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점포 대비해 IT인프라 만반의 준비
올해안으로 운영서버 이원화 계획, 지방 데이터센터도 추진

90년대에 등장한 편의점은 24시간 문을 연다는 강점으로 지역 상권을 장악했으나 편의점의 범람으로 한차례 구조조정 기간을 거쳐야했다. 이제 어느 정도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최근 롯데마트가 롯데슈퍼라는 슈퍼마켓 사업을 시작하면서 편의점의 지역상권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홈플러스 운영업체인 삼성테스코까지 ‘플러스슈퍼익스프레스’라는 슈퍼마켓을 열어 이 시장에 뛰어들어 점입가경을 이루고 있다. 국내 편의점업계 1위인 보광훼미리마트는 이러한 시장구도 속에서 물류와 정보시스템에 대한 집중 투자로 1위 자리를 고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보광훼미리마트 CIO 이진구 상무는 한국후지쯔에서 시스템엔지니어(SE)로 일하다 90년에 보광훼미리마트 정보시스템본부로 옮겼고 올해초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이 상무는 한국후지쯔에서 유통업종의 SE를 담당한 유통 IT전문가이기도 하다. 또한 IT업체에서 고객의 지원업무를 맡다가 사용자업체로 옮겨 직접 정보전략계획(ISP)을 수립하고 추진중이다.
박해정 기자 hjpark@it-solutions.co.kr

국내 유통시장이 대형 할인점과 편의점으로 양분되는 분위기속에 최근 롯데, 삼성테스코가 슈퍼마켓 시장까지 뛰어들어 편의점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편의점의 생존전략은 물류와 IT인프라임을 강조하는 이 상무의 1등 전략을 들어봤다.

실시간 데이터 전송 필요
최근 1년 동안 보광훼미리마트 정보인프라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크게 두가지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서버를 이원화해 운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판매분석시스템의 도입이다. 과거보다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증가함에 정보량에 한꺼번에 몰릴 경우 서버가 다운될 것을 염려, 서버를 이원화해 가동하게 된 것이다.
훼미리마트는 현재 SK텔레콤과 제휴해 SK텔레콤 멤버십카드로 할인받을 수 있으며 SK(주)의 OK캐쉬백포인트 카드에 포인트 점수를 적립해준다. 이들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본사에 전송되기 때문에 각 점포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늘어난 것이다. 또한 택배나 신용카드결제도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서버를 증설하게 된 것이다. 현재 후지쯔 서버를 증설해 클러스터링으로 묶어 다운되지 않도록 했다.
예전에는 전날 새벽 0부터 다음날 새벽 0시까지의 판매현황을 다음날 아침 점포에서 매장으로 파일로 전송했었다. 이 때 입력된 데이터는 팔린 상품에 대한 데이터뿐이었으나 현재는 판매분석시스템을 이용해 발주된 상품 중 판매된 상품과 판매되지 않고 폐기된 상품 등의 정보가 모두 실려 실제 팔리는 추세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보광훼미리마트는 판매분석시스템으로 점포별 판매 특성, 팔리는 시간대 등에 대한 분석과 예측에 의한 발주가 가능해졌다.
훼미리마트는 영업 초기였던 91년 6월부터 판매시스템을 사용했다. 이 시스템은 발주와 판매 위주의 정보만을 입력해 실제 매장에서 팔렸는지, 폐기되거나 반품됐는지 여부는 알기 어려웠다. 따라서 예측경영을 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최근 판매분석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서버 운영을 이원화하는 데 따른 데이터센터 이원화 계획은 없는가.
▶현재 대구·경북지역에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물색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추진할 것이다.
점포와 본사가 ADSL로 통신을 하는데 만약 본사가 속해있는 영동전화국의 네트워크에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면 데이터를 처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서버를 이원화하려는 것이고 여기에 따라 본사 이외에 백업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KT 등의 데이터센터를 검토했으며 임대해서 사용할 방침이다.
훼미리마트는 8월 중순 집계 결과 2,500점포에 도달했으며 앞으로 3000점포 시대를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서버 이원화 운영과 백업센터 운영은 몇 년전부터 검토해 왔던 과제였다. 국내 다른 편의점 업체 중에서 운영 서버 이원화와 백업센터 가동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은 매일매일 상품을 발주하고 폐기해야 하는 데 이어 공과금 납부라는 금융업무 일부와 택배서비스라는 물류업무 일부를 시작하며 역할도 다양해졌다. 편의점의 특징 중 하나는 매장에 물건을 떨어질 때마다 창고에서 물건을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발주해 매장에 쌓아두는 물건을 최소화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각 점포들은 판매분석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데이터 전송과 수송이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서버 운영 이원화와 데이터센터 이원화가 필수적이었다.

