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지 근무 사실상 원천봉쇄, 신규 고용 의욕 저하

[컴퓨터월드]올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국가정보화 예산은 총 5조 3천억 원으로, 이 중 SW구축 예산은 약 2조 4,915억 원이다. 국가정보화 예산의 거의 절반이 SW구축에 투입된다. 하지만 정작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구축업체의 불만은 높아만 가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발주기관의 ‘인력관리’ 부분이다. 지난 2012년 이후 ‘소프트웨어 기술자등급’은 폐지됐지만, 발주기관들은 여전히 제안요청서 상에서 ‘기술등급’을 포함한 참여 인력 총괄 명부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업체들은 이러한 인력관리가 ‘이중규제’라고 지적한다.

업체들은 ‘기능점수’대로 구현이 된다면 ‘어떠한 인력이 투입되건 문제가 없다’며, 발주기관의 이러한 ‘인력관리’ 때문에 ‘기술등급’이 낮은 신규 인력의 고용이 어렵고, 출장비를 비롯한 인력 투입 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투입량 계산’, 업체 경쟁력 제고의 ‘걸림돌’

공공부문 SI 구축사업을 할 때 사업대가 예산을 산정하는 방식은 크게 ‘기능점수(FP)’ 방식과 ‘투입공수(M/M)’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SW사업 관리감독에 관한 일반기준’에 따르면 SW개발비 산정 시 ‘기능점수’ 방식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문제는 ‘기능점수’ 방식으로 원가를 산정해도 ‘투입공수’ 방식과 마찬가지로 ‘참여인력 총괄 명부’를 받고 있다는 데 있다.

발주기관들은 어떤 인원이 사업에 참여하는지 제출하도록 RFP상에 명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사업 입찰 단계에서 참여할 ‘고급기술자’와 ‘중급기술자’ 등의 인원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력명부’가 정작 원가를 산정하는데 쓰이기보다는 ‘사업관리’에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 계약금액은 입찰로 인해 산정된 원가를 보장받기 힘들다.

발주기관들은 감사 등 여러 명분을 들어 제출한 참여인원이 ‘정말로 사업에 투입됐는지’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사실상 ‘투입공수’ 방식 산정 방식에 비해 ‘기능점수’ 방식의 원가 산정 방식이 갖는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업체들은 명시된 인원을 현장에 반드시 내보내야 하며, 이 때문에 발생하는 출장비 등 부대비용 부담 또한 늘어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비용이 증가할수록 엔지니어의 처우 또한 나빠질 수밖에 없다.

업체들은 “중요한 것은 FP의 구현이지 투입 인력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사용자가 요구하는 기능, 즉 FP가 온전히 구현됐다면, 한 명이 투입되건 열 명이 투입되건 무관하다는 게 업체들의 입장이다. 어떤 기업은 같은 FP를 구현하는 것에 100명이 필요할 수도 있는 반면, 기술력이 뛰어나고 패키지화가 잘된 기업은 50명이 필요할 수도 있다. 프로젝트에 ‘인력을 많이 투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현재 발주기관이 요구하는 인력 명부는 단순히 ‘등급이 높은 인력을 많이’ 투입하도록 ‘투입량’만 관리하는 형태다. 따라서 업체들은 기술력을 축적하거나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는 것보다 ‘단가가 높은’ 인력을 현장에 내보내는 것에 치중하게 되며, 이는 결국 업계 전반의 경쟁력 약화와 신규 고용 저하를 야기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투입 인력은 프로젝트의 질과는 무관하다”며, “이러한 구조가 기업의 경쟁력 고도화 의지를 꺾고 신규 고용 창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능점수 방식 SW대가 산정 방법]

기능점수 방식은 사용자 관점에서 사용자가 요구하고 사용자에게 인도되는 기능을 정량적으로 산정하는 소프트웨어 규모 측정방법이다. ISO/IEC 14143으로 규정된 국제표준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유지관리 및 운영을 위한 비용과 자원 소요를 산정하는 요소다.

‘기능점수’는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기능적 요구사항을 측정한다.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구현되었는지의 공급자 관점이 아니라 사용자가 어떠한 기능을 요구했는지의 수요자 관점에서 측정한다. 개발 이전에 업무량을 측정할 수 있으며, 개발은 물론 기획, 운영 등 전 수명주기에 걸쳐서 측정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 및 유지관리의 업무량을 조직, 구현기술, 공수, 적용 방법론, 물리적 또는 기술적 컴포넌트와 무관하게 일관성 있게 소프트웨어의 개발비용을 측정할 수 있다.
단, 다음과 같은 경우의 사업은 기능점수 기반의 비용 산정이 어렵다.

·홈페이지 디자인, 웹 접근성 개선, 동영상 등 콘텐츠 관련 정보화 사업
·R&D 성격의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
·사용자에게 식별되는 기능규모에 비해 내부처리 복잡도가 현저히 높아 기능점수 방식의 대가체계 적용이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
·데이터 튜닝 및 최적화, 테스트 등 기능점수 산정이 불가능한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예산이 5천만 원 미만인 사업


소프트웨어 기능은 사용자 관점에서 갖는 논리적 의미에 따라 데이터 측면의 기능과 트랜잭션 측면의 기능으로 구분된다. 데이터 기능은 내부논리파일(ILF)과 외부연계파일(EIF)의 2가지 유형이 있으며, 트랜잭션 기능에는 외부입력(EI), 외부출력(EO), 외부조회(EQ)의 3가지 유형이 있다.

▲ 기능점수 책정을 통한 원가 상정 방법

▲ 기증점수 방식 소프트웨어 개발비 산정 절차

 


‘원가산정’ 위한 기술등급, ‘인력관리’에 활용

소프트웨어기술자 등급제는 87년도에 개정된 소프트웨어개발촉진법에 근간을 두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활용에 적용할 기준이 필요했고, 타 분야의 엔지니어 대가체계를 참조해 ‘소프트웨어 기술자 등급표’를 활용하게 된다.

