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소비자연대, “ISP의 손해배상 책임 원칙 재확인”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는 지난달 제94차 통신위원회를 열고 지난 1.25 인터넷 침해사고와 관련해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같은 판결은 1.25 인터넷 대란 이후 녹색소비자연대가 23명의 소비자들의 신청을 받아 지난 2월 24일 KT, 하나로통신, 두루넷, 온세통신 등 4개 업체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에 대해 통신위원회에 재정신청을 한 데 따른 결과다.

ISP, ‘불가항력’ 충분히 입증 못해
통신위는 그동안 인터넷 침해사고 손해배상 재정신청에 대해 수차례의 법률 및 기술 전문가 회의와 관계인 의견청취 등을 거쳤으며, 지난달 13일 KT 등 4개 사업자에 대해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한 시간 요금에 상당하는 손해액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따라서 KT 등 4사는 사업자에 따라 3시간40분에서 5시간 가량 인터넷 서비스 중단에 대해 앞으로 이용자들의 사용요금에서 감면해줘야 한다.
지난 1월 25일 인터넷 침해사고 당일 오후 2시 30분경 슬래머 웜이 급격히 전파되면서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의 장애가 발생하였고, 피신청인별로 백본망에 슬래머 웜 패킷 차단조치를 완료하거나 차단된 망을 복구한 당일 오후 6시 14분부터 7시 35분까지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통신위는 추정했다.
또한 “1.25 인터넷 침해사고가 불가항력이었다”는 사업자들의 주장은 이해되는 면도 없지 않지만, 불가항력은 법률적으로는 ‘이성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조치로써도 전혀 예견할 수 없거나 회피할 수 없는 상태’라는 매우 엄격한 것으로서, 면책요건인 ‘불가항력’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다만 이번 사고의 손해배상 범위는 슬래머 웜을 제작·유포한 자와 서버관리를 소홀히 한 MS-SQL 사용자에 의해 야기되는 등 인터넷 망의 구조적인 특성을 고려해 약관상 3배가 아닌 피해시간에 해당하는 요금수준으로 감액하기로 했다.

소비자·ISP·정통부 등 정책협의회 개최해야
한편 이번 통신위원회에 재정신청을 한 녹색소비자연대는 “이번 결정은 서비스 공급자인 ISP 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원칙을 재확인한 결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발생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감안하고 사후조치에 있어서 불가항력에 대한 입증이 불충분하므로 약관상에 명시되어 있는 손해배상금액의 1/3만 지급하라”는 다소 애매한 결론이 나왔다고 석연해했다.
또한 재정신청과 함께 인터넷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정보의 확보를 위해 소비자정보요청협의회를 통해 국내 활동 중인 72개 ISP업체에 소비자정보를 요청했던 녹색소비자연대는,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알권리가 충족되거나 인터넷 대란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지 못한 채 손해배상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에 대한 결과만 나온 것이어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녹색소비자연대는 “향후 ISP사업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투자보다는 약관개정 등을 통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신위원회 재정신청 과정에서 ISP사업자는 ‘웜에 의한 사고는 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실정’임을 밝혔고, 인터넷 대란에 대한 불가항력에 대한 ISP사업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인터넷 서비스 장애 발생에 대한 충분한 소비자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관상의 불가항력에 대한 법적 판단을 근거로 손해배상이라는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이번 통신위원회의 재정 결정을 계기로 소비자단체와 ISP, 정보통신부 등 관계기관이 인터넷 대란 재발 방지와 국내 ISP사업체의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나갈 수 있도록 ‘인터넷 서비스의 안정성 및 품질 강화를 위한 정책협의회’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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