 최근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현업 사용자의 셀프서비스 분석이 떠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전사적으로 모든 직원들이 손쉽게 데이터에 접근하고 분석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샘플쿼리까지 제공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경우는 드물다. 금융권 사업 경험과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췄으면서 셀프서비스 데이터 포털까지 구축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종휘 팀장은 “이번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이터스트림즈는 지난 2015년 KB국민은행의 정보계를 중심으로 데이터 흐름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운영 중인 시스템에 대한 높은 이해와 기술력을 믿고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6개월 간의 프로젝트 기간 동안 데이터스트림즈는 자사 솔루션들을 활용해 데이터 모델링부터 IT조직과 비즈니스 조직의 연계, 데이터 흐름관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데이터 사용 체계를 새롭게 구축했다. 데이터스트림즈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이것을 채용해서 구현하고자 하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KB국민은행 프로젝트는 우리의 최신 기술과 솔루션을 통해 새로운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끌어올린 프로젝트”
박종휘 KB국민은행 데이터전략본부 팀장


Q. 프로젝트 추진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이번 프로젝트는 금융권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선례를 찾을 수 없었다. 금융권 밖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구현해야할지 결정하는 단계부터 어려움에 부딪혔다. 현업의 정확한 요구사항을 특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존에는 데이터 거버넌스라고 하면 메타데이터 표준화나 데이터 품질관리 수준을 향상시키는 정도에 머물렀다. 상용SW 패키지나 솔루션들을 도입해 메타데이터 시스템을 개선하고 데이터 정합성을 높이면 그게 데이터 거버넌스 프로젝트였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번 프로젝트는 금융권의 데이터 거버넌스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생각한다. 기존 시스템의 강화에 머무르지 않고 현업 사용자들이 직접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셀프서비스 체계를 갖춤으로써, 업무 능률과 데이터의 활용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향후 국내 금융권에서 KB국민은행의 이번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려는 시도가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현업 사용자들이 데이터에 접근함으로써 보안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KB국민은행은 지난 2000년 무렵 처음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구축할 때부터 데이터는 모든 직원들에게 오픈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보보호 정책을 준수하는 범위 내라면 은행 내부에 있는 데이터 중 본인의 업무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는 뭐든지 가져다 쓰라는 주의다. 이번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 프로젝트 이후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나 보안성이 강화되면서 관리정책이 일부 변경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데이터가 늘 모두에게 오픈돼 있어야 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또한 금융권에서는 데이터 유출과 같은 사고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관리정책이 매우 타이트하게 구성돼있다. KB국민은행도 마찬가지다. 사내에서 쓰는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가령 각각의 데이터 테이블마다 권한관리 시스템이 적용돼 있고 모든 데이터에는 사용할 때마다 로그가 남는다. 카메라 같은 외부적인 수단에 대해서도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으로 나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이중 삼중의 보안 체계가 갖춰져 있다.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는 항상 정해진 절차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해도 보안상 문제가 발생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Q. 현업 사용자들의 반발은 없었나?
현재 KB국민은행은 경영진부터 데이터에 기반한 경영을 우선 과제로 수립하면서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발생할지라도 결국 추진한다는 사실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 테스트 기간 중 사용해본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았기 때문에 새롭게 구축한 데이터 포털 서비스의 완성도에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데이터전략본부에서는 경영진의 의지와 시스템의 완성도를 근거로 향후의 변화관리를 주도해야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KB국민은행의 직원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하고 효과적으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1차적으로 완성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한편, 업무에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가져다주는 장점을 소개해나가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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