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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술 발전과 UX 전망자동화·인공지능화 앞서 사회적·윤리적 합의 우선돼야

[컴퓨터월드]

   
▲ 고석률 투비소프트 마케팅그룹장

작년 초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고, 연이은 이세돌 9단의 패배에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바둑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던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증강현실(AR)을 게임에 접목한 ‘포켓몬 고’는 몬스터 수집에 열을 올리는 이른바 ‘폐인’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몬스터 사냥이 가능했던 속초로 달려가는 러시 현상도 목격됐다.

이미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된지 오래인 스마트폰은 어떤가? 오늘날 세계 인구의 80%는 물건을 살 때 스마트 폰을 이용하고 있다는 통계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앞으로도 이 수치는 계속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 의문을 던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구글과 테슬라의 자율주행자동차는 언젠가는 정말 사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원하는 곳까지 안전하게 보내줄 것이며, IBM의 AI(인공지능) ‘왓슨’은 지금보다 미리 더 정확하게 병에 걸릴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완벽한 치료 방법을 제시해줄 것이다. 최근 왓슨을 통한 진단결과가 의사의 진단과 달랐던 경우가 있었는데, 이때 해당 환자가 왓슨의 진단을 따르겠다고 결정한 일이 기사로 전해지기도 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살펴보면, 이런 신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진입함으로써 개혁 수준 이상의 변화를 이끌게 될 것이라는 국가 차원의 명확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기술은 사람을 향한다던 예전의 광고 카피가 지금 다시 떠오르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기술은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향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은 결국 기술이 얼만큼 사람을 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 그 중심에 있는 사람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과 앞으로의 UX(사용자경험)에 대한 전망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새로운 질서의 탄생은 기존 질서의 해체와 파괴에서 시작된다

디지털이 주도하는 파괴적 혁신을 뜻하는 디지털 디스럽션(Digital Disruption)은 기존의 질서를 허물고 근본적인 차원에서부터 새로운 질서를 정립하는 지금의 현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과연 2001년에 ‘디지털 네이티브’를 언급했던 그 당시, 마크 프렌스키는 16년이 지난 지금의 변화를 이미 예측했던 것일까? 그 이전 세대(Digital Immigrants: 디지털 이민자)와 달리 인터넷과 스마트폰 같은 기술을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세대.
어쩌면 최근 ‘앰비언트 UX(ambient UX)’가 재조명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앰비언트 UX는 그 이전의 Seamless(끊김없는) UX나 Continuous(연결된) UX의 개념이 IoT(사물인터넷)나 빅데이터, 디지털 메시 등의 발전과 맞물리면서 그 의미와 영역을 한층 확대시킨 개념이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특정 시점에 그가 처한 주변의 모든 사물과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그의 정확한 요구를 이해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에 산재한 방대한 데이터를 통한 최선의 답을 제시함으로써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 이것은 최종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사용자경험을 만들어내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위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용자경험과 신기술은 어떤 교차점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말로 이뤄지는 세상이 실현되고 있다 - 대화형 인공지능

미국의 이커머스(e-commerce)업체인 ‘스프링’이 챗봇(chat-bot)을 통해 물건 고르는 과정부터 결제의 완료까지 돕는 대화형 커머스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일이나, 네덜란드의 한 항공사가 여행 일정 확인, 항공권 발권, 예약 변경 등을 챗봇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는 이제 먼 얘기가 아니다.

‘F8 2016’에 나선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의 두 가지 핵심 키워드는 바로 ‘메신저’와 ‘챗봇’이었다. 이미 미국의 10대들 중 절반 이상이 매일 보이스 리서치 기능을 사용하고 있으며, 2020년이 되면 전체 웹 서칭의 30%가 화면 없이 완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이 예측치를 훨씬 웃돌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여년 동안 인간과 컴퓨터 간 상호 작용에 키보드와 마우스, 모니터가 주된 입출력 장치였던 것에 비춰보면, 최근 스마트폰에 더해진 IoT, 빅데이터, AI 등 기술이 복잡하게 얽혀져 제공되는 UI(사용자인터페이스) 방식의 변화와 이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은 놀라울 따름이다.

