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구분에 이어 수준 분류 기준 구축…개인 성장 가이드라인 제시 및 기업 인사체계 활용 기대

[컴퓨터월드] 한국SW산업협회가 마련하고 있는 ‘IT분야 역량 인정체계(이하 ITSQF)’가 지난해 직무 구분 체계 마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순조롭게 다음 단계에 들어갔다.

ITSQF는 한국형국가역량체계(Korean Qualifications Framework, KQF)에 기반해 학력, 경력, 교육이수, 수상실적, 자격증 등 다양한 지표를 바탕으로 SW기술자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민간 주도의 체계다. 이를 통해 SW기술자가 자신의 역량을 바탕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향후 개인의 경력개발에 필요한 체계적인 역량개발의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민간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SW 역량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SW 역량을 갖춘 인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빅데이터나 AI, IoT,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대략적인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 직업 훈련이나 교육기관이 생겨나고 있기는 하지만, 미래의 IT 산업계에 어떤 역량이 요구되며 해당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를 알려줄 수 있는 로드맵이 선행돼야 한다.

가령 IT 분야의 특정 직무에 A·B·C·D와 같은 역량이 필요하다면, IT 산업 종사자가 그 중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그 수준은 어떠한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부족한 역량을 채우기 위한 학습 방향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도 특정 업무를 담당하기 위한 신입사원을 채용하고자 할 때, 자사가 요구하는 직무가 무엇이며 정확히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 고지할 수 있다면 채용 과정에서의 번거로움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ITSQF는 이러한 과정에 필요한 개인 역량의 객관적인 검증과 성장을 위한 가이드라인, IT 산업계의 공통분모가 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 ITSQF는 KQF 및 NCS에 기반해 IT 업계 종사자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체계다.

28개 직무 구분, 직무별 핵심역량 제시
기존의 IT 업계 종사자들은 담당 직무별 세분화가 이뤄져 있지 않았으며, 해당 직무를 명확히 정의하는 객관적인 기준도 없었다. 이에 따라 IT 업계 종사자는 가이드라인 없이 여러 업무들을 접하게 되면서 다양한 도구와 언어를 다룰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한 가지에 대해 전문적인 역량을 기르기에는 어려웠다. 실제로 현업에서 활동 중인 IT 업계 종사자들 중에도 스스로를 대표하는 직무 혹은 역량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국SW산업협회는 ITSQF 마련을 위한 준비과정 중 하나로 국내 IT 업계의 직무를 정보기술컨설턴트, SW아키텍트, 응용SW개발자 등 28가지로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8개 직무별로 각각 10명 이상의 전문가를 투입해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했으며, 기업들이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직종 구분 체계를 참고함으로써 현장과의 괴리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 또한 이렇게 마련된 28개 직무에 대한 직무기술서를 제작해 세미나를 통해 안내·배포했으며, 직무기술서는 28개 직무에 대해 각각 요구되는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향후 어떤 직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를 안내하고 있다.

이는 업계 종사자의 개인 역량 개발에 도움이 되면서도 기업의 인사관리 체계를 세우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직 명확한 체계를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은 물론, 이미 내부 규정을 마련한 대기업의 경우에도 자사의 기준에 타당성을 부여하고 직원들의 경력을 관리하는 데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인사관리 체계는 인사권자의 편의에 따라 구성돼 객관성을 잃거나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지만, 이를 ITSQF라는 공공의 기준을 참고해 마련한다면 이러한 부담을 상당부분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SW산업협회가 직무기술서를 바탕으로 KT DS의 IT 관련 직원 중 약 50%에게 ITSQF를 시험 적용해본 결과, 인사관리자들과 기술자들 모두가 현업을 잘 반영하면서도 공정한 기준이라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추후 한국SW산업협회는 지난해 마련한 28개 직무 구분을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KT DS의 나머지 50%에 달하는 IT 관련 직원에게도 시범사업을 연속 추진하는 한면, KT DS 이외의 다른 기업·기관들에서도 지원을 받아 ITSQF의 직무 구분 테스트를 추진한다.


직무별 수준 분류 기준 마련…‘등급제’ 부활 선입견에 주의
지난해까지 ITSQF의 목표가 IT 업계의 직무를 구분하는 것이었다면, 올해의 목표는 각 직무별로 역량 수준을 분류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같은 직무에 속해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역량에 따라 명백한 수준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므로 이를 체계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준에 대한 분류 체계가 마련된다면 IT 업계 종사자들은 자신의 역량을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냄으로써 정당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으며, 신입 직원들은 자신의 원하는 직무 내에서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단기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수준에 대한 분류에 더불어 필요한 것은 개인이 해당 수준에 적합한지를 증명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ITSQF는 학력, 경력, 교육이수, 수상실적, 자격증 등 다양한 지표를 활용한다. 따라서 개인의 직무 수준을 증명할 때에도 학력, 경력, 교육이수 등과 같은 지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만약 한 개발자가 해외 유명 대회에서 수상한 실적을 통해 본인의 역량을 증명할 수 있다면, 별도의 경력을 쌓거나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역량을 인정해주는 것이 합당하다. 이를 통해 해당 개발자는 본인의 역량을 증명하기 위한 중복투자를 방지할 수 있다.

직무 구분과 수준 분류 체계 마련은 IT 업계 종사자의 글로벌 진출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ITSQF의 모태가 된 KQF 추진단은 해외의 다른 직무 및 역량 구분 기준과의 교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개인이 KQF에 기반해 역량을 검증받았다면 교류가 돼있는 다른 나라에서도 별도의 과정 없이 동일한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본인의 역량이 해외의 검증 기준 또한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KQF가 보증함으로써 개인이 해외 진출에 대한 도전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수준 분류 체계 마련에 대해서 한국SW산업협회는 직무 구분보다도 한층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ITSQF가 지난 2012년 11월 폐지된 ‘SW 기술자 등급제(이하 등급제)’의 뒤를 잇는 것으로 오해받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 일각에서는 ITSQF를 새로운 등급제의 등장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한국SW산업협회 관계자는 “ITSQF가 IT 업계 종사자의 직무와 수준을 객관적으로 구분해낼 수 있다면 개인의 역량 발전과 기업의 인사체계 마련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과거 등급제와 관련해 많은 IT 종사자들이 좋지 못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협회 측에서도 ITSQF의 구축과 홍보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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