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프레미스 시장 포화 상태…플랫폼 전략, 업종별 표준화 등 다양한 해법 제시

[컴퓨터월드] 클라우드가 ERP 시장에도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충분한 자본과 역량을 갖춘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ERP가 클라우드를 통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까지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클라우드 ERP는 온프레미스 ERP에 비해 저렴한 초기 도입비용과 유지보수인력 등으로 큰 반응을 얻고 있다. 글로벌 ERP 공급업체들과 국내 ERP 공급업체들은 새롭게 부상하는 클라우드 ERP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클라우드 ERP 시장이 확대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비용 등에서 업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크게 유리하지 않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국내외 대표 ERP 공급업체들의 행보를 통해 클라우드 ERP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클라우드가 IT 업계를 파괴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지난달 김형래 한국오라클 사장은 오라클 스토리지 사업부 전략을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문자 그대로, 4차 산업혁명의 기수 중 하나인 클라우드는 IT업계 전반을 파괴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프라이빗과 퍼블릭을 가리지 않고 클라우드 도입은 기업들의 제1과제로 떠올랐으며, 클라우드로의 전환 없이는 기업의 경쟁력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인식 또한 팽배하다.

기업의 전사적자산관리시스템(이하 ERP) 역시 이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존 온프레미스 방식의 ERP는 클라우드를 만나 더 짧은 도입 기간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과거의 ERP는 비싼 가격과 높은 유지비용, 전문 관리 인력의 필요성 등의 이유로 충분한 자본력과 업무 처리 프로세스를 갖춘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반면 오늘날 클라우드와 결합한 ERP는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용을 무기로 중소기업 시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대기업 시장을 위주로 공략해오던 SAP과 오라클 등의 글로벌 ERP 공급업체들에게서 이러한 경향이 잘 나타나고 있다.

SAP는 자사의 S/4HANA의 모든 신규 프로세스 및 기능개발을 클라우드 솔루션에 먼저 적용하겠다고 밝혔고, 오라클은 서울에 오라클 디지털 프라임(ODP) 허브를 신설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ERP 공급업체의 솔루션은 성능은 믿을 수 있지만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한데,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클라우드를 통한 가격 절감와 공격적인 마케팅이라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소규모 신규 고객에게 클라우드 ERP를 권하는 것은 물론, 기존에 제공하던 온프레미스 ERP 고객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이 거두고 있는 수입의 대부분은 여전히 온프레미스에서 나오지만, 향후 시장이 변화하는 양상에 따라 이 구도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게 국내 ERP 공급업체들의 생각이다.

대표적인 국내 ERP 공급업체 중 하나인 영림원은 지난해 클라우드 ERP로 일어난 매출이 전체의 10%에 불과함에도, 향후 클라우드 ERP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될 것이라고 보고 이에 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 확장 가능성이 있는 클라우드 ERP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SAP, ERP 벗어나 통합 플랫폼으로 전환 시도

기존 ERP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SAP 역시 클라우드 ERP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의 장점을 3A(Any Time, Any Place, Any Device)로 정의하고, 이에 부합하는 클라우드 ERP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SAP는 올해부터 온프레미스보다 클라우드 ERP를 위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힌 상태이다.

SAP는 현재 완전한 디지털 변혁이 가능한 ERP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핵심이 되는 ERP를 중심으로 각 사업 분야에 따른 확장기능을 덧붙여, 기업 내의 모든 기능을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 형태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SAP 내에서 ERP라는 용어보다 디지털 코어(Digital Core)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확장 ERP(Extended ERP) 영역을 디지털 LoB(Digital Lines-of-Business)로 명명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부분을 방증한다.

즉 디지털 변혁의 근간이자 플랫폼 역할을 해줄 디지털 코어(ERP)를 중심으로, 다양하고 세분화된 디지털 LoB(확장 기능)를 제공해 기업의 모든 영역을 하나의 세그먼트로 통합 관리해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SAP가 제공하는 ‘SAP HANA 클라우드 플랫폼(SAP HCP)’은 SAP의 플랫폼화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메모리 DBMS(in-memory DBMS)에서 데이터 플랫폼으로 확장된 S/4 HANA를 활용해, 클라우드 환경에 가장 적합한 통합 플랫폼으로써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S/4 HANA는 ERP, CRM(고객관계관리), SRM(공급자관계관리), SCM(공급망관리), PLM(제품수명주기관리) 등을 통합 제공하는 비즈니스 솔루션 스위트로 제공되며, 추가적으로 ‘SAP HANA 클라우드 인티그레이션(SAP HCI)’를 통해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통합 서비스를 빌트인(built-in) 형태로 제공한다.

