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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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수석과학자의 ‘빗나간 예언’





"IBM의 모든 서버는 'zip'으로 통합될 것이다"
IBM 시스템i의 효시인 AS/400을 개발한 프랭크 솔티스 박사가 2002년 던진 발언이다.
zip란 IBM의 메인프레임 제품인 시스템z, 통합 운영체제 제품인 시스템i, 유닉스 제품인 시스템p를 합친 말이다. IBM은 서버 제품 간 기술 공유를 지속해, 종국에는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윈도우, 리눅스 등 서버의 모든 플랫폼이 하나의 하드웨어에 통합될 것이라는 게 수석 과학자였던 솔티스 박사의 계획이었다.

이는 IBM이 바람직한 기술 개발 방향이라는 판단하에 설정한 자사의 로드맵 발표이기도 했다.
당시 솔티스 박사는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누차 강조했지만, IBM은 그의 예언대로 모든 서버를 zip으로 통합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시스템p와 같은 '파워' 프로세서를 쓰고 있는 시스템i는 시스템p 전용 운영체제인 'AIX' 탑재가 가능하므로, 이미 두 플랫폼은 통합됐다고 볼 수 있다. 시스템z도 역시 시스템i처럼 전용 운영체제 외 모든 운영체제 탑재가 가능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단지 프로세서가 다를 뿐이다.
솔티스 박사가 던진 예언의 핵심은 파워6가 출시되면 이를 메인프레임에도 탑재하는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된다면, IBM의 모든 서버들은 하드웨어 성능 및 기능면에서 사실상 거의 차이가 없어지고, 솔티스 박사가 당초 그렸던 '시스템zip'가 탄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파워6가 메인프레임에 탑재되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파워6의 가용성 및 성능이라면 시스템z의 'CISC' 칩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IBM 역시 메인프레임의 전통 시장인 금융권에서 파워6의 가용성 및 고성능을 매우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IBM은 정작 파워6가 올해 출시되자 "CISC와 파워6는 설계 사상이 다르다"는 애매한 이유를 들어 이를 메인프레임에 탑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번복했다. z, i, p 모두 똑같이 고가용성과 고용량 처리, 고성능, 서버 통합 효과 등을 강조하는데다 시장도 겹치는데 그 '설계사상'이 뭐가 어떻게 다르다는 건지 IBM은 속시원한 대답을 못하고 있다.

결국 '시스템zip' 등장이 기술적으로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절대 나올 수 없는 이유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메인프레임을 사수하기 위한 IBM의 전략이라고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메인프레임은 특유의 가격정책으로 타 플랫폼 보다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윤창출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고객이 '헷갈려' 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IBM은 지금껏 고객들이 메인프레임에 쏟아붓는 불만들을 십분 고려해, 기술적인 개선을 거듭해왔다.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오픈소스 운영체제 탑재가 가능하게 기획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결국 타 플랫폼들과의 차이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데도 "메인프레임은 최고의 가용성을 갖춘 최고의 플랫폼"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i나 p는 메인프레임보다는 가용성이 떨어지는 것이냐"고 물으면, 또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i나 p 마케팅 시에도 역시 금융권 코어 뱅킹 시스템으로 최고의 가용성을 갖췄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또 시장에서 유닉스와 치열한 경쟁을 불사르며 메인프레임을 내세운다.

같은 시장에서 비슷한 하드웨어들을 가지고 혼란스런 마케팅을 하는 IBM의 행보를 두고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사업 부서별로 나눠먹기 식으로 장사한다"고 비꼬기도 한다.
'zip의 예언'이 실행됐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희소식이었을 것임에는 분명하다. 허나 수지타산적인 속내로 굳이 그렇게 못하겠다면, 최소한 플랫폼별 정체성이라도 분명히 해주는 게 고객에 대한 배려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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