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생산성 향상 및 환자 서비스 극대화, HP 태블릿PC 도입






지방의 농촌으로는 드물게 EMR(Electronic Medical Record)을 구축ㆍ운영, 병원의 생산성은 물론 환자에 대한 서비스를 극대화하고 있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 굴비 산지의 대명사인 전남 영광에 위치한 영광종합병원은 올해 상반기에 태블릿PC 기반의 EMR을 구축, 차트 관리의 간소화, 경영 효율성 향상, 환자 대기 시간 단축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박시현 기자 pcsw@infotech.co.kr

요즘 병원 시스템의 대세로 떠오른 EMR(Electronic Medical Record)은 환자의 의무기록을 디지털화한 '전자차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종이 차트의 보관과 이동 등 병원내에서 가장 비 효율적으로 꼽히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으로 EMR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굵직한 대형 병원을 필두로 속속 EMR의 구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농어촌의 한 병원에서 이를 성공적으로 운영,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곳이 있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주인공은 올해 3월, ERM의 구축에 착수해 7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영광종합병원이다. 이 병원은 농촌의 병원 치곤 250병상과 20여명의 의사, 100여명의 간호사 등 적지 않은 규모를 갖추고 있다.

"태블릿PC 없으면 EMR 생각 못해"
영광종합병원의 EMR 시스템은 유닉스 환경의 서버와 DBMS, 그리고 태블릿 PC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의료솔루션 전문업체인 보나소프트와 영광종합병원이 공동 구축한 이 병원의 EMR 시스템 가운데 특히 태블릿PC는 EMR의 성공적인 운영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각 층마다 네트웍 액세스 포인트를 설치, 무선 환경으로 EMR 시스템을 운영중인 이 병원에서 태블릿PC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원하는 진료 기록을 마치 과거 종이 차트에다 쓰듯이 편리하게 입력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환경 제공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병원이 도입한 태블릿PC는 HP의 tc4200으로 모두 17대이다. 인텔 소노마 프로세서를 장착한 이 제품은 12.1인치의 화면 크기로 최대 80GB의 하드 디스크와 2GB의 메모리를 지원한다. 영광종합병원이 HP의 태블릿PC를 선택한 이유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성능도 우수했기 때문이다. 이 병원 전산실의 김영기 실장은 "회사의 인지도나 비용 면에서 HP가 우세했으며 제품의 CPU 성능도 나았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한다.
이러한 EMR 시스템을 갖춘 이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다른 병원에서는 볼 수 없는 생소한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먼저 의사들이 태블릿PC를 펼쳐 놓고 진료를 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환자의 진찰 내용, 소견, 각종 검사 결과 및 수술이나 약 처방 등 각종 처치 내용을 태블릿PC에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또 입원 환자의 회진 시에 환자의 곁에서 태블릿 PC를 이용, 실시간 검사결과 조회 및 이상 있는 방사선 영상을 현장에서 직접 환자에게 보여주고, 상태와 추가 오더 등의 차트 작성을 현장에서 바로 하고 있다. 특히 태블릿PC의 이동의 편리성을 위해 자체적으로 제작한 태블릿PC용 카트도 여기에서만 볼 수 있다.
이밖에 가정간호(방문간호)사업소에서는 태블릿PC와 핸드폰을 이용해 EMR 서버에 접속하여, 방문한 환자의 가정에서 실시간으로 각종 검사 결과를 검색하고, 차트를 작성하는 것도 이채로운 풍경이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현재 환자의 상태(혈압, 맥박, 웹켐을 이용한 외상사진 등)를 바로 EMR에 기록해 진료과장들이 현장에서 진료하는 유비쿼터스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영광종합병원 전산실의 김영기 실장은 "태블릿PC가 없으면 EMR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며 그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대기시간 축소, 차트의 관리도 말끔
영광종합병원은 태블릿PC 기반의 EMR의 운영으로 차트 관리, 경영 효율성, 환자 서비스 등 여러 측면에서 효과를 누리고 있다.
먼저 환자의 차트를 찾는 시간을 대폭 줄여 접수와 동시에 진료가 가능할 정도로 신속한 진료 서비스 환경을 구축한 점을 들 수 있다. 환자의 대기 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진료 시간을 늘려 환자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덕분으로 환자의 병원에 대한 신뢰감이 쌓인 점은 물론이다.
또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차트의 보관이나 관리, 이동 등의 문제를 말끔히 해소한 점도 효과로 꼽을 수 있다. 이 병원 내과 전문의 박석채 과장은 "과거에는 차트를 훼손하거나 분실하는 일이 빚어지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한다. 특히 언제 어디서나 차트를 볼 수 있어 과거처럼 병동에서 외래로, 원무과에서 진료과로 차트를 직접 들고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시간 낭비를 줄여 업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효과이다.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EMR의 운영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차트봉투 및 의무 기록지 인쇄비용을 연간 약 1,000만원 절약했으며, 기존 차트 저장 공간을 세미나실로 재활용한 점이 대표적이다.

