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유물 보존처리, OST 디지털 앨범 발매 등 분야 막론

[컴퓨터월드]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게임밖에 모른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창의적인 생각과 개방적인 마인드로 무장한 게임회사들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고 있다. 소중한 우리나라 문화유산 보존 활동이나 장애인들의 의사소통을 위한 홈페이지 제작, OST 디지털 앨범 발매 등 활동 범위도 다양하다. 게이머들의 욕구 충족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한 게임업계의 이색 활동들에 대해 알아본다.


라이엇 게임즈, 우리나라 문화유산 보존활동

국내 출시 이후 게임순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LoL)’의 개발 및 유통사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2012년 문화재청과 문화재지킴이 활동 협약을 시작으로 꾸준히 우리나라 문화유산 보존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4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총 18억 원 이상의 사회 환원 기금을 문화유산 보호에 기부한 바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서울문묘 및 성균관에 대한 안내판 개선 및 3D디지털원형기록사업 지원, 해외 소재의 ‘석가 삼존도’ 국내 반환 지원 등 국내 문화재 보호와 국외 문화재 환수 사업 등에 앞장 서 왔으며, 최근에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실유물에 대한 보존처리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또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문화유적지 청정 활동과 플레이어 및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 역사교육 프로그램, 한양도성 걷기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참여 프로그램 또한 기획, 진행하고 있다.

▲ 라이엇 게임즈가 국내 반환을 지원한 ‘석가 삼존도’

이 중 ‘석가 삼존도’ 국내 반환은 라이엇 게임즈가 추진한 문화유산 보존활동을 통해 거둔 가장 큰 쾌거다.

1730년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석가 삼존도는 가로 세로 길이 3미터가 넘는 비단에 석가모니 등 불교를 상징하는 여러 인물이 채색된 조선시대 불화다. 특히 석가모니 전면에 10대 제자로 알려진 아난 존자와 가섭 존자가 배치돼 있는 등 현존 불화 중 도상 가치가 희소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미국 버지니아주 노포크 소재의 허미티지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석가 삼존도의 국내 반환을 위해, 반환 관련 비용 일체를 지원했다. 특히 미국에 있던 국내 문화재의 반환을 위해 미국 온라인 게임 기업이 함께 한 것은 전례가 없던 사례다.

아울러 조선시대 왕실유물 보존처리 후원을 통해 라이엇 게임즈는 또 하나의 선례를 남겼다. 이는 조선시대 국왕 행차 시 행렬 주변에 세우는 용도의 의장물 ‘노부(鹵簿)’에 대한 것으로 지난 2012년부터 약 2년여의 기간을 거쳐 지난해 12월 모든 작업이 완료됐다.

노부는 의례에서 국왕의 위엄을 과시하고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되던 깃발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물품으로, 조선시대 이후 각 궁궐과 왕릉에서 보관되다 국립고궁박물관 개관과 함께 이관 및 관리돼 왔다.

▲ 보존 처리된 노부 유물. 비단바탕에 두 마리의 봉황을 장식한 사각 부채 ‘봉선’(왼쪽)과 황색비단으로 만든 문양 없는 사각 부채 ‘소선(오른쪽)’

문화재청 및 국립고궁박물관은 오랜 시간 보관되며 취약해진 유물의 ‘안전한 관리와 전시’를 목표로, 유형별 대표유물 총 25점을 선정해 문헌조사 및 성분분석도 함께 진행했다. 이를 위해 목재, 직물, 배접 및 금속 등에 대한 보존처리 전문가 등 분야별 전문가들도 대다수 참여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노부 유물 보존 처리를 후원함으로써,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승현 라이엇 게임즈 한국대표는 “새해에도 문화재 보호에 앞장서며 우리 문화를 위한 유익하고 의미 있는 활동들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닐랩, ‘라디오해머’ OST 디지털 앨범 발매

모바일 게임 ‘라디오해머’ 개발사 바이닐랩은 110여곡이 넘는 라디오해머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디지털 앨범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라디오해머는 해적방송국 라디오해머 스테이션을 통해 위기에 빠진 청취자들의 사연을 들은 슈퍼 DJ들이 직접 현장에 출동, 음악과 함께 악당을 물리친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리듬 액션 게임이다.

라디오해머 OST는 개발사 바이닐랩이 게임의 부가 서비스가 아닌, 앨범 그 자체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취지로 출발한 프로젝트 앨범이다. 지난 1월까지 라디오해머의 주인공인 줄라이 앤, MC 웨인, 심플리 리타, DJ 누미 등 슈퍼 DJ별로 앨범을 발매해 총 4개의 앨범이 하나의 패키지로 완성됐다.

▲ 라디오해머 OST 앨범 패키지

라디오해머 OST 디지털 앨범의 첫 시작인 줄라이 앤은 일렉 팝, 애시드 재즈, 하우스, 라운지 등의 현대적인 음악들을 담았으며, 두 번째 앨범인 MC 웨인 앨범은 힙합과 R&B, 소울을 기반으로 하는 흑인 음악뿐만 아니라, 디스코나 레게 스타일의 독특한 장르까지 포함시켰다.

세 번째 앨범인 심플리 리타는 전반적으로 탄탄한 기타 리프를 뿌리로 두고 만들어진 락 콘셉트의 곡들로 구성됐으며, 네 번째 앨범인 디제이 누미는 클럽 DJ라는 설정에 맞춰 덥스텝과 딥하우스 장르의 비교적 친숙한 장르부터 소울의 정서를 담아낸 누 디스코, 애시드 재즈 등의 장르까지 담았다.

