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이어 ‘모바일’분야 예산 집중

[컴퓨터월드] ‘증권업계의 불황’은 이제 하나의 관용어구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증권사들은 ‘불황의 늪’에서 조금쯤 벗어나고 있는 듯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증권사들의 2014년 당기순이익이 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러한 회복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호시절’이 돌아왔다기보다는 ‘최악’에서 벗어났다고 보는게 적당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적어도 2015년 1분기까지는 증권업계의 실적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IT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본지가 국내 8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2015년 IT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년 대비 IT 투자 예산을 증액한 곳이 전체의 33%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조사 대상 증권사 절반이 IT 예산을 동결했지만, 전년에 비해서는 훨씬 나아진 상황이다. 2014년의 경우 IT 투자 예산을 늘린 증권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예산이 동결된 증권사가 전체의 80%를 차지했었다.

IT 투자 예산이 늘어난 증권사들은 적게는 5%, 많게는 30%까지 예산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예산이 집중될 분야는 금융업계 전체의 ‘숙명’인 보안, 그리고 모바일이다. 특히 모바일 분야에 대한 투자가 전년 대비 괄목할 만큼 급증했다는 것이 올해 증권 IT 시장의 핵심이다.

보안에 이어 모바일, 혹은 보안보다 모바일

비단 증권업계 뿐 아니라 금융 IT 전체에서 보안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2015년에도 변함이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심화됐다. 본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중 85.7%가 2015년 도입할 예정인 솔루션 분야로 보안을 지목했다.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증권사들은 여타 도입할 솔루션에 비해 최우선순위로 보안 솔루션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뒤를 잇는 것은 모바일이다. 57.1%의 증권사들이 모바일 솔루션 도입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모바일 솔루션 역시 보안 솔루션만큼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했다. 많은 증권사들이 솔루션 도입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에 “보안, 다음은 모바일” 혹은 “모바일, 다음은 보안”이라고 답변했다. 증권업계가 금융 IT 전체의 가장 큰 숙제인 ‘보안’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모바일’을 주시하고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증권업계가 모바일 솔루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그 배경은 ‘장기 불황’이다. 오래도록 지속된 ‘한파’를 버티다 못한 증권사들이 ‘덩치’를 줄이면서, 증권업계에서는 대면 영업이 아닌 비대면 영업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모빌리티가 확산된 오늘날, 비대면 영업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솔루션 도입을 통한 MTS(Mobile Trading System)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해 리테일 부문(개인고객 증권거래)의 수익이 감소했다. 이는 바로 지점 감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 대면 영업의 비중이 감소했고 그 간극을 비대면 영업이 메꾸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2015년은 전통적인 주식 거래 수단인 HTS(Home Trading System)의 거래 비중을 MTS가 넘어서는 원년이 될 것이다. 이미 일부 증권사에서는 2014년 말 거래 비중이 역전됐다. 증권업계의 IT 투자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MTS에 대한 투자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대면 영업 중에서도 모바일 채널을 활용한 영업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이며,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 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제2금융권 망분리 지침 ‘데드라인’ 도래

반면 이처럼 모바일 솔루션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증권 IT의 최우선순위는 보안 분야다. 매년 크고 작은 금융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를 비롯해 금융권 전체에서 차지하는 보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이슈가 증가함에 따라, 정보보안에 대한 투자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특히 2015년 증권 IT 시장에서는 그간 우후죽순 추진되던 망분리 도입 사업이 ‘마지막 불꽃’을 태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의 지침에 따라, 제2금융권은 2016년까지 망분리 사업을 완료해야 한다. 따라서 2015년 증권 IT 시장에서 ‘가장 핫한’ 보안 솔루션은 망분리 솔루션이 될 전망이다.

