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생명주기 관리“솔루션, 프로세스, 전략의 집합체”
핵심은 ‘데이터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 당분간은 컨설팅 위주로 시장 형성될 듯

1부/ 정보생명주기관리 시장 동향
“데이터의 ‘정보성’에 주목하라”

2부/ 업체별 정보생명주기관리 전략
고객에게 최적화된 정보관리 프로세스를 찾아라

인터넷 비즈니스가 보편화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스토리지 자원의 규모 또한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지 장비의 가격이 워낙 빠른 속도로 떨어졌기에 지금까지 ‘저장 공간의 부족’이나, ‘스토리지의 효율적 사용’은 이 시장에서 고민의 중심이 아니었다.
그러나 9.11 사건이나 일부 기업들의 회계 부정 파문으로 인해 데이터 보존에 대해 엄격한 기준들이 만들어졌고,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전략적 경영에 필요한 정보들을 끄집어내고자 하는 욕구도 커짐에 따라 ‘정보 생명주기 관리’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데이터의 생성 시기나 중요도에 따라 데이터가 저장되는 매체의 성격을 달리해 스토리지 자원에 소모되는 비용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 가장 적절한 데이터를 쉽고 빠르게 찾아냄으로써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김재철 기자 mykoreaone@infotech.co.kr


정보생명주기관리(ILM)
“데이터의 ‘정보성’에 주목하라”
데이터 급증·법적 규제 등 환경 변화, 효율적으로 ‘분류·저장·활용’할 필요성 대두
공급업체 별로 ILM / DLM 견해 달라, 지금은 개념과 상이 정립되어 가는 과정

이제껏 인류가 만들어낸 데이터의 양이 약 12 엑사바이트인 것에 비해 2005년까지 새로 생겨날 디지털 데이터의 양은 약 10만 테라바이트(100 엑사바이트)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야말로 ‘폭발적’ 증가다.
그리고 데이터의 양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데이터의 가치도 그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망하는 기업이 생겨나기도 하는 현실이며, 기업의 가치보다 데이터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는 일도 비일비재해졌다. 데이터를 잘 가지고 있는 것, 잘 관리하는 것, 잘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영업 활동만큼이나, 또는 그 이상으로 중요한 작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대두되고 있는 ‘정보 생명주기 관리(ILM : Information Lifecycle Management)’는 기업의 정보 관리자나, 전산 자원 담당자 입장에서 보면 그야 말로 만병통치약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스토리지’나 ‘정보’의 관리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데이터 스스로가 등급을 매긴다?
ILM은 데이터의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부여해 그 데이터를 비싼 1차 스토리지부터 싼 테이프에 이르는 여러 저장매체 가운데서 어떤 저장매체에 보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작업을 자동화한다는 개념이다. 또한 단순히 분류해서 넣어두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데이터를 필요로 할 때는 가장 적절한 데이터를 가장 빠르게 찾아서 제공해주는 역할도 ILM의 개념에 포함되어 있다.
데이터를 사람이라고 가정해보자. 하나의 공간 안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어 누군가를 찾고 싶어도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일 때 사람마다 등급을 부여해서 통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 등급을 나누는 기준을 새로운 사람이 왔을 때마다 결정해야 한다면 등급을 나누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 사람들이 그 공간에 들어오는 순간 자신이 어느 등급인지를 저절로 알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될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 분류의 기준을 데이터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이 바로 ILM이다. 이렇게 할 수 없다면 기업들은 저장공간을 계속 늘려나가는 것 외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감당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한국스토리지텍의 윤준영 부장은 “6개월 전 데이터와 지금 데이터의 가치가 같을 수는 없다. 오래되거나 덜 중요한 데이터는 좀 더 싼 저장매체에 넣어두고서 필요할 때만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무작정 저장매체를 늘리기만 하는 불합리성을 없애고,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된다.”고 ILM의 개념을 설명한다. 저장매체에 드는 비용은 절감하면서도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고, 효율성은 더욱 높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방안이 ILM이라는 것이다.

