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충북대학교 비즈니스데이터융합학과 빅데이터센터 선임연구원

[아이티데일리] 빅데이터가 세계적인 화두로 부상한지도 수년이 흘렀다. 데이터의 분석과 활용으로 창출되는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는 시기, 정부도 이에 발맞춰 정부3.0을 통해 공공데이터 개방을 진행해왔다.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을 통해 국민 편의를 제고하고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정부3.0의 목표다.

공공데이터 개방은 이제 상당부분 진행됐으나, 이를 활용한 사례가 당초 기대했던 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일각에는 존재한다. 양적인 측면에 치중된 정보공개, 활용에 걸림돌인 지나친 규제 등이 주로 거론되는 한편, 그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원활하게 이뤄져오지 않았던 사회적인 관행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교통정보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을 구축해 이목을 끌고 있다.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가 아닌 지방의 기초자치단체가 공공 빅데이터를 의사결정에 활용하고자 나선 것. 이를 주관한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이경희 이학박사를 만나 그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 이경희 충북대 빅데이터센터 선임연구원

청주시 교통정보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계기는.

청주시 교통행정과에서는 청주시의 교통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교통데이터를 수집해왔다. 기존에는 교통정보센터에서 이를 확인하고 저장하려 했으나 너무 많아서, 시스템의 대시보드에 간단하게 차트를 구현하는 수준으로 활용하면서 한두 달 저장한 후 지우는 상황이었다. 정부3.0에 발맞춰, 이 같은 공공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아울러, 청주시에 지난해 7월 청원군이 편입돼 통합청주시로 거듭나면서 면적이 넓어졌고, 오송역이 최근 KTX 호남선의 분기역이 되면서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수요 증가에 따라 교통데이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응할 필요성 또한 제기됐다.

이에 따라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서울 심야버스를 비롯해 대전, 광주 등 다양한 구축사례를 통해 청주시에 맞는 시스템을 연구했고, 지난 2013년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청주시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착수, 10개월 만에 1차 사업을 완료했다. 충북대 산학협력단은 이전에도 LG전자의 VoC 분석, 충북도청의 민원 분석 등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청주시 교통정보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을 소개해 달라.

교통카드시스템, BIS(버스정보시스템), ATMS(첨단교통관리시스템) 등 교통 관련 시스템에서 수집되는 교통데이터를 분석 및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월평균 1억 건의 데이터가 처리되고 있다. 교통카드로그와 버스운행로그는 물론, ITS(지능형교통시스템)를 통해 주요 도로 103개소에 설치된 DSRC(무선기반노변장치)와 6개소에 설치된 AVI(차량번호판 인식장치)를 통해 생성되는 데이터도 분석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이를 통해 청주시내 주요 도로의 시간대별 교통량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어, 교통정체 방지뿐 아니라 교통정책의 수립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또한, 그동안의 BIS 데이터를 살펴보니 버스별 기준시간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아 배차간격이 불규칙한 경우도 있었고, 특정노선이 종종 지연돼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과거에는 이 같은 전수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어, 담당 공무원이 직접 탑승해 조사하거나 기사에게 물어봐서 기준시간을 매겼기 때문이다. 교통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을 통해 이 같은 버스도착시간의 정확도를 향상시켰다.

이를 위해 첨두시간(peak time)과 비첨두시간의 교통데이터를 나눠보기도 했다. 첨두시간인 출퇴근시간에 특정 도로가 막히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었는데, 시내순환버스가 비첨두시간인 주간에 종종 지연이 발생하는 것은 비교적 새로운 결과였다. 이는 해당 시간대에 주부나 노약자의 이용이 많아져서 일어나는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올해 초 청주시에서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이 일어났고, 범인 검거를 돕고자 시스템 구축 중에 해당 교통사고 인근지역 데이터를 찾아보기도 했다. 하이패스 등 센서가 부착된 차량이라면 보유한 데이터로도 추적 가능하다고 여겨져, 대상자를 추려 도로교통공단에 협조를 요청하려는데 범인이 자수해 수사가 종결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경찰청으로부터 향후 교통데이터 관련 MOU를 맺자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얻은 것이 있다면.

충북대 비즈니스데이터융합학과 학생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직접 데이터를 다루면서 경험을 쌓은 점이 가장 큰 소득이다. 대개의 경우 대학원까지 공부해도 실무를 알기 어렵고, 대량의 데이터를 다뤄보는 기회 역시 그리 많지 않다. 이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DB(데이터베이스)로는 처리 불가능한 수준이라 클라우드에 올려 스케일아웃 형태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충북대학교와 산학협력을 맺고 비즈니스데이터융합학과 학생들에게 고용형 석사과정을 제공해온 위세아이텍으로부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위세아이텍에서 현업 경력자를 거의 매주 파견해서 많은 실무경험을 제공, 체계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면서 실무형 인재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위세아이텍으로부터는 다차원 분석을 위한 ‘와이즈 올랩(WISE OLAP)’과 시각화도구 ‘와이즈 비주얼(WISE Visual)’도 지난 2013년 기증받은 바 있다. ‘와이즈 올랩’은 학생과 같은 초보자도 수월하게 DW(데이터웨어하우스)를 구성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DB 연결 시 초보자가 범하기 쉬운 쿼리 오류를 잡아주고 환경에 따른 가이드도 제공해준다. ‘와이즈 비주얼’ 또한 간편하게 시각화를 구현할 수 있는 사용편의성이 특징이라, 학생들과 함께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이 두 개의 제품이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이 제품들을 통해 프로젝트의 비용절감까지 이뤘다.


향후 계획은.

청주시 규모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 빅데이터 분석 프로젝트에 직접 나섰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보며, 인근 시도에서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양한 문의를 해오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찾아 효율적인 행정을 펼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고, 청주시장 역시 최종보고회에서 이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청주시는 시정에 데이터 분석결과를 반영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전문적인 데이터 분석인력을 보유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청주시 교통정보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구축사업이 계속과제로 자리한 만큼, 앞으로는 그간 다루지 못했던 데이터도 수집해 분석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다. 서울시에서는 이미 수집하고 있는 화물차 운행기록이나 택시 운행기록 등을 비롯해, 기존에 통신사에서 일부 기증받아 포함했던 통신데이터의 본격적인 활용도 해당된다. 현재는 기초적인 분석에 머무르고 있지만, 향후 교통공학적인 요소를 가미하면서 교통편의를 제고해나갈 방침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개인적인 보람도 많이 느꼈다. 데이터 분석결과가 온전히 정책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이 같은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IoT(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교통 빅데이터와 더불어 뇌 과학 쪽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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