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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NGM'의 성공비결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빅뱅’ 이끈 박노철 정보기술연구원장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SI업체와 같은 파트너사의 역량과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물론, 자사의 역량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9일 추석을 기해 기존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갈아치운 '빅뱅' 방식의 차세대 시스템(NGM) 프로젝트를 오픈하고,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SK텔레콤 박노철 정보기술연구원장(전무)의 말이다. 통신,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차세대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발 앞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CIO로서 관련업계에 주는 조언이기도 하다.

정통 IT인, 시스템 규모, 난이도 정확히 이해

박 원장은 국내 IT업계의 기존 프로젝트 관행으로는 NGM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무조건 SI업체를 선정해서 프로젝트를 맡기고, PMO를 둬서 관리하면 다 된다"는 사고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프로젝트 진행시 SI업체 의존도를 대폭 줄였다. SI업체를 통한 인하우스 개발 보다는 '바이 앤 빌드', 즉 애플리케이션 구매 후 자사 환경에 맞게 개발하고 옵티마이징 했다. 박 원장은 "SK텔레콤이 이용할 수 있는 SI업체가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국내 SI업체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인 SK C&C를 포함해 턴키로 맡길 만한 업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계열사인 SK C&C를 참여시키면, 삼성SDS나 LG CNS는 경쟁사인 까닭에 IBM과 HP 정도가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이 이처럼 자신있게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 SK에서 쌓은 전산 경험이 바탕이 됐다. 지난 80년 SK의 전신인 ㈜선경 정보관리실을 시작으로 SK텔레콤의 시스템운영본부장, SK C&C의 텔레콤 사업부를 거쳐 현재의 정보기술연구원장에 이르기까지 근 25년 넘게 SK에서만 근무해온 까닭에 SK텔레콤의 시스템 인프라, 운영 전반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이것은 박 원장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규모, 난이도, 복잡성 등에서 다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한마디로 SI업체나 애플리케이션 밴더 등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내부 역량을 정확히 파악해야 프로젝트 진행 방법을 제대로 도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과 의지가 결정적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46개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을 들어내고, 170여개의 인터페이스를 갖는 빅뱅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요인으로는 뭔가 부족한 감이 있다. 박 원장은 "최고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과 의지가 힘을 실어 줬다"고 말한다.

1단계 프로젝트 지연 이후 최고 경영진이 NGM 프로젝트 추진본부장으로 박 원장을 선임하고, "과거와 같은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최고 경영진이 박 원장을 추진본부장에 임명한 것은 과거 ERP 프로젝트 추진 시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일 처리 능력을 보아온 것도 있지만, 외부 인사들의 적극적인 추천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그만큼 박원장에 대한 관련 업계의 신망과 신뢰가 높았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조정남 부회장이 "박 원장은 최소한 거짓말은 안 할 사람"이라며 적극 지원해줬을 뿐만 아니라, 업무를 꼼꼼히 챙겼다고 한다.

박원장에 대한 관련업계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다. 항상 공부하는 CIO, 사적인 것 보다는 일이 우선인 인물이다. 때문에 국내 IT 업계 정서상 밴더들에게 있어서 박 원장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요즘 말을 빌리면 '까칠'한 성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에서 박 원장을 NGM 프로젝트의 적임자로 추천한 것은 성실성과 일에 대한 열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 추진 시 박 원장은 외부 행사 참여를 사양했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밴더들과의 골프 라운딩도 거절했다. 차라리 그 비용으로 개발에 참여한 직원과 개발자들을 독려하고 더 나은 시스템을 제공해 줄 것을 협력사들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55년 생으로 아직 싱글인 박 원장. 이유를 물어봤다. 돌아온 답은 "일에 묻혀 지내다 보니 때를 놓쳐버렸다"였다. 박 원장은 클래식과 와인을 즐긴다. 그것도 그냥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마니아이다.

통신시장의 유연성 반영 위해선 메인프레임은 'NO!'

SK텔레콤이 12000밉스를 처리하던 메인프레임을 버리고 유닉스를 선택한 것은 최고경영진의 검토 지시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신세기통신을 흡수 합병하고 조직과 인력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처음 제기되었다고 한다. 조직과 인력 통합도 중요하지만 IT통합이 시급했는데, 당시 표문수 사장이 "언제까지 IBM 메인 프레임으로 가야 하느냐"며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표 사장은 당장 바쁘다고 기존 시스템에 애드 온하는 것으로는 향후 통신시장의 유연성을 생각할 때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PWC와 공동으로 '차세대 IT 인프라 혁신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IT 기획팀을 중심으로 검토작업을 맡은 TFT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당시 12000밉스를 처리하던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전환하는 리스크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걸림돌이었다.
단기적으로는 메인프레임이 유리했다. 이미 완료된 기술이고, 가격은 점차 하향 곡선을 긋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IT, 통신시장에서 유연성이나 여러가지 측면에서 메인프레임의 한계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미 미국은 유닉스 시장이었다. 오죽했으면, IT와 전혀 무관한 경제학자에게 까지 자문을 구했다. 경제학자의 결론도 유닉스였다. 당장 유닉스가 메인프레임에 비해 비경제적이고 기술적으로도 뒤지고 있다 하더라도 오픈시스템이고, 커 가는 시장이기 때문에 수년 내에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할 것이라는 자문 결과를 보내왔다. 특히 향후 전환 비용이 더 들것이라고 밝혀왔다. 워낙 중요한 사안이고 리스크가 따르는 프로젝트인지라 최종 결정은 CEO에게 맡겼다.