장기 계획 세우고 단계적으로 추진
이 병원이 여느 병원과 달리 불과 4개월여만에 EMR의 구축을 완료하고 이처럼 효과를 거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광종합병원은 2004년 6월에 관계 병원인 공립영광노인전문요양병원(이하 요양병원)을 열었다. 이 병원은 2003년 시스템 설계 당시부터 OCS와 EMR을 도입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건축설계 도면에서도 차트 보관실을 없앴다. 김영기 실장은 "새로 문을 여는 요양병원에서 EMR을 적용해 안정화된다면 영광종합병원에서도 큰 문제없이 빠른 시간 안에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것이 적중했다"고 말한다.
또 장기적인 병원업무전산화 계획을 수립해 차근차근 준비해온 것도 이 병원이 EMR을 조기에 안정화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영광종합병원은 농촌의 조그마한 병원이지만 1997년부터 이른바 4Less(처방전, 행정, 필름, 차트의 전산화)를 실현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병원업무전산화를 수립하고, 단계별로 추진해 왔다. 결국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온데다 요양병원이라는 중간 단계를 거친 것이 빠른 시간 안에 EMR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던 셈이다. 한편 이 병원의 의사 1명당 하루 진료 환자수는 농번기와 농한기에 따라 심한 차이가 있지만 외래의 경우 대략 23명~37명이다.
하지만 영광종합병원의 EMR 구현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미 2002년에 이 병원은 외래 EMR을 시험적으로 도입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마우스나 키보드를 이용한 입력 방식 때문이다.
김영기 실장은 "예를 들어 환자가 '머리가 아프다'라고 했을 때 키보드나 마우스 기반의 텍스트 방식에서는 입력할 필드를 마우스로 찾아야 하거나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로 더듬더듬 입력해야만 했다. 이러다 보니 대기시간과 진료시간이 길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병원경영자에게 돌아갔다. 종이 차트라면 '머리가 아픔'이라고 다섯 자만 적으면 됐으니 진료과장들이 종이차트를 선호한 것은 당연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키보드나 마우스 입력으로 한번 실패 겪기도
그래서 외래 EMR을 포기하고, 과거의 종이 차트 방법으로 되돌아갔다. 그렇지만 EMR 도입에 대한 계획마저 백지화한 것은 아니었다. 필기방식의 입력장치를 이용한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기로 하고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그 원칙은 첫째, 진료과장들이 종이를 사용하듯 단 한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야 하고 둘째, 평상시 익숙한 차트 서식이 모니터에 그대로 나타나야 하며, 셋째, 1분이내의 교육으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넷째, 코드를 외울 필요가 없고 다섯째, 키보드로 입력하든지 태블릿에 필기를 하든지 사용자 위주의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다 건강보험법에 적법한 전자서명법에 의한 서명이 되어 있는 시스템도 고려 요소로 포함됐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의 모색에 나섰는데 태블릿 PC는 영광종합병원의 요구에 딱 맞아 떨어지는 솔루션이었다. 김영기 실장은 "전남 광주의 어느 치과에서 EMR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거기서 EMR 솔루션 전문업체인 보나소프트의 직원을 만났다. 이 직원은 태블릿PC를 이용해 무선으로 차트 작성 시연을 보여줬는데 흥분될 정도로 내가 생각하는 방식과 딱 맞아 떨어졌다"며 보나소프트와 인연을 맺은 얘기를 들려준다.

