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귀 리비젼아카데미 원장

▲ 황순귀 리비젼아카데미 원장

[아이티데일리] 2015년 새해를 맞고 있다. 수년간 계속되어온 빅 데이터에 대한 관심은 거품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에서부터, 그 뜻이 무엇인지, 어떻게 어떤 분야에 활용해야 할 것인지까지 수많은 논란 거리를 안고서 계속 커져가고 있다.

분명 실체는 있다는 것이 중론이고, 이런 견해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세인 것이 최근의 상황이다. 그러나, 특히 국내에서 빅 데이터가 활발하게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가를 본다면, 그리 긍정적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특히 민간분야에서의 실행이 논의가 많은 것에 비해서는 실행은 초라한 수준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결국 빅 데이터를 실행에 옮길지 말지, 또는 실행에 옮긴다면 어디서 출발해서 어떤 규모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최종의사결정자인 CEO의 몫이다. 지방자치단체 장이든, 연구소장이든, 기업의 대표이든. 그러나 CEO들은 얼마나 빅 데이터를 이해하고, 그것을 잘 지휘해가고 있는가? 공공분야에서는 어떻고, 민간분야에서는 또 어떠한가?

지난 주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라스베가스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생각해 보자. 포드 자동차가 아마존과 같은 사업 모델을 지향하겠다고 포드의 CEO가 시장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중심에 사물인터넷과 빅 데이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번 CES에서는 사물인터넷이 최대의 화두였지만, 그 이면에는 엔진 역할을 하는 빅 데이터가 사실상의 주연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의 최근의 상황을 짚어보자. 2014년 11월에 진행된 빅 데이터 컨퍼런스에서 리비젼컨설팅이 주도해서 조사했던 빅데이터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거품이 상당히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며, 다양한 문제가 있다고들 실무자들이 느끼고 있다. 그러나, 비록 장애물이 있다 하더라도, 빅 데이터의 발전은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관심의 대상도 벤더들이 파는 제품이나 툴, 기술 보다는 활용과 특히 데이터 분석에 집중적인 관심들을 가지고 있다.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컨퍼런스에 많이 참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였다. 컨퍼런스에 여러 번 참석했던 사람들일수록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조금은 냉철한 시선에서 빅 데이터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컨퍼런스를 여러 번 다녔다는 것은 한편으로 보면, 본인의 업무가 실무적으로 빅 데이터와 직접 관련이 많고, 그러다 보니 빅 데이터의 현실과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는 좀 더 비관적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공부를 많이 해야 실체가 제대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특히 많은 지적이 되었던 장애물은 바로 전문 데이터 분석가(요즈음에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고 부른다)의 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빅 데이터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모아만 둔다고 변화나 성과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돌려야 무언가가 이루어질 수 있을 텐데, 데이터를 돌릴 사람이 없으니 또는 돌릴 기술이 부족하니,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일 것이다.

실무자들은 이미 이 정도까지는 구체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차마 말하지 못하는 진짜 큰 문제는 무엇인가? 바로 CEO의 이해도와 태도이다.

CEO가 이해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반대만 한다거나, 턱도 없는 예산과 인력을 가지고 환상적인 결과를 당장 만들어 내라고 한다면, 어떤 실무자가 소화하고 따를 수 있겠는가? 빅 데이터가 실무진 한 두 사람에게 맡겨둘 정도의 작은 부분이 아니라고 본다면, 모든 문제는 CEO에서 출발한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 데이터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CEO를 찾아보기 어렵고, CEO를 제대로 이해시킬 교육도 책도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다름이다.

필자 역시 1997년부터 CRM(고객관계관리) 업무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19년 동안 해오고 있는 사람으로서 몇 년 전부터 빅 데이터라는 말이 나오기에 한 두 번 관련 세미나를 들어 보고, 한 두 권의 책을 읽어 보고는 ‘빅 데이터도 CRM과 마찬 가지로 컴퓨터 관련 업체들이 그들의 제품을 팔기 위해 만들어 낸 신조어에 불과하구나’ 라고 생각했다가, 미국과 일본의 사례들을 보게 되고 책들도 더 읽다 보니 ‘아! 빅 데이터는 기존의 경영 혁신 개념들 BPR, TQM, CS, CRM과는 전혀 다른 회사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는 회사의 고유 업종까지도 바꿔야 하는 아주 중요한 것임’을 최근에 깨닫게 되었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도 2014년 10월 전략회의에서 GE가 제조업체에서 산업 인터넷을 선도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로 변할 줄은 몰랐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필자는, 본인이 조금 먼저 깨달은 것을 다른 CEO 분들에게 얘기로 하면 몇 분들에게만 전달이 안 되는 아쉬움도 있고, 이해시킬 책도 없는 그런 아쉬움을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해 조만간, 이 분야의 오랜 경험을 가진 전용준 박사 등 본인이 속한 리비젼 컨설팅의 식구들과 힘을 모아 오직 CEO에게 읽혀야만 할 내용을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정리한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우선 CEO들부터 책이라도 읽고 이해를 해야 직원들을 지휘해서 빅 데이터로부터 성과를 내고 조직을 혁신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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