데이터의 ‘정보성’ 더욱 중시하는 흐름 반영
ILM이 스토리지 업계의 화두로 부각된 이유를 한국HP 김성봉 부장은 “고객이 데이터가 가지고 있는 ‘정보성’을 더욱 중요시하게 되고, 데이터 활용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어찌 됐든 데이터는 버릴 수는 없는 자원이고, 그렇다면 데이터의 정보성(활용성, 중요성)을 따져서 스토리지 정책을 세우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MP3 파일이 일반인들에게는 그냥 ‘자료’이지만, 음악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중요한 ‘자산’이므로 이 업체에게는 반드시 그에 걸맞는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 이렇게 본다면 ILM은 솔루션이 아니고, 프로세스라고 정의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데이터를 가치에 따라 자동으로 분류·저장·추출해서 활용하려면 솔루션과 방법론, 그 기업의 전략이 한데 어우러져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ILM이란 개념은 2002년 7월 스토리지텍이 자신들의 비전을 이루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이것을 얘기하면서 그 용어 자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게 관련 업계의 정설이다.
한국HP 김영채 과장의 말에 따르면 인구와 관련된 데이터를 가지고 계속 대민 서비스를 해오고 있는 어느 공공기관에서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사후 몇 년 간 그 사람의 데이터를 보관해두어야 한다.’는 것을 내부 규정으로 명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 과장은 “데이터 보관과 소멸이 자동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고, ILM이라는 용어를 쓰지도 않았지만 아주 대표적인 ILM의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ILM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무언가를 고민하는 사이트들에서는 이미 그 개념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ILM은 계속 성장·발전해가는 개념
디스크를 많이 도입한 업체들은 당연히 어느 디스크에 어떤 애플리케이션들이 붙어 있으며, 스토리지마다 어떤 데이터들이 어느 정도 들어있는지 하는 점들을 궁금해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처럼 산적한 데이터들을 잘 분류하고,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은 데이터를 ‘정보’로 인정하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케팅적인 접근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하드웨어를 많이 공급한 상황에서 이제 이것을 아주 효율성 있게 잘 쓰라고 권하면서 그를 위해서는 통합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ILM을 ‘아주 절묘한 아이디어’라고 부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편, ‘ILM은 이것이다.’라고 개념을 못박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ILM이 아직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상태여서 지금 얘기되는 개념이 완벽하지도 않을뿐더러, 모습을 바꿔가면서 성장·발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ILM은 ‘판다’는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되며, 만약에 판매를 한다면 그것은 ‘전략을 파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ILM의 중추는 데이터의 가치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실체가 어떤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고객 스스로 자신의 요구에 맞게 결정해야 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물론, ILM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나와 있는 것 외에도 더욱 광범위한 개념의, 자동화된 솔루션들이 필요할 것이다. 현 단계는 ILM을 완성하기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들을 조금씩 채워가고 있는 상황이다.

