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산업진흥법 개선안 국회 통과 지지부진…산업계 우려 종식 필요

[컴퓨터월드] 지난해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공공SW사업의 해묵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SW 아직도 왜 TF’를 발족했다. 7월 24일 개최된 1차 회의를 시작으로 9차례에 걸친 회의가 진행됐으며, 이후 관련부처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12월에 이르러 최종적인 개선안이 발표됐다. 하지만 국내 SW업계에서는 여전히 현실화되지 못한 TF 결과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행력’ 강조한 TF, SW업계 기대 높아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이 발주하는 공공SW사업은 지난해 기준 연간 약 4조 원 규모로, 이는 국내 SW시장 규모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공공소프트웨어 사업이 국내 SW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이 정부의 SW사업 발주제도 등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국내 공공SW사업에 대해 이미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문제제기들이 있어왔고, 그에 따라 정부 측에서도 다양한 개선안을 내놓았다. 지난 정부에서도 조달청이나 미래부 역시 공공SW사업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정책연구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공공SW사업에 있어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은 여전히 남아있으며, 공공SW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SW기업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과기정통부 측은 ‘SW 아직도 왜 TF’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실행력임을 거듭 강조해왔다.

실제로 문제제기를 통해 제도가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켜지지 않는 발주 관행들은 여전하다. 공공SW사업에 있어 헤드카운트(투입인력 관리) 방식 활용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미 과기정통부는 지난 2016년 공공SW사업 제안요청서에서 헤드카운트 방식을 금지하고, 필요한 경우 PM이나 PL 등 핵심인력만을 관리하도록 ‘SW사업 관리감독에 관한 일반 기준’을 개정한 바 있다. 행정안전부 역시 전자정부사업을 수행할 경우 공공기관이 헤드카운트 방식을 사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공SW사업에서는 관례적으로 헤드카운트 방식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공SW사업의 제안요청서에서는 여전히 투입인력에 대한 자료가 첨부되고 있으며, 이에 기반한 사업대가 산정이 이뤄져 수주 기업의 희비가 갈리기도 한다. SW업계 관계자는 문제를 파악하고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업 발주 단계에서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이미 국내 SW업계에는 공공SW사업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러한 인식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발주 단계에서의 요구사항과 최종적인 결과물 사이에 많은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불명확한 요구사항으로 인해 공공기관의 자의적인 해석과 과업 변경이 빈발하며, 추가 과업이 발생하더라도 적절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개발자 근로여건 및 기업의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과업변경심의위원회가 마련돼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난 2015년 시행된 공공SW사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업변경심의위원회 개최 건수는 23건, 미개최 4,928건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SW산업협회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과업범위를 변경할 경우 발주 단계에서 사업 규모를 잘못 설정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여겨, 요구사항에 없던 기능이 필요할 경우 암암리에 수주 기업에게 추가적인 과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주기업은 차후 공공SW사업에서의 불이익을 겪지 않기 위해 어쩔수 없이 추가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역시 지난해 12월 열린 ‘SW산업 육성을 위한 공공SW사업 혁신방안 발표회’에서 그동안 정부 측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실제 SW업계에서 느끼는 것과는 괴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영민 장관은 “실제 제도가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실행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TF가 보여주기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절박한 심정으로 수행해 우리나라 SW산업 전체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W 아직도 왜 TF’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실행력이며, 정부부처와 관련업계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용해 눈에 보이는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SW산업진흥법 개정, 정치 이슈에 막혀
당시 ‘SW 아직도 왜 TF’는 유영민 장관의 강력한 추진 의사와 소통 의지를 통해 국내 SW업계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TF가 종료된 지 9개월이 지난 지금, SW업계는 이번 TF 역시 예전의 많은 개선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유야무야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올해 상반기 중에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올해 안에 법률 개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SW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 입법예고를 공개해 발빠른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기존 SW산업진흥법을 SW진흥법으로 변경하고, 조문 역시 47개조에서 93개조로 대폭 확대해 SW가 적용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커버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에는 ‘SW 아직도 왜 TF’에서 논의된 ▲제안요청서 요구사항 명확화 ▲과업 변경·추가 시 적정 대가 지급 ▲SW지식재산권 기업 활용 촉진 등 공공SW사업 발주제도 개선안이 반영됐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그동안 누적된 공공SW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관련 업계는 지난해부터 보여줬던 실행력 중심의 강한 추진의지에 비하면 기세가 한풀 꺾인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미 개정안 입법예고와 함께 법,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등 세부적인 준비를 모두 마쳐놓고서는 그 다음 단계, 즉 개정안 통과와 실제적인 공공SW사업 관행 개선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SW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시행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TF 진행 중에도 지속적으로 실행력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제도 및 관행 개선을 위한 준비과정부터 추진력에 대한 아쉬움을 보인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 지난해 ‘SW 아직도 왜 TF’ 종료 후 계획. SW산업진흥법 개정은 올해 내에 추진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한편 한국SW산업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SW업계에서 TF에 보여준 많은 관심에 비추어보면, 올해 SW산업진흥법 개정과 구체적인 시행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이 쌓이고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법 개정이 과기정통부 혼자서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최근 계속된 사회·정치적인 이슈로 국회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어 우선순위가 밀려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한 “과기정통부도 국회에서의 SW산업진흥법 개정안 통과 이외에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동희 국민대학교 교수는 “이미 과기정통부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했다”며, “충분한 준비를 갖췄음에도 외부 요인으로 인해 진척이 더뎌지고 있는 것이므로, 과기정통부를 지탄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한 법안 통과가 막혀있어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지금, 과기정통부 고시나 관리지침 등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과기정통부는 지난 7월 공공SW사업 발주제도 개선과 관련된 정책 세미나를 개최, 정부 중앙부처 정보화담당관들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SW산업진흥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나눈 바 있다. 법안 상정 및 통과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지속적으로 관련 제도 및 관행 개선을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SW산업계 안심 위한 지속적 행보 필요
한편 학계 및 산업계에서는 ‘SW 아직도 왜 TF’가 종료된 이후 ‘끝까지간다 연구회’를 발족, 공정한 공공SW사업 발주 문화 마련과 SW생태계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연구회는 이동희 국민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심기보 KAIST 교수,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 조창제 상용SW협회 회장 등 국내 SW산업계의 중요 인사들이 모여서 구성됐다.

연구회는 지난 TF에서 개선된 제도의 실행을 강조한 만큼 학계와 산업계가 나서서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정책 제언을 수행할 방침이다. 지속적인 모임을 통해 정부의 제도 개선 성과를 점검하는 한편, 국내 SW산업계의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전달함으로써 과기정통부의 행보에 힘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에는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두고 관련 세미나와 토론회를 진행, 산업 현장의 요구사항을 구체적인 목소리로 전달하고 있다. 특히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과기정통부에게 힘을 싣고 SW업계의 오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SW업계가 제동이 걸린 과기정통부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는 과기정통부 측이 지난해 ‘SW 아직도 왜 TF’ 수행 단계에서도 인지한 바와 같이, 그동안 공공SW사업 관행 및 제도 개선이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국내 SW업계가 예상하는 바와 같이 SW산업진흥법 개정이 내년으로 미뤄져 공공SW사업 관행 개선 또한 늦춰진다고 해도, 과기정통부 측에서는 발주제도 개선을 위한 세미나와 같이 SW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행보를 통해 SW산업계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 만약 SW업계가 지난한 개정안 통과에 지쳐 등을 돌리게 된다면 정부부처인 과기정통부로써는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은 장애에 부닥친 과기정통부의 현명한 행보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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