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통한 성장보다는 유기적 성장이 중요
SAP코리아 사장 한의녕
프로필쪾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한의녕 사장은 한국IBM과 IBM 아태지역 본사에서 19년간 근무하면서 마케팅과 영업, 컨설팅 및 서비스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으며, 2001년 3D 네트웍스 한국 지사장 및 아태지역 e비즈니스 책임자로 이 지역의 e비즈니스 조직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후 프라이즈텍의 대표이사를 거쳐 2002년 11월 SAP코리아 지사장으로 취임했다.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AP가 11월 1일 한국 지사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국내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SAP코리아는 삼성전자, 현대건설, KBS, 현대자동차, 한국수력원자력, 국민은행, 대우조선 등 국내 350여개 기업 500여 사업장에 자사 솔루션을 공급하며 2004년 기준으로 직원 200명, 연 매출 700억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립 10주년을 맞는 SAP코리아의 한의녕 사장을 만나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10년'에 대해 들어봤다.
김달 기자 kt@infotech.co.kr

11월 1일은 회사 창립 10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취임 만 3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취임을 전후로 해 SAP코리아는 내·외부적으로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었던 탓에 일부에서는 신임 사장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조직 관리에만 매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우려할 만한 상황은 전개되지 않았지만 감회가 남다를 텐데.
"삼성그룹이 ERP 도입을 검토하면서 연락사무소 형태로 한국 시장에 발을 들인 SAP코리아는 지난 10년 동안 200명의 직원과 600여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ERP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한국 경제에 일부 기여했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는 지난 10년간 SAP코리아를 거쳐간 임직원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취임 후 3년이란 시간이 매우 빨리 지나갔다. SAP코리아의 수장으로서 특별히 어렵거나 즐겁던 때가 있었다기보다는 지난 3년간 조직을 꾸리고 비즈니스를 벌이는 동안 어려움과 즐거움을 직원들과 함께 했던 것 같다."

200명의 직원과 600여 고객 갖춘 조직으로 성장
창립 10주년을 맞아 특별하게 준비된 이벤트는.
"최근 발표한 '로컬 연구개발 센터 설립'이 뜻 깊은 일이자 10주년을 자축하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SAP는 항상 고객과 파트너사들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과 SAP 직원들이 함께 축하할 수 있는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발표되긴 했지만 'SAP코리아 로컬 연구개발 센터'의 역할과 운영 방안은.
"알려진 것처럼 연구개발 센터는 한국 지사가 있는 도곡동 군인공제회관 27층에 위치하게 되며 오는 2008년까지 7백만 유로, 한화로 약 90억원이 투자될 계획이다. 연구개발 센터가 설립되는 목적은 우선 국내 고객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이며, 파트너를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비즈니스 솔루션의 활성화 등의 역할을 센터가 맡게 된다.
특히 한국이 IT 강국이라는 점에서 SAP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운영과 관련해서는 최초 17명의 인원으로 시작하지만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

SAP는 올 들어 비즈니스 프로세스 플랫폼(BPP)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BPP의 특징과 국내의 독립 소프트웨어 벤더(ISV)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무엇인가.
"BPP의 주요 목적은 표준 프로세스와 혁신 프로세스를 커버하는 것인데, SAP는 고객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프로세스를 BPP안에서 SAP의 베스트 프랙티스와 결합시켜 더욱 경쟁력 있는 프로세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ISV들이 산업별로 특화된 프로세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경쟁 상황을 유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ISV 파트너들을 계속 발굴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인터멕이란 회사가 RFID와 관련해 기술 인증을 받기도 했는데, 이처럼 ISV를 찾는 것도 로컬 연구개발센터가 해야 할 역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지난해 초 영업력 보강을 목적으로 영업부문을 제조와 서비스, 크로스 인더스트리, SMB 등 4개 부분으로 재편,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조직 개편 당시 상황과 현재를 비교해 어떤 변화가 있었으며,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는가.
"대내외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 좋은 조직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최적의 조직을 갖추고 항상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직은 안정됐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퇴보하기 마련인 만큼 항상 긴장감을 갖고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조직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조직 개편 과정에 설치된 크로스 인더스트리 조직은 글로벌에는 없는 조직인데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SAP로 전환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새 해가 되면 또 다른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1년간 성과에 따라 더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가 가능하다."
SW 라이선스 매출을
건전하게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
SAP의 최근 3년간 성장 추이를 살펴보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증가한 반면 용역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인데.
"SAP는 소프트웨어 회사이다. 컨설팅으로 성장하려는 의도도 없고,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매출을 건전하게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SAP의 컨설팅은 SAP의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이해를 돕는 제한적 역할만 수행하고, 파트너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파트너에게 맡겨 산업별로 비즈니스 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SAP와 파트너가 역할을 분담해 성장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SAP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분야별 매출액의 비중은 어느 정도 되는가.
"SAP코리아도 본사의 매출 비중과 비슷한 데 역시 가장 큰 비중은 ERP로 라이선스 매출의 40% 내외를 차지하고 있으며, CRM과 SCM이 그 다음 순위를 차지하고 있고 BW, PLM, SRM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넷위버의 경우는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국내 CRM시장은 알려진 것처럼 아직까지 작은 편이다."