진료서식 표준화는 어려운 문제
한편 EMR의 구축의 어려운 점으로 진료 서식의 표준화 문제 등이 지적된다. 영광종합병원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김영기 실장은 이 질문에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우리나라에는 수만개의 병ㆍ의원이 있다. 그런데 똑같은 진료 서식지를 쓰고 있는 병원은 아마 같은 재단의 병원 또는 같은 EMR을 사용하는 병원 말고는 병원마다 제 각각 일 것이다. 우리병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HL7에 근거한 서식지를 만들려고 해봤는데,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우리병원만 HL7프로토콜만 만든다고 해서 해결 되는게 아니다. 여러 병원들의 참여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이번 EMR시스템에서는 우리병원과 요양병원 서식지의 외형만 통일을 했다. 서식지를 삼등분하여 좌측은 인적사항(프로그램에 의한 자동삽입), 우측은 서식지명, 가운데는 각종내용기록, 우측하단은 병원명칭기록 이렇게 서식지를 표준화 하였다. 표준화 전에는 환자인적사항이 서식지 종류마다 오른쪽, 왼쪽, 본문에 하단에 있었고, 항목도 서식지마다 성명, 이름, Name 등으로 다르게 표기하고, 또 어떤 서식지는 인적사항이 5개, 3개 항목 등 모든 게 제각각이었다. EMR 시스템 도입을 하였기에 가능한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설명한다.

다른 병원 문의 잇따라
영광종합병원이 태블릿PC로 EMR을 운영하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른 병원에서도 이를 벤치마크해 도입하거나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부산봉생병원이 영광종합병원을 모범사례로 삼고 태블릿PC 기반의 EMR을 구축했으며, 이어 여러 병원에서 직접 방문하는 등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영기 실장은 "EMR을 도입하려고 하는 병원들에게 물어 보고 싶다. 왜 EMR을 도입하려고 하는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하겠다, 다른 병원 하는 거 봐서 안정되면 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안된다. 우리병원에 맞는 EMR시스템을 고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다른 병원에서 잘 사용하니까 우리병원에도 문제 없겠지 하는 방관자적 생각보다는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자료를 갖추고, 의료법에 명시되어 있는 전자서명은 잘 갖춰져 있는지, 주 사용자(의사, 간호사)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줘야 한다."고 말한다.
영광종합병원은 앞으로 EMR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먼저 RFID와 블루투스를 이용해, 회진 시 태블릿PC를 이동하면, 해당 환자의 진료기록이 자동으로 나타나도록 할 계획이다. 또 혈압, 맥박, 당뇨 등 매일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항목들을 PDA를 이용, 현장에서 바로 입력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현재는 ECG(심전도검사결과)만 연결되어 있는 의료 장비들을 EMR과 연결하며, 지역의 의원들이나 개방 병원과 계약해 진료기록을 공유할 수 있도록 EMR 서버를 각 의원들에게 할당하여 언제든지 의무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뷰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것도 향후 계획이다.
특히 각 의원들이 영광병원의 서버를 이용하여 EMR을 작성, 보관할 수 있도록 ID도 부여해서, 의원에서는 프린터와 단말기만 있으면 EMR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영광지역의 군민들이 어떤 병원을 가더라도 진료기록을 공유할 수 있어 불필요한 중복검사로 인한 경제적 손실, 기록 복사를 위한 타 병원 방문 및 비용증가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정보화로 병원 경쟁력 높여
영광종합병원은 농촌의 병원으로서는 드물게 정보화에 대한 적극 투자로 병원 경쟁력의 잣대인 진료의 질 향상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980년에 설립된 이 병원은 1998년 병원처방전 전달시스템(OCS)에 이어 2001년에는 의료영상전달장치(PACS)을 구축했다. 그리고 2002년에는 이러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종합의료정보시스템(HIS)의 가동에 이어 올해 들어 EMR 시스템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김영기 실장은 "영광종합병원은 의료정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했는데 이 과정에서 처방전을 전산화하고 필름을 없앴으며, 이제는 차트 없는 병원을 구현할 수 있는 시점에 이르렀다"면서 "앞으로는 EMR의 기능 강화와 서버 구성의 이중화로 인프라의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다 OCS와 EMR을 통합하고, 다른 병원과 진료 기록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나서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이다.

박석채 영광종합병원 내과 전문의 과장
"환자의 차트를 찾는 시간을 크게 줄여 진료 대기 시간을 단축시키고, 차트의 보관이나 관리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또 어디서나 손쉽게 차트를 열어 볼 수 있어 과거처럼 차트의 이동에 따른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여 업무 생산성을 높였다."

김영기 영광종합병원 전산실 실장
"EMR을 도입하려고 하는 병원들에게 물어 보고 싶다. 왜 EMR을 도입하려고 하는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하겠다, 다른 병원 하는 거 봐서 안정되면 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안된다. 우리병원에 맞는 EMR시스템을 고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다른 병원에서 잘 사용하니까 우리병원에도 문제 없겠지 하는 방관자적 생각보다는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자료를 갖추고, 의료법에 명시되어 있는 전자서명은 잘 갖춰져 있는지, 주 사용자(의사, 간호사)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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