하지만 시장의 가격을 정부가 규정함으로써 왜곡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12년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과 함께 국가 주도의 ‘소프트웨어기술자 등급’은 사실상 폐지된 상태다. 이후 ‘기술자 등급’은 민간 자율화 됐으며, ‘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배포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자 노임단가(2015년 이후, ‘SW기술자 평균임금’으로 개정됨)’내 ‘기술등급분류 기준표’를 이용해 민간과 공공에서 활용하고 있다.

▲ <표 1> 기술등급분류 기준표

▲ <표 2> 2015 SW기술자 평균 임금

문제는 이 등급기준표가 실제 개발자의 역량과는 상이하다는 데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등급기준표가 실제 기술자의 역량을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지적한다. 기술마다 난이도와 성숙도, 희소성이 다른 상황에서 ‘기술등급분류 기준표’ 만으로 기술자의 역량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 업무 수행과 무관하게 일한 경력을 우선시한 등급 기준이기에 충분한 실력이 확보되지 않더라도 ‘자격증’과 ‘경력’만을 이용해 ‘고급기술자’나 ‘특급기술자’로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 이와 반대로 전공이 다르거나 자격증이 없는 경우 아무리 현장경험이 풍부하고, 실력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초급 기술자’로 상정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소프트웨어 기술등급분류 기준표’가 ‘얼마나 개발을 잘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등급이 아니라는 데 있다. ‘투입공수 방식의 소프트웨어 원가 상정 기준’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예컨대 고급기술자 두 명이 투입돼 한 달간 개발된 소프트웨어라면 2015년 고급기술자 월 평균임금이 5,799,360원이었으므로, 해당 소프트웨어는 11,598,720원의 원가가 투입됐다고 상정하는 것이다. 여기에 제경비, 기술료, 직접경비 등을 합해 소프트웨어 개발비를 산정하게 된다.

박환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상무는 “‘소프트웨어 기술자등급’은 사업의 예산규모를 편성하기 위한 기준일 뿐”이라며, “이것이 사업관리 용도로 사용되면서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 ‘등급제’ 대체 가능할까

이러한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등급제’ 자체에 대한 개정 목소리가 높지만 등급제의 개정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해당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NCS)’에 기반한 경력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NCS는 교육현장의 인력양성과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역량이 상이하다는 지적에 따라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국가 표준화하는 작업을 마련하고 있다. 직무의 유형(Type)을 중심으로 ‘대분류(24) → 중분류(80) → 소분류(238) → 세분류(887개)’의 순으로 구성된다. 현재 전문대학 및 대학교와, 마이스터고등학교를 중심으로 NCS기반 교육체계 개편이 진행되고 있으며, 산업계에서는 현장 적용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며 NCS기반 교육체계에 대해서는 환영하고 있다.

▲ 국가직무능력표준 SW분야 분류

SW직무에 대해서는 현재 SW산업협회가 역량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SW산업협회는 그동안 단순히 ‘합격’중심으로 진행되던 ‘기술자경력관리체계’를 ‘NCS역량 중심 경력관리 표준체계’로 대체해 나갈 계획이다. 개편되는 시스템에서는 도메인 업무 지식, 사용 기술, 역할 등이 혼재돼 있던 기존 근무/기술 경력 유형의 직무 분류를 새로운 NCS기반으로 재분류해 9개 직종, 29개 직무로 단순화했으며, SW기술 역량을 세분화해 산업(도메인)지식 역량과 NCS에서 정의한 230개의 직무능력단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NCS’를 ‘SW산업’ 특히 공공분야 SI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형태만 달라졌을 뿐 등급제와 유사’하게 쓰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한 NCS 기반의 경력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교육현장뿐 아니라 산업현장에서도 직무교육과 경력관리에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하는데, 당장 투입할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이러한 직무관리 및 교육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SI업체 임원은 “기능점수는 10여 년째 얘기되고 있지만, 현장에선 아직까지도 초급, 중급 몇 명을 투입할 것인지 따진다”며, “NCS 또한 이처럼 악용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학NCS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병훈 토마토시스템 책임은 “NCS는 일의 기준을 분류하고 어떤 것이 잘하는 것인지 표준화한 것이다. 교육현장에서는 교수, 학생 모두 평가·관리해야 할 것이 기존보다 많다”며, “NCS기반 직무능력 평가가 잘 활용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교육하고 직무능력 관리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산업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심인력’ 위주 인력관리…발주기관 및 참여업체 모두의 노력 필요

미래부는 NCS기반의 직무능력 평가 확산과 더불어 ‘인력관리’의 방식을 개편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사업관리에 필수적인 PM, 품질관리자, PL 등 필수 전문인력들만 발주처에 상주케 하고, 나머지 인력은 기업의 사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하거나 원격지 근무가 가능하도록 접근 방식을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서석진 미래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그동안 계획서에 있는 인력이 일했는지 관리하는 무의미한 관리감독이 계속됐다. 원격지 근무는 사실상 요원했다”고 지적하며, “그러한 상황들을 바꿔보려고 TF 통해 많은 논의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 국장은 “SI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패키지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오히려 투입되는 인원이 적거나 없을 수 있다. 검증된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적을수록 뛰어난 기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관용적으로 ‘투입인력 명부’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사람이 적게 투입되더라도 많은 돈을 받아갈 수 있어야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SI위주 산업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능점수 방식의 사업 대가 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왔던 실태를 지적하며, 발주처의 개선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각 기업들도 스스로의 경쟁력을 제고할 방안을 끊임없이 마련해 나가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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