꾸준히 제기되어온 과제, ‘데이터 관리’
전문가들 가운데서 많은 이들은 데이터의 특성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분류하는 기술이 적어도 3~4년 정도는 더 있어야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 얘기하고 있다. 회사의 전략이나 활동 방향을 반영하는 맵이 그려져야 하고, 스토리지와 서버가 유기적으로 통합되어야 하며, 스토리지에 들어오는 모든 데이터를 똑똑하게 구분·저장·검색할 수 있는, 그런 통합적인 관리 솔루션은 어쩌면 영영 요원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ILM이라는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핵심 솔루션이 등장하기까지도 아직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ILM이란 개념이 스토리지 시장의 최대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를 거슬러 생각해보면 서버에 직접 데이터를 저장할 때는 서버의 가격 자체가 문제였다. 그러던 것이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또 NT로 바뀌면서 저장매체도 아주 싸졌다. 그리고 이 와중에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이제는 저장장치 가격이 서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능가하게 되면서 데이터의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해진 것이다.
사실 메인프레임 시절에는 데이터를 비트 단위까지 계산해서 저장공간을 아주 알뜰하게 썼지만 유닉스로, 다시 NT로 가면서 서버 가격이 낮아지자 저장공간을 쓰는 방식이 느슨해졌다.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단순히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옮겨가는 데도 3배의 저장 공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또다시 10배의 용량을 필요로 하게 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데이터의 효율적인 관리 문제는 어느 시대에건 계속 고민되고, 그 방법 또한 꾸준히 발전되어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몇 가지 환경의 변화가 오면서 좀 더 강력한 방법으로 데이터를 관리·보호해야 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 관리 관련 법 강화
스토리지 사용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로는 우선 유럽·미국 등을 시발로 데이터 보존과 관련한 규제가 아주 강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9.11 사건 이후 가지고 있던 모든 데이터가 소멸되어 문을 닫는 기업이 생기는가 하면, 미국 기업들의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 이후 데이터를 일정 기간 동안 보관하는데 있어서도 단순하게 저장·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인 틀에 맞게 저장·관리하도록 법에 명시되기에 이른 것이다.
한국HP 김성봉 부장은 “물론 과거의 HSM으로도 어떤 자료를 보관하고 관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떠한 실수나 재해로 데이터가 지워지게 되면 이것이 곧바로 법을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에 보존 기간을 규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략 솔루션으로서 스토리지를 운용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한다. 데이터 보존의 법적인 규제가 강화된 것이 ILM을 등장시킨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다. 엔론 사건 때 과거의 회계감사 자료를 갖고 오라고 했는데, 2~3달 걸려 겨우 제출한 자료가 회계 감사에 아주 부적합한 것들이었다는 사실에서 기업들의 데이터 저장과 보관이 얼마나 무원칙하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국내에서도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는 데이터를 기간 별로 구분해서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또, 의료법에서도 (주로 오프라인의 데이터이긴 하지만) 데이터 보존 기한에 대한 규정을 이미 갖고 있다. 지난 2000년 1월 20일 금융관련 법률 개정안에서 이미 컴플라이언스(com- pliance)를 ‘준법감시’로 표기하기로 한 것은 정부 역시도 데이터 보호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 급증, 정보로서의 활용가치도 커져
