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결정...'내년 정부 지원금 0원'에 학생들 반발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가 재정 자립화 위기에 직면해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허운나 총장이 8일 이사회에서 총장직 사임을 결정했다. 허운나 총장을 비롯해 대기업 임원을 겸하고 있는 일부 임원이 ICU의 재정자립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분란을 야기한 책임을 지고, 이를 잠재우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사회의 가장 큰 안건인 '이사회에서 정통부 장관을 제외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정관개정'은 학생들의 강한 반발 등을 고려해 무산됐다. 이날 이사회는 정통부, 교육부, ETRI, 일부 기업의 멤버들로 구성된 'ICU 이사회 수장은 정통부 장관이 맡아야 한다'는 현 정관을 변경할 계획이었다.


▲ 이사회 장소였던 한국정보통신 징흥원 건물앞에 300여명의 학생들이 시위하고 있다.






내년부터 국가 지원 끊어져
이사회장 앞에서 시위를 하던 학생들은 "정통부는 정관개정으로 정통부 장관을 이사회에서 탈퇴시켜, 사실상 ICU에서 손을 떼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내년부터는 ICU에 국가 지원이 없어진다는 점을 들어 무책임한 정통부의 자세를 강하게 성토했다.

이에대해 정통부 측은 "지원을 주는 조직의 장관이 지원을 받는 조직의 수장직을 맡는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국회의 시정명령에 따른 조치"라고 반박하며, "오늘은 학생들 반발로 유보됐지만 어차피 차후에는 정관이 개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ICU는 10년 전에 IT 인재 양성을 위해 정통부가 주도해 설립한 대학으로, 수능 상위 1%의 학생들이 입학해 정부 지원으로 공부 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점차 지원금을 줄이다가 내년도 예산에는 아예 ICU 지원금을 포함조차 시키지 않았다. 2005년에 ICU를 특별히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이 실패한 바 있는데, 기획예산처는 특정 사립대학에 지원금을 준다는 게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정남 이사가 시위하는 학생들에게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 "정통부 책임 회피" 주장

이에 과학기술부 산하의 카이스트에 ICU를 통합시키는 방안과, 재정자립화를 시키는 두가지 방안이 검토됐었다. 학생들은 "통합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허운나 총장을 비롯해 일부 이사회 멤버가 강하게 재정자립화를 추진, 2년째 심각한 갈등에 놓여왔다.

정통부는 "우리도 역시 학생들과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결정은 정통부가 아닌 이사회에서 하는 것"이라며 한발 물러나 있으며, "카이스트와 통합하는 것도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며, 국회에서 이를 통과하지 않으면 정통부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정통부의 태도를 두고 "책임회피"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이사회는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용산에 위치한 한국정보통신진흥원으로 갑작스럽게 장소가 변경되고, 학생들에게는 이를 미리 공지하지 않아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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