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시기상조론’ 지적에 인텔 “고객 선택의 폭 넓어진다”며 역공

기술 발전 속도가 시장 성장 속도를 너무 앞질러가는 것은 아닌가?” 인텔이 최근 개최한 인텔 개발자 포럼(IDF)에서 발표한 쿼드 코어(Quad-Core) 프로세서를 보고 가져보는 의문이다. 지난 해 인텔이 선보인 듀얼 코어 시장이 채 무르익기도 전에 동일 가격에 한층 강화된 성능을 제공하는 쿼드 코어가 과연 앞으로 얼마나 시장을 형성할 것인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인텔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쿼드 코어 프로세서의 성능은 기존 듀얼 코어에 비해 데스크톱용의 경우 70%, 서버용은 50%가 뛰어나다.

서버 업체 “반갑지 않다”
HP나 IBM 등 서버 업체들이 이번 인텔의 쿼드 코어의 출시를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는 이러한 의문을 뒷받침하고 있다. 서버 업체의 어느 마케팅 담당자는 “현재 판매되는 서버 제품 가운데 아직도 싱글 코어가 듀얼 코어 보다 많은 편”이라면서 “듀얼 코어 시장이 본격 형성되기도 전에 쿼드 코어가 나온 점은 잘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AMD 등 경쟁사와 프로세서 기술 개발 싸움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는 이해되지만 시장 논리로 따졌을 때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최근 제품의 마진율이 크게 떨어져 수익성 확보에 고심하고 있는 서버 공급업체들에게 인텔의 쿼드 코어 기술은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사용자들이 “나중에 좀더 저렴하고 성능이 좋은 제품을 도입 하겠다”며 제품 구입을 미뤄 계약이 연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이들 서버 업체들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서버 업체의 채널사들이 기존 싱글 코어 또는 듀얼 코어 제품의 재고 부담을 안게 되고, 이는 덤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인텔 측은 “성능 차이가 뚜렷한 듀얼코어와 쿼드코어를 똑같은 업무에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들은 업무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게 됐다”며 오히려 고객 측면에서는 반가운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이번에 발표한 쿼드 코어 인텔 제온 프로세서와 듀얼 코어 기반의 아이테니엄2 프로세서의 위상이 앞으로 어떻게 정립될지도 의문 중의 하나이다. 제온 기반의 쿼드 코어 프로세서가 혹시 듀얼 코어 기반의 아이테니엄2 프로세서의 시장 확산에 다소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듀얼 코어 기반의 아이테니엄2 프로세서와 쿼드 코어 제온 프로세서의 성능 비교에 관한 자료가 없다는 인텔 측의 대답은 이러한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쿼드 코어 기반의 아이테니엄2 프로세서는 오는 2008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쿼드 코어 아이테니엄2는 2008년 출시
이밖에 이번 인텔 쿼드 코어 프로세서는 한개의 패키지안에 2개의 듀얼 코어 프로세서를 담은 형태로 설계돼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의문이다. 인텔 측은 이러한 설계 방식에 대해 “개발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AMD 측에서는 이러한 설계방식을 놓고 “진정한 쿼드 코어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쿼드 코어 프로세서는 한개의 물리적인 프로세서 또는 소켓에 4개의 프로세싱 코어를 담은 것으로 인텔의 쿼드 코어 프로세서의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IDF 행사에서 그 베일을 벗은 인텔 쿼드 코어 제품군은 데스크톱과 서버용으로 이뤄져 있다. 데스크톱용은 인텔 코어 2 익스트림 쿼드 코어 프로세서 QX6700과 인텔 코어 2 쿼드 프로세서 Q6600 등 2종으로, 서버용은 쿼드 코어 인텔 제온 프로세서 5310 시리즈, 쿼드 코어 인텔 제온 프로세서 LS5310, 쿼드 코어 인텔 제온 프로세서 3200 시리즈 등 3종으로 구성돼 있다.
박시현 pcsw@rfidjourna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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