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IT업체에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여러 시스템을 각각 다른 업체들에 아웃소싱하는 멀티벤더 아웃소싱이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과거 각 분야의 최상의 솔루션만을 도입하는 ‘베스트 오브 브리즈(Best of Breeds)’가 이상적일 뿐 실제 시장에서는 이기종 환경보다는 통합이 유리한 한 IT업체의 제품을 쓰는 방법을 더 선호했던 경향과 흡사하다.

이 방법은 아웃소싱 전망 보고서에서 시장이 어느 정도 성장기에 들어섰을 때 등장할 수 있는 한 사례로 소개된 바 있다. 각각의 시스템 전문업체에 운영과 관리를 맡기는 방법이 고객의 귀에는 꽤나 매력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IBM 메인프레임 관리를 HP에 맡긴다거나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서버를 IBM에 맡기는 것보다는 제조업체가 운영과 관리를 맡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객들의 IT인프라는 대부분 이기종이며 IBM, HP, 썬마이크로시스템즈, 후지쯔 등이 혼재돼 있다. 이러한 사용자 환경을 고려한다면 멀티벤더 아웃소싱은 이상적인 방법이다.

멀티벤더 아웃소싱은 사용자의 IT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선호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나 시스템을 나눠 따로 위탁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 관리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아웃소싱을 한 업체에만 위탁했을 때는 1년 비용이 대략 100억원이 필요하지만 이를 서버, 네트워크, ERP, DBMS, 재해복구 등을 각각 계약하게 되면 100억원 이상이 필요하게 된다.

이 방법의 가장 큰 맹점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드러난다.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아웃소싱 업체들이 서로의 잘못이라고 떠넘기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문제의 원인 규명도 늦어지고 그만큼 해결과 대처도 늦어 사용자에게는 큰 손실을 가져다 줄 것이다.

멀티벤더 아웃소싱은 IT업체들조차도 반기지 않는다. 한국오라클 온디맨드사업본부 최재성 본부장은 “오라클이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아웃소싱을 맡으며 고객의 요청에 따라 하드웨어 등 다른 부분의 아웃소싱 업체까지 찾아주는 역할을 한 적이 있었지만 오라클의 수익에 비해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가능한 일이긴 하나 남는 장사가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소프트웨어 업체 뿐 아니라 SI업체들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LG CNS 윤재중 상무는 “멀티벤터 아웃소싱을 발주하는 고객사가 매우 규모있는 업체야 하는데 국내 시장에서 그만한 고객들은 대부분 대기업”이라며 “그룹사 SI업체들과 아웃소싱 계약하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99년 5월까지 정보시스템을 내부 인력으로 운영하다가 2001년 3월까지는 삼성SDS에 아웃소싱했다. 그뒤 올 3월까지 신정보시스템은 삼성SDS가 여신지원시스템은 이룬인포텍이 종합기획부의 경영관리시스템은 LG CNS가 리스크관리본부의 종합리스크관리시스템은 이노아이텍이 각각 나눠서 운행해왔다. 산업은행은 이러한 운영이 계약을 변경할 때 상대적으로 유리하며 분야별 전문업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지만 담당역할이 중복되고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며 통제비용도 추가해 결국 시스템 운영 전반을 삼성SDS에 아웃소싱하게 됐다.

박해정 기자 hjpark@it-solutio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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