다음으로는 데이터의 양이 굉장히 많아졌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의 연륜이 쌓이며서 오래된 데이터들이 많아졌고, 인터넷이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중요해짐에 따라 데이터가 늘어나는 속도 역시 상상 이상으로 빨라진 것이다. 몇 년 전 데이터를 다른 장소에 보관하자는 개념의 HSM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HDS 코리아 황성현 부장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데이터 관리 비용이 너무 커진다는 점이 ILM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등장시켰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스토리지 수가 많지도 않았고, 서버에 직접 붙이는 DAS 방식으로 사용했지만 그동안 (데이터 급증에 따라)스토리지 인프라가 많이 늘어났고 이 자원들이 모두 네트웍으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구입 비용보다 관리 비용이 더 커지는 상황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결국 스토리지에서도 TCO나 ROI 개념이 대두된 것인데, 황성현 부장은 “‘처음엔 중요했지만 나중엔 그 중요도가 떨어지는 데이터들을 계속 1차 스토리지에 넣어둘 것인가?’하는 고민과 ‘스토리지를 관리할 수 있는 네트웍 기반이 잘 갖춰진 현실’이라는 두 조건이 결합되면서 ILM의 등장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의 양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단순한 ‘관리 문제의 대두’ 측면이 아니라, 조금 다른 측면에서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데이터가 충분히 쌓였다.”는 시각으로 바라본다. 다시 말해, 정보를 가공해 새로운 가치를 뽑아낼 수 있을 만큼의 데이터를 보유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ILM은 데이터들이 콘솔리데이션 되지 않으면 구현하기 힘들다. 어느 정도 데이터가 방대해져야 그 속에서 규칙들을 뽑아내어 비즈니스에 적용될수 있다.”는 것이 한국HP 김영채 과장의 설명이다.
결국 지금 시기에 ILM이라는 개념이 나오게 된 것은 데이터는 급증과 관리의 문제, ILM을 가능케 할 주변의 기술적인 성숙, 금액 대비 효과, 고객의 요구 등 시장의 여건이 성숙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래된 데이터를 싼 매체에-’HSM’
그렇다면 ILM 이전에는 어떤 방법을 이용해 데이터의 관리 효율을 높이고자 했을까?
우선 계층적 저장 관리(HSM : Hierarchical Storage Management)를 들 수 있겠다. HSM은 대용량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를 온라인을 통해 활용해야 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스토리지 추가 구매비용은 최소화하면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는 없을까?’를 고민한 데서 출발한 것으로, 자주 쓰지 않는 데이터를 2차 스토리지에 저장해주는 솔루션이다.
한국스토리지텍 윤준영 부장은 “ILM은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 개념은 아니다. 90년대 중반에 태어난 HSM 소프트웨어가 그 모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디스크에 데이터를 계속 넣다 보면 저장용량이 부족해지는데, 당시만 해도 고가이던 디스크를 무한정 구매할 수 없었기에 디스크에 테이프, CD 등 싼 매체를 연결해 자주 쓰지 않는 데이터는 거기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만 불러와서 쓸 수 있게 했다. 메인프레임이 워낙 비싸다 보니까 다른 매체를 저장 공간으로 쓰는 방식이 고민된 것”이라는 게 윤 부장의 설명이다. HSM 분야의 대표적인 회사로는 썬이 인수한 LSC, EMC가 인수한 레가토를 들 수 있다.
하지만 HSM과 ILM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HSM이 지난 데이터들을 다른 장소에 보관하자는 것이라면, ILM은 보관 위치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쉽고 빠르게 찾아서 정보화 시키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ILM은 HSM보다 TCO, ROI 등의 개념이 적극 고려된 방법론으로 볼 수 있다.

