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IT부문의 올해 이슈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리스크 관리다. 지난해 은행권 바젤Ⅱ로 시작된 리스크 관리시스템 구축은 올해 2금융권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 역시 바젤Ⅱ 관련 시스템 구축은 올해도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스크관리 시스템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담당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중요성을 크게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 속내를 들어보면 가장 큰 요인은 금융감독원의 규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도입 당위성을 인지하고는 있으나 추진 동력은 감독원에서 정해진 시한에 의해 좌우되고 있고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이 따르니 구축하기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감독 규정에 맞추다보니 시스템 구축 시늉만 하는 곳도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시스템 구축에 착수한 모 금융기관은 시스템 도입은 해야겠고, 예산은 부족한 상황에서 묘안을 찾았다. PC 기반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현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중소형사로 데이터 양도 적으니 뭐 어떠랴 하는 심산으로 생각된다. 내심으로는 규제도 준수하고 비용도 절감하는 일석이조의 묘안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가 강조되고 있는 배경 근간에 깔려 있는 장기적인 통합리스크에 관련된 준비는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은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이는 이미 대형사에서도 나타났던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국내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리스크 시스템 재구축 수요가 활발했다. 이들 보험사는 재구축의 이유로 기존 리스크 관리시스템의 활용도가 낮다는 것을 지적했다. 의사결정자들이 리스크의 가치를 알고 정보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한 시스템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면 재투자를 통해 의사결정 체계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다시 구축했다. 불과 3~4년 전의 시스템 구축이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임시방편으로 구축된 탓이다.
리스크관리 시스템 구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한번만으로 시스템 구축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나올 규제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긴 안목으로 멀리 내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벼락치기 공부는 실력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인데도 종종 이를 잊어버리는 듯 하다.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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