즉 핵심적인 디지털 코어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플랫폼화해 제공하고, 여기에 추가적인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기능 확장이나 독립적이고 유연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도록 이중적인 구조를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현재 SAP는 S/4 HANA를 활용한 온프레미스 및 클라우드 솔루션을 갖추고 있으며, 신규 프로세스나 기능 개발을 클라우드 중심으로 진행하는 클라우드 우선 정책을 펴고 있다. 신규 제품이나 버전 업데이트 주기도 온프레미스는 1년, 클라우드는 분기 단위로 진행해 차등을 두고 있으며, 이는 즉각 버전 업데이트 반영이 가능한 클라우드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 IT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은 필수불가결하다”

▲ SAP코리아 최근홍 S/4HANA 영업총괄(왼쪽),
박장환 디지털앱 프리세일즈 본부장(오른쪽)
SAP는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기업 시스템이 클라우드로 옮겨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세 가지 측면, 즉 ▲신속성(Agility) ▲확장 가능성(Extensibility) ▲자원효율의 극대화에 따른 것이다. 이 문제는 디지털 변혁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먼저 신속성 측면에서는 과거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비즈니스가 디지털화 되고 있고 기업은 이를 신속하게 수용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프로세스를 애플리케이션화해 클라우드 환경에서 빠르게 배포하고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문제점 개선이나 새로운 기능의 추가 역시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SAP 역시 클라우드 솔루션의 출시 주기를 온프레미스보다 빠른 분기 단위로 제공하고 있다.

다음으로 확장 가능성 측면에서는 기업의 글로벌 진출 또는 해외기업 M&A등이 가속화 되면서 기업들의 시스템 확장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해외법인들에 대한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으며, 서로간의 유기적인 연결과 확장에 많은 역량을 쏟고 있다.

이런 점에서 클라우드 솔루션은 이미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 인프라가 확보돼 있어 기업의 빠른 해외 진출 및 신규 사업진출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 두 가지 요소 모두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경쟁하기 위한 중요한 시스템적 요소다.

마지막으로 자원효율의 극대화 측면이다. 과거 기업의 IT시스템 한계는 해당 기업의 피크타임에 맞춰 설계됐다. 이는 IT시스템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였으나, 평상시에는 전체 가용 용량의 일부만 사용돼 기업의 IT자원 활용도가 매우 떨어지는 구조였다.

하지만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각 기업은 피크타임에만 많은 양의 자원을 사용하고, 평소에는 적은 양의 자원을 활용해 유기적인 분배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용한 만큼의 비용만 지불하는 효율적인 자원 활용이 가능해진다.
 


온프레미스는 포화…클라우드로 시장 확대

오라클 역시 클라우드 ERP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오라클 측은 “기존 온프레미스 방식의 신규 ERP 수요는 크게 줄어든 상태”라며, 새로운 시장 확보의 가능성이 클라우드에 집중돼 있음을 강조했다.

현재 오라클처럼 클라우드 ERP를 제공하는 벤더에게 설명회나 상세 세션 진행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오라클은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온프레미스 ERP의 클라우드 전환과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오라클이 제시하는 클라우드의 장점은 바로 민첩성(Agility)이다. 검토에서 구축까지 최소 1년 이상 소요되는 온프레미스 방식과 달리, 클라우드 방식은 수개월 이내에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따라서 신규 비즈니스를 론칭하거나 조인트벤처 회사를 설립하는 등 비즈니스 속도가 중요할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오라클과 같은 벤더사가 직접 유지보수와 정기적인 업그레이드를 담당해 새로운 기능을 즉각 활용할 수 있으며, 유지관리를 위한 인력을 둘 필요가 없어 비용절감에도 유리하다.

한편 오라클은 국내 ERP 시장이 미국과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게 클라우드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 등의 ERP 시장은 이미 클라우드 체재로 바뀌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온프레미스 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이는 특히 복잡하고 큰 규모의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는 대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비교적 단순한 IT 시스템을 갖춘 중소기업은 클라우드로의 전환이 용이한 편이다.

오라클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이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쉽게 고려하지 못하는 것은 커스터마이징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ERP 솔루션은 미국과 유럽 기업의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별다른 커스터마이징을 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ERP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클라우드 방식으로의 전환도 비교적 자유롭다.

