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문 전 한국EMC 지사장이 에세이 '이것이 CEO의 가슴입니다'(디자인투데이)를 펴냈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신문과 잡지에 기고했거나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일 등 모두 아흔 두편의 글을 묶었다. 세상사, 회사 경영, 가정 등을 주요 소재로 삼은 이 수필집에는 듬직한 인생 선배, 본받고 싶은 상사, 다정다감한 가장 등의 면모가 담겨있다.

1995년 미국 EMC의 한국지사를 설립해 23분기동안 연속 매출목표 초과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워 지사장들이나 영업맨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배우고 싶은 교과서적인 인물인 저자는 "사장은 반드시 기품을 유지해야 한다"고 CEO의 조건을 강조한다.

"동천년노항장곡 매일생한불매향(棟千年老恒藏曲 梅一生寒不賣香)이란 말이 있지요. '오동나무는 천 년을 늙어도 노랫소리를 간직하고 있고, 매화는 평생을 춥게 살지만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그 자리엔 유혹도 많고, 게을리 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차리고 질책하는 자리도 아니고, 잘한다고 해서 규모 이상의 돈벌이도 되는 자리도 아닙니다."

또 냉혹하리만치 철저한 자기관리로 잘 알려진 저자는 "현재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 인생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총 열량 불변의 법칙이 있다면, 총 시간 불변의 법칙, 총 여유 불변의 법칙도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미친 듯 바쁘게 사는 동안에 그 시간을 응축해 두었다가, 어느 먼 훗날, 뻥튀기처럼 시간을 부풀려 놓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으리라고..."

"나는 아내가 천사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천사라고 믿기로 했다. 이승과 저승을 넘다드는 대화를 아는, 그리고 천당의 생활사를 너무나 잘 아는 나의 아내는 분명 천사였다...."라는 글에서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어느 정도인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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