전례없는 과감한 '수정 보완' 작업으로 완성도 높여

SK텔레콤은 차세대 시스템의 기본 방향을 크게 4가지로 설정했다.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CRM (마케팅)프로젝트와 차세대를 하나로 묶어 추진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며, 애플리케이션은 인하우스 개발 보다는 패키지 형태로 구입해서 옵티마이징,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바이 앤 빌드' 방식을 택했다. 또한 프로세서 혁신(PI)을 병행해 추진하고 빅뱅과 순차적 런칭을 동시에 구사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1단계 프로젝트가 비틀거렸다. 당초 개발 일정보다 지연되었고, SK텔레콤의 요구사항도 제대로 반영 되지 않았다. 프로젝트가 관리와 기술적 측면, 일정 상 모두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IBM은 2개월 지연되었다고 보고했지만, 당시의 기술 반영 수준이나 개발 일정으로 보아, 이 보다 더 심각했다고 한다. 당시 2개월 지연이면, 당초 목표했던 시점까지 끌고 갈 경우 약 5개월이 지연될 것이 예상 되었던 것이다. 특히 오라클의 경우 일정상 당초 계획한 시기까지 기술적 구현이 어렵다는 통보를 해왔으며, 다음 버전에서나 가능하다고 밝혀왔다.

추진팀은 "돌아 가더라도 제대로 가자"며 '수정 보완의 결단'을 내리게 된다. 박 원장은 "아마 우리나라 대형 IT 프로젝트 역사에 있어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전면적인 수정 보완을 거친 프로젝트는 SK텔레콤의 NGM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각종 국내 IT프로젝트 중 진행 중에 잘못되면 대충 무마시켜 마무리 짓거나 아예 포기한 경우는 있었지만 SK텔레콤 처럼 전면적인 수정 보완을 거친 것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새롭게 추진본부장을 맡은 박 원장은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새롭게 계획안을 만들고 최고경영진에게 "프로젝트 진행 중에 PM을 교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득했다. 기존 IBM이나 오라클의 PM들을 2단계에서도 그대로 참여시켰다. 문책이나 경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빨리 추스리고 1단계 결과를 이어 받아 성공적으로 2단계 작업을 마무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단기간에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었던 요인이 되었다는 평가이다.

개발자를 전문가로 대접하고 외부인력도 동등한 대우

박 원장은 2단계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추진팀의 역량도 역량이지만, 마케팅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힌다. 프로젝트팀에 현업 관련 인력이 참여해준 것은 물론이고 시스템 전반에 걸친 변화 관리를 주도해 줬다는 것이다. 현업 사용자 1,800여명과 프로젝트 팀내 변화관리 1,100여명, 시스템이 완료될 경우 운영할 수 있는 운영팀에 대한 유닉스 교육 등 3개 부분으로 나눠 실시한 변화관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줬고, 철저히 테스트를 거쳐 하나하나 진척시켜 나간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되었다고 한다. 기존 프로젝트 진행시 프로젝트 팀이 현업에 쫓아다니면서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교육하던 것을 생각하면 프로젝트팀이 힘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박 원장의 프로젝트 팀 운영 방식이 성공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그의 성격대로 사적인 것 보다는 당장의 일을 우선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개발자들에 대한 인센티브제를 적용했다. 대접해 줄 것은 대접해주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방식이다. 개발자를 전문가로 대접해주고, 일에 자발적으로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계획한 날짜에 질 높은 시스템을 오픈하는 것이 통신회사 측면에서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달 프로젝트 필요인력이 1,000명일 경우 인건비는 약 50억원이 든다. 1달 지연되면 50억, 2달 지연되면 100억원이 손실이다. 그러나 인센티브를 적용해 7~8억원을 사용한다고 해도, 그것이 결과적으로 이득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박 원장은 외부 인력도 철저히 SK 직원과 동등하게 대우했다. 외부 참여 인력의 경조사 까지 꼼꼼하게 챙긴 것이다.

'한국의 IT 자존심 드높인 프로젝트' 자부심

박 원장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또 있다. 박 원장은 첫째도 테스트, 둘째도 테스트를 강조했다. 시간에 쫓겨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테스트 후 재개발, 개발 후 테스트를 반복한 것이다.
SK텔레콤의 NGM 시스템은 현재 안정 기반에 들어섰다. 박 원장은 "올 1월에 몇번의 시스템 장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고 "이는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의 변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휴먼 에러였다"고 밝혔다. 46개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고 170여 연동시스템을 갖는 대형 시스템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장애 수준이라는 것이 박 원장의 평가이다.

빅뱅의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4월말에 실시한 와이브로 서비스에서, 과거 같으면 테스트 진행 기간이 10개월이 걸릴게 3개월만에 완료됐을 정도로 타임투 마켓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켰다고 한다.
박 원장은 차세대 시스템에 대해 아직도 못 마땅한 대목이나 불만족스러운 점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의 안정화 추세라면 곧 과거 메인프레임 이상의 성능이 구현될 것으로 믿고 있다. 박 원장은 마지막으로 이번 NGM 프로젝트는 전세계에 유례가 없는 빅뱅 방식으로 '한국의 IT 자존심을 드높인 프로젝트'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한다. 특히 티멕스와 투비소프트 등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이 커다란 보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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