스토리지 자원 효율성 있게 쓰자-’SRM’
그런데 이 HSM이 처음에 병원 등 특정 시장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긴 했지만 기대만큼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HSM은 1차 스토리지로 디스크를, 2차 스토리지로 ODD나 주크박스를, 3차 스토리지로 테이프를 이용한다는 개념인데 이론적으로 구현이 잘 안되고, 속도가 느린데다가, 당시만 해도 ODD나 테이프가 비싼 축에 속했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HSM이 대두된 것은 디스크 가격이 워낙 비쌌기 때문인데, 지금은 디스크가 많이 싸졌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터가 워낙 급속도로 늘어나다 보니 다시 HSM 방식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ILM이라는 게 일반적인 스토리지 관리(SRM)와 크게 다른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스토리지 업체 관계자들은 ‘관리는 외형적인 것에 치우친 개념’이라고 말한다. 지금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의 양이 얼마고, 어디 어디에 나누어져서 저장되어 있으며, 어디는 많고 어디는 적다는 식으로 파악한다는 것이다. 한국스토리지텍 윤준영 부장은 “SRM은 사람의 머리 속 생각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중요하고, 이것은 나중에 보내도 된다는 식의 정책을 내려주지 않는다.”고 그 차이를 설명했다.
한국 썬의 이종식 차장은 “SRM은 스토리지 자원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인가가 고민의 초점이고, ILM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보자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접근”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는 “한국에서는 스토리지 가격이 계속 싸지는데 SRM 컨설팅을 왜 받느냐는 분위기 때문에, ILM의 관점에서 보면 미봉책이라고 할 수 있는 SRM 조차 제대로 태동도 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객이 ILM을 도입하려면 처음부터 제대로 된 컨설팅을 받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ILM은 데이터와 관련된 업무 프로세스 그 자체
ILM은 하드웨어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된 뒤에 정책을 세워 진행해야 되는 과제다. 따라서 HSM이나, SRM이 ILM으로 가기 위한 여러 구성요소들 가운데 일부분이 될 수는 있지만 ILM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데이터와 관련해 가장 관심이 많은 백업 또한 유사시에 대비해 데이터를 따로 저장해두자는 것이지, 업무에 참고하거나 이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ILM과 비교할 대상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IBM 이복연 과장은 “예전에는 저장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를 사용 빈도에 따라서만 나누면 됐지만 지금은 분류, 검색, 인덱싱 등의 기능에 데이터 보존 관련 법안까지 고려해야 될 것들이 훨씬 많아졌다.”고 전제한 뒤 “이러한 조건을 고려할 때 단순한 아카이빙이나 HSM 보다는 데이터와 관련된 업무 프로세스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ILM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국HP 김성봉 부장은 “컨설팅을 하러 가보면 저장 공간은 상당한데 분류가 잘 되어 있지 않고, 같은 데이터가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예전에는 스토리지 관련 컨설팅이 ‘데이터가 이 정도니까 공간이 이 정도 필요합니다.’는 식이었던데 반해, 이제는 데이터가 왜 그렇게 늘어났는지, 왜 특정 분야의 데이터가 유독 많이 늘어났는지 등 다양한 점들을 분석해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해야 된다는 것. “정보가 정말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 스토리지 관리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는 한 설문조사 결과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경영진과 전산담당자의 반응 완전히 달라
한편, 벤더들 사이에서도 전략에 조금씩 차이는 존재하는데, 크게는 ILM을 표방하는 쪽과 DLM(Data Lifecycle Management)을 표방하는 쪽으로 나눌 수 있다. ILM을 표방하는 쪽에서는 “‘Information’이라는 용어를 쓰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정보로서의 가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DLM을 주창하는 쪽에서는 “아직까지 ILM은 뜬구름 잡는 소리다. DLM은 현재 적용 가능한 솔루션을 가지고 새로운 데이터관리 방법을 내놓은 것”이라고 차별화를 하고 있다. 덧붙여 말하면, DLM은 전체 SAM(Storage Area Management) 영역 안의 한 부분이라는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ILM이라는 방법론을 바라보는 고객의 반응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개념을 설명했을 때 경영진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는 반면, 전산 관리자 입장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보편적인 평가다. “경영진이 볼 때는 이처럼 저장매체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면서 전략적 경영을 하는데 필요한 정보들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겠지만, 실무진 입장에서 보면 데이터마다 어떤 규정을 해줘야 하는 등 도입 초기에 업무량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꺼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게 한국 썬 이종식 차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정 부분 작업을 거치고 나면 그 뒤부터는 효율성이나 편이성 면에서 지금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국스토리지텍의 윤준영 부장도 “ILM 도입은 위에서부터 내려와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돼야 하는 사업”이라고 말한다. 설명을 하면 다들 안다는 반응이지만 워낙 복잡한 작업이고, 모범답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실무진에서는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국스토리지텍은 얼마 전 국내 대기업 몇 곳을 대상으로 스토리지의 효율적인 활용과 관련한 3일짜리 테스트를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도 스토리지 담당자들과 경영진의 반응이 너무 달랐다고 한다.