시각을 주거공간으로 돌려보자. 가전제품을 비롯한 집안의 모든 장치를 연결해 제어함으로써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시스템인 스마트홈 시장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북미에서는 애플 홈킷, 구글 홈, 아마존 에코 등 주자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국내에서도 SKT가 ‘누구(NUGU)’와 같은 오디오 기반(audio-centric)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어 주도권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SKT는 IBM ‘왓슨’과 자사 ‘누구’를 연동해 이 둘 간의 시너지를 통해 서비스를 확대하는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네트워킹의 발달과 입출력 방식의 변화를 이용하는 것은 비단 커머스 시장만이 아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기업 업무 시스템에서도 이런 대화형 시스템 도입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국내 보안 업계 리더인 이스트소프트가 자사 SNS 시스템 내 휴가 결재나 영업 관리, 시스템 모니터링 등의 기능에 챗봇을 탑재하고 업무혁신에 나섰다는 기사는 앞으로의 업무 시스템 발전 방향을 가늠하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말로 명령하면 가상세계의 비서는 그 일을 처리한 후 그 결과를 다시 나에게 보고해줄 것이다. 아직은 기존 인프라와 업무환경의 특성과 맞물려 풀어야 할 숙제도 많겠지만, 그렇기에 창의적 상상력이 더욱 필요한 시기다.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다 -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복합현실

의학 드라마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복잡하고 어려운 외과 수술 장면이다. 이런 장면을 보면 숙련된 외과 전문의 한 명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말로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공군에서 2015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숙련급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 약 120~130억 원이, 수송기 조종사의 경우 150억 원 정도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게다가 비행기라는 특성상 훈련 중 사고는 치명적이다.

현실은 아니지만 실제와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이쯤 되면 이 가상현실이 앞으로 어떤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앞서 예로 든 외과의의 경우는 어려운 수술을 가상현실 속에서 배우고 익힐 수 있고, 파일럿은 현실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적기와의 교전 과정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가상현실을 통한 훈련 또는 교육을 뜻하는 VRT(VR Training)에 대한 관심과 적용방법 논의는 가속화되고 있다. 물론 이렇게 극단적인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가상회의, 예를 들어 여러 행성에 떨어져있는 수장들이 마치 한 자리에 앉아있는 것처럼 모여서 회의를 하는 모습은 기업에서 관심을 가질만하다. 꼭 해외법인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도 서울, 대구, 부산, 제주 등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직원들이 가상현실 속에서 한자리에 모여 회의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말이다.

가상현실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던 분야였던 게임이나 스포츠중계를 넘어서 가상현실은 점차 그 활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제조업의 경우에도 일반 소비재나 자동차, 생산설비, 플랜트 등에 가상현실을 적용하고 있고, 디지털 마케팅에 접목하는 사례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특히 증강현실을 접목할 경우 그 효과가 커진다.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비즈니스 플랫폼과 결합된 증강현실도 가상현실의 한 갈래인데, 옷이나 신발 구매를 하는 고객의 제품 선택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앞으로는 자동차나 아파트, 유명 관광 상품 등을 판매하는 사업자가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통해 구매력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한 짤막한 소식 하나 전하자면, 페이스북이 안구추적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했고, 이 기술을 기존 자사 제품인 ‘오큘러스’에 접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룡 플랫폼 사업자들의 다음 행보 또한 기대되는 대목이다.


새로운 고객경험 설계 - 사람에 대한 이해로부터

지금의 10대에서 20대 전후 세대들, 이들 디지털 네이티브는 그 이전 세대와 몇 가지 다른 특성을 보인다고 한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자료를 보면, 디지털 네이티브에 해당하는 현재 미국 대졸자의 경우 살아오면서 50만개 이상 광고를 시청하고 20만개 이상 이메일이나 메세지를 주고받아왔다는 통계와 함께, 이로 인해 기성세대와는 다른 두뇌구조를 갖게 됐다는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 세대보다 멀티태스킹이나 병렬처리에 더 능숙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한 의사소통 및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금은 입출력 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는 시기다. 게다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이 서로 연결돼 소통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만물 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 세상이기도 하다. 물리학에서 대약진을 뜻하는 퀀텀 점프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IT 산업의 중심에 서게 되는 날, 감히 그 미래의 사용자경험을 전망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 하나만 기억하자. 기술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사용자경험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유일한 자세일 것이다. 아울러 지금은 인공지능의 ‘트롤리 딜레마’에서 제기하는 윤리적 문제나 빅데이터의 사생활 침해, 네트워킹 발달에 따른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같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최선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낼 것인가 하는 더 큰 숙제가 남아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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