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PC 시장 변화 예고, 국내 시장은 영향 없을 듯
IBM PC 사업부가 중국의 PC 업체인 레노보사에 매각됐다. 이로서 레노보는 제품 라인 보강과 아시아 지역은 물론 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PC사업 조직을 구축하며 사업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IBM측은 지난 달 8일 PC 사업을 중국 레노보사에 매각함과 동시에 지분 참여, 사업 협력관계 등을 통해 PC 분야에 장기적인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IBM은 최소 6억 5천만 달러의 현금과 6억 달러 상당의 레노보 그룹 보통주를 획득하게 된다. 또한 3년간의 권리행사 보류 기간이후 IBM은 레노보의 2대 주주로서, 18.9%의 지분을 갖게 되며 레노보는 5억 달러 상당의 대차대조표상 채무 부담을 지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IBM과 레노보는 광범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IBM은 레노보의 전세계 서비스 및 파이낸싱 분야의 우선 공급자가 될 예정이다. 레노보는 IBM의 PC 우선 공급자가 되어 IBM이 광범위한 개인용 컴퓨팅 솔루션을 대기업 및 중소기업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새로 출범하는 레노보의 CEO에는 IBM의 PSG(퍼스널컴퓨팅사업부)의 스티븐 워드가 맡을 예정이며, 현 레노보의 CEO이자 부회장인 양 유안킹이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IBM의 스티븐 워드는 “이번 인수는 양사 고객들을 위한 성공적인 결정이다.”며 “향후 레노보는 공격적이지만 신중한 성장 전략을 추구할 예정이며, IBM과 레노보의 현 임원직들을 절충하여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경영진을 갖출 것이다.”고 밝혔다.

레노보 3대 PC업체로 부상
IBM이 레노보에 PC 사업부문을 매수함에 따라 전세계 PC 시장에서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DC에 따르면 레노보는 일본을 제외한 아태지역 PC 시장에서 12.6%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세계 PC 시장에서는 8위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매각이 완료되면 기존보다 4배 큰 PC 사업 조직을 갖추게 되며 매출규모 120억 달러, 연간 판매대수 1,190만대에 이르는 대형 PC 업체로 뒤바뀐다. 또한 전세계 PC 시장 8위에서 5계단을 뛰어 올라 3위로 올라서게 된다.
세계 PC 시장은 현재 델이 16.8%의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HP가 15%로 2위, IBM이 5.6%로 1, 2위 업체들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인수가 완료되면 1, 2위와의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업계전문가들은 레노보가 중국 최대의 PC업체로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중국 PC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 이번 인수를 통해 IBM의 160여개의 유통망과 서비스 및 브랜드 인지도의 이점을 누릴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세계 PC시장의 구도를 뒤흔들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컴퓨터시스템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엄규호 상무는 “IBM을 인수한 레노보가 어떻게 IBM의 기존 영업 조직과 브랜드력을 유지해 나갈 것인가, 그리고 IBM의 빈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시장에서는 지켜봐야겠지만 큰 영향력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레노보가 IBM의 ‘씽크’ 브랜드를 유지하지만 지역별 사업과 관련해서는 개별적으로 계약을 따로 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또한 레노보가 PC 사업을 국내에서 벌인다고 하더라도 AS 공백과 유통 채널 이탈 등의 문제, 국내에서는 생소한 브랜드라는 점이 최대 약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IBM이 LG 전자를 제외한 점유율은 6~7% 수준이였고, 최근 분사에 따라 조직을 새롭게 정비한 상황이다.
엄규호 상무는 “현재 국내의 IBM 물량은 많지 않아 IBM의 PC 사업 포기가 별다른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국HP의 퍼스널시스템그룹 박상훈 과장은 “레노보는 국내 인지도가 전혀 없고, 채널 및 유통망이 아직 정비가 안돼 있어 고전을 면치 어려울 것이다.”라며, “저가 정책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지만, IBM의 ‘씽크’브랜드가 고가여서 저가정책을 펼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설명했다. 최근 레노보는 올해 2분기 한국에 합작 법인을 세우고 PC 시장을 공략한다고 밝혔지만, 과연 국내 시장에서 어느정도의 성과를 올릴지는 지켜봐야할 문제이다.
유진상 기자 jinsang@infote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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