시장 점유율 40% 목표
3,000 점포를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은 현재와 얼마나 달라야 하며 어떻게 준비하는가.
▶3,000 점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물료와 IT가 중요해진다. 물류는 지역을 묶어 공동배송을 해야 하며 IT는 각 점포의 판매 현황을 분석해 잘 팔리는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배송해야 할 것이다. 보광훼미리마트는 사업 시작 초기부터 공동배송을 해왔으며 이미 구축해서 사용중인 판매분석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3,000점포 시대를 맞이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편의점의 발주는 매일매일 이뤄지기 때문에 아침에 전날 판매 현황을 파악해 필요한 상품을 발주하면 당일 배송을 받고 이 상품들을 당일 판매하는 것까지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판매분석시스템을 본사에 연결해 판매현황을 연계처리해 예측 경영으로 점포에 불필요한 상품을 쌓아놓는 일을 줄이게 될 것이다. 또한 고객들이 찾아왔을 때 필요한 상품이 다 떨어져 못파는 일도 없게 될 것이다.
점포의 위치, 주요 이용자층에 따라 팔리는 상품이 다를 것이며 잘 팔리는 시간대도 차이가 날 것이다. 판매분석시스템은 이러한 요인들을 분석해 각 점포에 좀더 배치해야 할 상품들을 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별해준다.
90년대에는 LG25시와 훼미리마트의 시장 점유율이 비슷했으며 세븐일레븐이 로손을 흡수하면서 한동안 1위 자리를 차지하는 등 1, 2, 3위의 자리변동이 심했다. 그러나 현재 점포수로 보면 훼미리마트가 33%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4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어떤 시장이건 시장점유율 40%를 넘기게 되면 쉽게 2위 업체와 간격이 커져 쉽게 순위가 뒤바뀌지 않게 된다. 보광훼미리마트는 이를 기반으로 좀더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전략이다.

최근 국내 할인점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각 할인점 업체들이 역세권에 할인점보다 규모가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롯데마트가 한양유통을 흡수해 롯데슈퍼마켓을 열었으며 삼성테스코 역시 장기 계획으로 슈퍼마켓 사업을 발표, 이미 서울시내에 2호점을 개설했다.
할인점들의 움직임은 편의점에게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었다. 이전까지 할인점은 동네 슈퍼마켓의 상권을 위협했으나 24시간 영업, 소량판매 등의 강점으로 편의점은 상권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할인점의 포화가 불러온 지역상권 장악이 편의점들을 긴장시키게 된 것이다.

ISP는 매년 업그레이드중
편의점은 포화상태이긴 하지만 유통시장이 대형할인점과 편의점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24시간영업이라는 차별화로 경쟁력을 갖춘 업종이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IT인프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제 편의점은 생활거점(living station)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필요한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구비해 놓아야 하며 여기에는 식음료 뿐아니라 정보, 생활편의서비스까지 포함된다. 보광훼미리마트는 생활거점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IT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국내보다 먼저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일본의 경우 사업영역 역시 국내보다 더 다양하다. 일본의 훼미리마트는 이미 6000점포를 운영하고 있을만큼 국내보다 훨씬 시장이 크다. 이들은 공연과 전시 등의 티켓 예약도 편의점에서 할 수 있으며 아직 국내 편의점들이 ADSL로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일본은 위성통신을 사용한다. 또한 국내 편의점들이 데이터를 처리하는 수준이라면 일본은 이미지, 동영상 처리도 가능하다.
보광훼미리마트는 생활거점으로서 역할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ISP도 매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중장기 계획으로 수립됐던 ISP가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광훼미리마트 정보시스템본부 인력은 30여명이며 이들은 기획과 운영을 담당한다. 개발은 주로 외부업체에 아웃소싱을 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아웃소싱에 대해 이 상무는 “일본 편의점 업체들 대부분이 운영아웃소싱을 채택해 국내에서도 검토한 바 있으나 아직 제대로 된 아웃소싱 사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상무는 “과거 운영 아웃소싱을 계획하면서 국내 굴지의 SI업체들을 만나봤지만 7일 24시간 무정지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는데 선뜻 결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운영 아웃소싱에 큰 메리트가 없었다는 게 이 상무의 판단이었다.
현재 일본 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은 IT운영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보광훼미리마트 역시 IT아웃소싱을 고려했으나 아직은 IT업체들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 보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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