반면 국내 ERP 생태계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국내 기업 프로세스에 맞는, 혹은 각각의 기업 프로세스에 맞는 커스터마이징 비중이 높은 상태로 유지돼 왔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클라우드로 전환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라클은 상대적으로 규제의 영향이 크고 커스터마이징 요구가 많은 공공과 금융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고 밝혔다. 오라클 클라우드 ERP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2,900여 기업이 채택해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각 기업 프로세스에 따른 커스터마이징을 최소화해 구축기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업무 복잡성이 높고 커스터마이징 요구가 많은 기업 대상으로는 다양한 표준기능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오라클은 ERP를 포함한 SaaS(서비스형 SW)뿐만 아니라 PaaS(서비스형 플랫폼)와 IaaS(서비스형 인프라)도 서비스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다양한 타 시스템과의 연계(Integration) 요구를 PaaS를 통해 자체적으로 지원한다. 이에 따라 높은 커스터마이징 요구와 타 시스템과의 연계가 필요한 기업에게 보다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복잡하고 커스터마이징 비중이 높은 ERP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에게는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를 겸하는 하이브리드 형태 ERP를 제공하고, 신규 ERP 도입이나 기존 시스템 노후화로 업그레이드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에게는 차세대 클라우드 ERP를 제안한다.

글로벌 ERP 제공업체 중에서는 후발주자라 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역시 국내 온프레미스 시장이 성숙기에 다다른 것으로 파악했다. ERP는 단순한 업무시스템에서 벗어나 기업의 전략과 방향을 결정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따라서 국내외 ERP 공급업체들은 클라우드·IoT·머신러닝 등을 활용해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등 확장된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MS의 ERP와 CRM을 하나의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 통합한 ‘다이나믹스365(Dynamics365)’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출시된 것이다. ‘다이나믹스365’는 MS의 생산성 플랫폼(Office365), 데이터분석 플랫폼(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반 머신러닝), 모바일 플랫폼을 MS 애저(Azure) 기반으로 통합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단일한 플랫폼에서 쉽고 빠른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제조기업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등의 확장 기능이 필요할 때 애저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앱 형태로 쉽게 적용할 수 있고, 기업의 사용 목적 및 규모에 따라 다양한 솔루션을 추가 및 확장할 수 있다. MS 측은 전 세계에 100개 이상 운영되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신뢰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에서는 제조 및 유통 기업을 중심으로 ERP 도입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나, 형식적 도입에 그치고 실제 활용 수준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ERP를 도입하기는 했으나 관리 인력의 부재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단순히 비용절감과 데이터베이스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MS는 이러한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사용자 편의성이 높고 활용성이 뛰어난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영림원, 업종별 표준 패키지로 클라우드 시장 접근

클라우드 ERP 시장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비젠트로, 영림원 등 국내 ERP 공급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최근 국내 ERP 시장에서 온프레미스보다 클라우드로 구축하기를 원하는 고객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5년의 영림원소프트랩 신규 ERP 고객 중 클라우드로 구축한 고객은 전체의 10%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전체의 40%를 차지해 매우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영림원소프트랩 측은 이에 따라 마케팅 방향 역시 클라우드를 위주로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클라우드 구축 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 영림원은 지난해 10월, 20여 개 기업과 클라우드 ERP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최근 클라우드 ERP 구축을 원하는 고객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영림원소프트랩은 클라우드에 대한 거부감 저하와 저렴한 초기 도입비용, 짧은 구축기간 등을 원인으로 들었다. 과거에는 기업의 중요 데이터를 외부에 맡긴다는 것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거부감을 보였고, 일부 문서데이터 등을 클라우드를 통해 공유하거나 보관하기는 했지만 기업의 중요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구축하려는 시도는 적었던 게 사실이다.

반면 현재는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보관하고 전문 업체에게 관리를 맡기는 게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에, ERP와 같은 기업의 핵심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구축하는 것도 부담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인식 변화에 대해 영림원소프트랩은 그동안 클라우드가 별다른 사고 없이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해 스스로 안정성을 검증했다는 점과, 미래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등의 부단한 인식개선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또한 온프레미스 ERP가 클라우드로 전환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커스터마이징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업 특색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것 자체가 빠른 버전 업데이트의 방해요소가 되며, 그렇다고 버전 업데이트를 미루게 되면 클라우드 ERP의 장점 중 하나를 포기하게 되는 것과 같다. 따라서 클라우드 ERP의 커스터마이징은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고, 커스터마이징이 일반화 돼있는 국내 기업은 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꺼리게 된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종별로 분류한 표준 패키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ERP ‘시스템 에버(SystemEver)’는 총 9개 업종에 맞춰 세분화돼 있으며, 각 업종별로 특화된 설정과 빈번하게 요구되는 기능들을 추가해 독립적으로 제공한다. 기업 규모나 프로세스에 따라 추가적인 기능을 추가하거나 제거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온라인 컨설팅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기업에 알맞은 클라우드 ERP를 구축할 수 있다.