‘전략적 데이터관리의 중요성’ 인식 부족
HDS 코리아의 최민호 차장은 과거 서버 시장이 물갈이되던 시기에 빗대어 “고객이 이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말한다. 메인프레임에서 오픈 시스템으로 바뀔 때 전산담당자들의 고생이 엄청났다는 것이다. 또, 일부 고객들 가운데서는 ‘ILM의 정확한 상을 보여주면 도입해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최 차장은 “벤더가 결코 정답을 줄 수는 없다. 회사의 전략과 통해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식의 기초를 만들어줄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어떤 고객들은 ILM이 회사에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업체 관계자는 “벤더들이 그렇게 선전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ILM은 그 데이터가 우리 회사의 경영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정책적 기준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ILM을 바라보는 고객들의 반응에 대해 업체들은 “상당한 붐이 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만큼은 잘 되지 않는다”는 공통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아직까지 스토리지 시장에서는 백업이 주된 관심사인데다가, ‘준법감시’ 부분이 아직은 피부로 와 닿지 않는 것 같다고. 또 대부분의 실무자들이 ILM을 설명하면 HSM 정도로 이해해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붐 조성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라고 한다.

벤더들,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성공 확신
이 밖에 일부 대기업에서는 “싼 가격에 스토리지를 넉넉하게 구입해 저장 공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ILM을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국 썬 이종식 차장은 “지금 스토리지 시장은 가격이 없어졌다고 할 정도로 가격이 싸졌다. 또 새 제품이 나왔을 때 이전 제품과의 가격 차이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 큰 곳이 스토리지 분야이다.”며, 이처럼 부담 없는 스토리지 가격이 ILM의 정착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토리지 업계에서는 “데이터 분류·저장·인덱싱 등을 상당 부분 자동화할 수 있는 툴이 출시되고, 누군가 도입해서 성공하는 모델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시장에 급속히 확산되어 나갈 것”이라고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도입의 효과를 자신한다는 얘기가 되겠다.
한국EMC 허주 차장은 “궁극적으로는 ILM을 할 수 있는 솔루션들이 투입이 되지 않는다면 공간 부족이라든지, 정보 이용 효율성 부분에서 계속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전망한 뒤 “하지만 ILM의 궁극적인 모습이 어떻게 만들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고객의 환경과 정책방향, 정보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느 기업 하나도 같지 않기 때문에 다른 어떤 제품이나 솔루션보다 현지화가 많이 돼야 할 것이다.”고 충고했다.

ILM 성공의 첨병은 컨설팅
ILM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각인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데이터의 가치가 기업의 가치를 능가하고 있고, 9.11 사건이나 대규모 지진 등으로 정보를 잃어버려 망하는 기업이 생기기도 하는 상황이 도래했으므로 데이터를 그냥 ‘자료’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특성이나 가치를 평가해보자는 얘기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업체 관계자들은 전체 IT 인프라의 맨 꼭대기에서 ILM 전략을 관장하는 솔루션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러한 솔루션의 등장이 영영 힘들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같은 분야에서 같은 타깃을, 같은 방식으로 공략하고 있는 비슷한 규모의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정도와 분류하는 기준이 모두 다를진대 하나의 솔루션으로 수많은 고객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가능한 얘기냐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ILM이든, DLM이든 마케팅적인 측면, 개념적인 측면이 강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가트너는 한 보고서에서 “ILM은 그 개념의 20%만이 상용화될 뿐 80%는 계속 비전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ILM 성공의 첨병은 컨설팅이 될 것이라는데 모든 벤더들이 동의하고 있다. 한국IBM 이복연 과장은 “ILM은 개념이고, 전략이다. 그래서 벤더들마다 다 비슷한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은 그 벤더가 얼마나 꾸준히 준비를 했고, 얼마나 성의 있게 고객을 분석하는가에 따라 고객의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수준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드웨어 시장의 정체로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스토리지 업계에 ILM이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은 마치 안개 속을 걷고 있는 형국이지만, 벤더들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었고 하반기부터 관련 솔루션들이 속속 출시될 예정인 만큼 머지 않아 ‘기업의 데이터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ILM의 명쾌한 상이 그려지길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ILM은 고객에게 최적화된 데이터 및 스토리지 관리 프로세스를 찾아내는 ‘탐색과 컨설팅과 기획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국 베리타스
DLM 구현의 모든 기술적 요소 갖췄다

베리타스가 얘기하는 DLM은 보다 수평적인 개념이며, 비전이나 전략이라기보다는 요소 기술의 성격이 강하다. 가장 좁은 의미로 볼 때 DLM은 데이터 보호, 복제 등과 함께 데이터 관리(Data Management)를 구성하는 한 요소이며, 유틸리티 컴퓨팅이라는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거대한 인프라스트럭처의 한 영역이다.
DLM이 그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고 데이터 관리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보호, 복제 등과 같은 솔루션뿐 아니라 SRM, 서비스 관리, 서버 및 애플리케이션의 고가용성, 성능 관리 등과 연계·공유·자동화될 수 있어야 한다.

DLM에 필요한 기술적 요소 8가지
DLM의 구현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술요소를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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