본지 조사에서도 66.7%에 해당하는 증권사들이 2015년 망분리 솔루션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응답한 증권사의 절반가량이 2015년 가장 중요한 IT 역점사업으로 ‘망분리 솔루션 도입’ 사업을 꼽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015년 하반기부터 전사적 망분리를 도입하는 회사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업계에서는 서버 기반의 VDI 기술(SBC)이 전반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SBC는 도입 비용이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얼마나 많은 증권사들이 SBC 기반의 전사적 망분리로 갈 것인가가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 말했다.

이외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2015년 방화벽/VPN(50%), DB암호화(33.3%), NAC(네트워크 접근제어, 16.7%), 개인정보스캔(16.7%), UTM(통합보안장비, 16.7%), DDoS 및 좀비PC 방어(16.7%) 솔루션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본지 조사에 응한 증권사들의 경우 노후화된 방화벽 장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신규 방화벽 혹은 신규 UTM 도입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 답변했다.

 

빅데이터·클라우드에는 ‘무덤덤’

한편, 최근 모든 산업계에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규 IT 트렌드에 대해 증권업계는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하거나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빅데이터 관련 IT 투자 계획에 대해, 본지는 ‘도입 계획이 있다’, ‘도입을 검토 중이다’, ‘도입 계획이 없다’, ‘기타’의 네 가지 항목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응한 증권사 중 빅데이터 ‘도입 계획이 있다’고 답변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절반의 증권사가 ‘도입을 검토 중’이라 답변했고, 나머지 절반의 증권사는 ‘도입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반면 증권 IT의 2015년 이슈를 어떻게 예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부 응답자가 빅데이터를 거론했다. 이는 증권업계가 빅데이터라는 IT 트렌드의 가능성 자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나, 빅데이터를 통해 비즈니스를 실제로 향상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클라우드 관련 IT 투자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더욱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전체의 62.5%가 클라우드 ‘도입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도입을 검토 중이다’, ‘프라이빗 또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답변했다.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증권 IT의 2015년 이슈로 클라우드를 거론하는 응답자 역시 전무했다.

이는 전 산업에 걸쳐 클라우드 도입이 확산되고는 있으나, 산업 분야별로 정도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클라우드, 특히 퍼블릭 클라우드의 경우 기업 자산을 외부에 적재한다는 점에서 정보보호에 취약할 것이라는 이미지를 태생적으로 갖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공급업체들의 노력에 힘입어 최근에는 많이 완화됐으나, 보안이 최우선순위인 증권 IT 분야에서는 공공의(public) 클라우드로 비즈니스를 운영한다는 것을 여전히 상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중점 사업…FDS, 망분리, MTS, ODS

2015년 증권 IT 시장에서 추진 예정인 주요 사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많이 거론된 키워드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구축’이다. 본지 조사에 응한 증권사 중 절반이 넘는 증권사가 올해 중 이상거래탐지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시기는 연중 고르게 분포됐다.

그 다음 키워드는 ‘망분리 솔루션 도입’이다. 절반 가량의 증권사들이 올해 망분리 도입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망분리를 도입하면서 망연계 솔루션까지 함께 도입할 계획이다. 시기는 역시 연중 고르지만, 상반기에 비해서는 하반기에 더 많은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MTS 고도화’ 사업 역시 절반 가량의 증권사들이 올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TS 관련 사업은 비단 2015년뿐 아니라 향후에도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업계뿐 아니라 산업 전체에서 모빌리티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모바일 비즈니스는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MTS뿐 아니라 ‘HTS 고도화’, ‘웹사이트 개선’ 등 다양한 채널에서 비대면 영업을 지원할 사업들이 속속 추진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많은 증권사들이 영업지원 강화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부문에서는 ODS(Outdoor Sales, 방문판매) 영업을 지원할 시스템 고도화 사업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 ODS 사업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모바일 ODS 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영업 사원들이 모바일 장비를 이용해 계좌개설 및 금융상품 판매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 비대면 뿐 아니라 대면 영업에서도 모빌리티를 활용하고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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