▲ 영림원의 ERP 서비스 포탈

한편, 정부가 중소기업 IT역량 강화를 위해 오랫동안 진행해온 스마트팩토리 사업에 대해 영림원소프트랩은 일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컨설팅 위주로 진행된 2014년과 달리, 201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중소기업의 정보시스템 구축에 비용 지원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 비용 지원 범위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하반기에는 최대 1억 원까지 증가했는데, 정작 이 방식이 정부에서 원하는 클라우드 IT 인프라 구축과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클라우드 ERP는 월 사용료 방식을 내세우고 있으며, 온프레미스보다 훨씬 저렴한 초기 도입비용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에서 초기 도입비용을 크게 지원하는 것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가 최근 클라우드 IT 도입 시 1년 간 사용료를 제공하는 방식을 제시한 것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재경 영림원 전무
클라우드 ERP의 핵심은 ‘오토메이트 프로비저닝’이다.


많은 ERP 공급업체들이 클라우드 ERP 제공을 얘기한다. 실제 국내외 ERP 시장 역시 클라우드 방식의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공급업체는 클라우드 ERP와 온프레미스 ERP의 구축 과정에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클라우드 ERP에 가장 요구되는 것은 바로 ‘오토메이트 프로비저닝(Automate Provisioning)’이다. 과거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만 사업이 진행됐던 온프레미스 ERP와 달리, 클라우드는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도 이용할 수 있어 수많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고객으로 선정된다. 이 과정에서 클라우드의 장점인 ‘짧은 구축기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공급업체 사이의 조율과 컨설팅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영림원은 현재 고객이 서비스 포탈을 통해 직접 스스로를 컨설팅하고 구축 신청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포탈을 통해 영림원이 제공하는 ERP의 세부적인 기능과 모듈별 가격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신청 메뉴를 통해 고객에게 필요한 기능과 클라우드 규모 등을 직접 선택하고 결제할 수 있다. 별도의 직원 컨설팅이나 상담 과정이 존재하지 않아 훨씬 빠른 기간 내에 서비스 신청이 가능하다.

영림원은 이처럼 SaaS를 통해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클라우드 ERP를 ‘클라우드 SaaS ERP’라고 별도로 호칭하고 있다. 이는 향후 폭발적으로 증가할 신규 고객을 공급업체가 감당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아직은 공급업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고객이 존재해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앞으로는 고객 서비스 포탈을 통해 SaaS를 제공하느냐의 여부가 공급업체의 백오피스 환경, 업무 처리 속도 등에서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시각차

또 다른 국내 ERP 공급업체인 비젠트로 역시 스마트팩토리 지원 사업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IT역량 강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은 좋으나,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비젠트로 측은 2003~2004년에 시행됐던 ‘중소기업 3만 개 IT화 지원 사업’을 예로 들었다. 당시 정부의 지원을 받아 ERP 등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증가하자 이에 맞춰 무수한 ERP 공급업체가 생겨났지만, 정부의 지원 사업이 종료되자 대다수의 업체가 회사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저렴한 ERP를 도입했다가, 구축 업체가 사라지거나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내버려두거나 타사 ERP로 갈아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젠트로 측은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저렴하게 IT 시스템을 갖추려고 하기보다, 정작 그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져 있는지 먼저 점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비젠트로는 중소기업용 아이원ERP와 대기업용 유니ERP를 분리 제공한다
현재 비젠트로 측은 중소기업용 제품 라인업인 ‘아이원(iONE)’ 시리즈와 대기업용 라인업 ‘유니(UNI)’ 시리즈를 분리해놓고 있다. 양쪽 모두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 환경을 모두 지원하며, 다만 해당 기업의 규모에 따라 기능 등에 차이를 두고 있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 필요로 하는 기능이 다르므로 차이를 둘 필요는 있으나, 제품군을 너무 다양화하면 오히려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비젠트로가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기업은 기존에 SAP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사들이다. 비젠트로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는 본격적인 경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AP의 ERP는 그동안 오라클의 DB를 사용해왔으나, 최근 자체규격인 SAP HANA로 전환 혹은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탈하는 고객이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비젠트로의 ERP는 삼성에서 SAP의 ERP를 경험한 개발자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기에 유사한 부분이 많고, 따라서 기존 SAP의 제품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최근에 SAP를 포함한 글로벌 ERP 공급업체들이 클라우드를 활용해 중소기업 시장을 노리고 있어 이전보다 더 많은 경쟁이 예상되나,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삼아 국내 기업에 적합한 기능과 경험, 유지보수 능력을 살려 적극적으로 경쟁에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또한 비젠트로는 국내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베트남 지사를 중심으로 중국과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사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15년 전에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경험도 갖고 있다. 비젠트로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의 경험과 글로벌 레퍼런스를 내세워 다시 한 번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비젠트로는 향후 클라우드가 대세가 될 거라는 대다수 ERP 공급업체들과는 다소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많은 업무와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이전되기는 하겠지만, ERP와 같은 핵심적인 시스템은 온프레미스로 구축해 직접 관리하는 경향이 크다는 주장이다.