나동현 바이닐랩 대표는 “라디오해머 OST는 게임의 부가 서비스가 아닌, 앨범 그 자체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퀄리티 있는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오랜 기간 리마스터링을 거쳐 본래의 게임 음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살리되, 게임 플레이를 위해 제한됐던 부분을 해제해 음악적 완성도를 더욱 높인 OST”라고 소개했다.

한편, 바이닐랩은 라디오해머 OST 프로젝트 앨범 출시를 위해 게임에 사용된 곡들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모든 곡들을 리마스터링 했으며, 외부 뮤지션과 콜라보레이션으로 특별 작업하는 열정까지 쏟았다.

넥슨, 넥슨작은책방 설립

넥슨의 사회공헌 활동 ‘넥슨작은책방’은 지난 2005년 아이들에게 지식과 배움의 터를 마련해주고자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국내 지역아동센터 및 기관 등 96곳, 해외 4곳 등 총 100개가 설립돼 운영 중이다. 넥슨이 지금까지 기부한 책은 총 6만 6천여 권으로 전 세계 2만 2천여 명의 어린이들이 작은책방에서 책을 읽고 있다.

▲ 넥슨작은책방 히스토리를 요약한 인포그래픽

특히 해외 책방은 2011년 아프리카 부룬디 지역을 시작으로 2012년 네팔 다델두라주 산간마을에 2호점, 2013년 말 캄보디아 캄퐁스프(Kampong Speu)의 토모다(THOMOR DA) 학교에 3호점을 각각 세웠다.

넥슨의 도서 기증 행사인 ‘넥슨작은책방’이 어느덧 100번째 지점에 이르렀다. 지난해 12월, 넥슨작은책방 100번째 지점이자 해외 책방 4호점이 미얀마 쉐비다(Shwepyithar) 지역 내 제17 초·중학교에 넥슨 게임 유저들의 손으로 설립됐다. 이번 책방 설립에는 넥슨의 인기게임 ‘마비노기’의 유저 봉사단도 함께 참여했다.

미얀마 현지 학교를 찾아간 넥슨은 교내 낡은 교실을 리모델링하고 책걸상과 노트북 13대를 기증했다. 여기에 미얀마 어린이들을 위해 발간한 버마어 동화책 1천 권과 어린이 도서 2천여 권을 포함 총 3천여 권의 책을 선물했다.

또한, 현지 어린이들과 어울려 한국어 수업, 협동화 그리기, 미니 운동회 등 다양한 봉사 활동들을 진행하는 한편, 향후 책방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교사 및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책방 운영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 미얀마에 설립된 넥슨작은책방 100번째 지점에서 아이들이 봉사자와 함께 책을 읽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7월 현지 조사를 시작으로 개관까지 총 7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개관식에는 쉐비다 교육청장이 참석해 넥슨에 감사패를 수여했으며, 현지 NGO 관계자, 제17 초·중학교 교사와 학생, 현지 주민 등 약 700여 명이 참석해 책방 설립을 환영했다.

박이선 넥슨 사회공헌실장은 “미얀마 어린이들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선물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넥슨은 더 많은 작은책방에서 국내외 소외 어린이들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 보완대체의사소통(AAC) 체계 지원

엔씨소프트가 사회적 책임 활동을 위해 설립한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의사소통 장애를 감소시키고,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보완대체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 프로그램을 개발 및 보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AAC 프로그램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인지적 장애로 인해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뇌성마비, 자폐성 발달장애, 정신지체뿐 아니라 중복감각장애나 청각장애, 말운동장애, 지체장애 등 그 이용자가 매우 광범위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AAC 프로그램의 개념은 생소하다. 그 중에서도 언어 습득과 학습에 제일 기본이 되는 시기인 2~5세 장애 아동을 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 마이 퍼스트 AAC 실행화면

이에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말하기, 쓰기 등 의사소통에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지원하는 공익 소프트웨어 ‘마이 퍼스트 AAC(My First AAC)’를 지난해부터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마이 퍼스트 AAC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 아동과 가정들을 위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스마트 기기 기반의 보완대체 의사소통 프로그램으로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마이 퍼스트 AAC는 말을 처음 배우기 시작하는 언어 연령 2~5세의 장애 아동을 주 대상으로 개발됐다. 감정, 활동, 음식, 색, 사회성 등 총 23개 카테고리에 300개 이상의 아이콘으로 구성됐다. 제작 과정에 언어, 아동, 교육 등의 전문가가 참여했으며, 학부모, 교사 등을 상대로 사용성 평가도 거쳤다.

뿐만 아니라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지난해 AAC 홈페이지를 개설, 서비스에 들어갔다. AAC 홈페이지는 ▲AAC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력을 높이고, ▲동영상을 통해 사용 방법을 쉽게 익히며, ▲관련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AAC 홈페이지 화면

한국보완대체의사소통학회 전문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 특수학교 전체 학생의 약 86%가 AAC 체계를 필요로 하고 있으나 59% 정도만 AAC 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사용 중인 AAC 체계도 낮은 기술 사양의 AAC 체계(의사소통 판이나 책 등)가 89%를 넘는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AAC 체계는 아직 기초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전체 AAC 잠재 수요자는 3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뇌졸중, 파킨슨병 등 후천성 의사소통장애가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AAC 잠재 수요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윤송이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이사장은 “의사소통 장애인들도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면서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AAC 체계를 개발하고 보급시켜 나가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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