혹여 기업 구조상 클라우드를 활용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최소한 온프레미스와 함께 하이브리드로 구축하거나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활용해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형태가 많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다만 아직 독립적이거나 복잡한 시스템 구성이 필요치 않은 스타트업·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한 ERP가 효율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김홍근 비젠트로 대표

“ERP 도입 전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다”


정부의 스마트팩토리 지원사업 등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새로이 ERP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클라우드 ERP의 대두로 초기 도입비용이 줄어들자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의 ERP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ERP를 도입하기 전에 기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스스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ERP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하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정부의 스마트팩토리 지원사업이나 클라우드 ERP의 저렴한 초기 도입비용을 보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ERP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는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구축한 ERP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구축 후 반 년이 지나면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재고 파악에만 겨우 사용하는 수준에 머무르기도 한다.

클라우드 ERP는 온프레미스 ERP에 비해 적은 유지관리 인력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TF팀을 꾸릴 여력이 없으면 ERP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은 섣불리 ERP 도입을 결정하기보다, 자사의 역량과 시장 상황을 충분히 검토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음 점검 사항은 ‘클라우드가 정말 온프레미스보다 저렴한가’이다. 일반적으로 클라우드 ERP는 온프레미스보다 저렴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ERP가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은 초기 도입비용이 낮기 때문일 뿐, 실제로는 월 단위 비용이 청구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온프레미스보다 더 많은 유지비용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물론 자금 사정이 녹록치 않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 온프레미스 ERP의 높은 초기 도입비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기업에게 유리한 것이 어느 쪽인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더존비즈온은 국내 클라우드 ERP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국내 클라우드 도입 초기부터 일찌감치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했으며, 2015년 기준 전체 매출액의 22%가 클라우드 부문에서 발생했을 만큼 클라우드 친화적인 업체다. 정부 주도의 IT컴플라이언스 이슈 및 사회적 인식 개선으로 클라우드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자, ERP를 포함해 보안, 그룹웨어, 전자금융 등 기존 사업 분야까지 시너지를 내고 있다.

▲ 더존비즈온의 D-클라우드 센터

더존비즈온은 클라우드 ERP를 프라이빗 클라우드용 ‘D-클라우드(D-Cloud Private Edition)’와 퍼블릭 클라우드용 ‘아이큐브(더존 iCUBE Cloud Edition)’로 분리하고 있다. 특히 기업 내부에 자체적인 전산실을 구축해 관리 효율을 높인 D-클라우드를 통해 기존에 온프레미스 방식의 ERP를 사용하던 기업들에게 성공적인 클라우드 전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쉽게 타사 제품으로 전환하기 힘든 ERP의 특징을 살려 20년 이상 더존비즈온 ERP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세무회계 분야와 같은 전문가 집단의 고객도 다수 확보해 글로벌 ERP 공급업체가 경쟁하기 힘든 차별화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존비즈온 측은 ERP 뿐만 아니라 그룹웨어, 보안, 클라우드팩스 등 기업에 필수적인 솔루션도 클라우드로 함께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더존비즈온은 현재 다수의 클라우드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공기관 정보보호시스템에 필수적인 CC인증과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제도인 ISMS 인증 등을 보유해 뛰어난 클라우드 보안 기술력 역시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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