SAP는 중소중견기업(SMB) 시장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MB 시장에 대한 SAP의 전략은.
"업계의 다른 업체들도 모두가 SMB시장에 대한 영업 강화를 언급하고 있을 만큼 잠재수요가 많은 것이 SMB이다. SMB를 공략하면서 한 가지 유념할 점은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고 해도 대기업과 유사한 요구사항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개발기간이나 비용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낀다. 따라서 이러한 중소기업의 특성을 이해, 그들만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제공하는 것이 전략인데, mySAP 올인원과 SAP 비즈니스원이 그 해법이다. 올인원만 놓고 보면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데, 파트너들이 산업 특성에 맞는 패키지를 미리 개발해서 구현기간을 단축하는 모델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규 라이선스의 20%가 SMB 매출이다."

SMB 시장에서의 성공 요인은 결국 파트너라는 얘기인데, 파트너 확대 계획을 갖고 있는가.
"물론 갖고 있다. 그러나 파트너의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고객과 솔루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SAP의 파트너 정책은 다른 회사의 파트너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SAP와 함께 갈 수 있는 파트너를 엄선해 윈윈하는 것이 기본적인 전략이다. 특히 파트너가 SAP를 신뢰할 수 있도록 파트너를 또 하나의 고객으로 생각하고 서비스하고 있다."

SAP는 M&A로 성장하지 않는다
오라클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대한 공략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일례로 CRM 시장의 경우 시벨의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 SAP와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갖게 되는데 이에 대한 SAP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SAP는 인수·합병에 의한 성장이 아니라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을 중요시하고 있다.
내부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일부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서 인수·합병을 수단으로 선택하게 되는데, 특히 분기별로 성과를 보여야 하므로 경쟁사의 경우 분기별로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것이다.
돈을 주고 시장 점유율을 사들이고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대로 2013년까지 그 모든 솔루션들을 통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인수된 기업들의 기존 고객들은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는데 SAP는 이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Safe Passage'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통합 관점의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도 구체화되고 있다. SAP코리아가 국내 기업들에게 제안하는 SOA 구현 전략은 무엇인가?
"SOA가 뜻하는 것은 결국 프로세스의 혁신이다. 연초에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과 함께 전 세계 4천여 기업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회사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로 '기업 문화'를 첫 번째로 꼽았으며, 두 번째로 'IT'를 선택했다. 혁신의 동력이 되어야 할 IT가 걸림돌이 된 이유는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OA는 이와 같은 IT에 '유연성'을 부여해 혁신의 '속도'를 높여줌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가져다준다. 표준과 핵심 프로세스의 통합을 가능케 하기 위한 SAP의 SOA 브랜드가 ESA이며 그것을 구현하기 플랫폼이 BPP이고 넷위버이다. 이제는 개념 수준이 아니라 실제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SAP의 기본적인 방향은 각 모듈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패키지로 확장하는 것이다."

혁신은 일과 방식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
기업 문화나 IT 둘 다 '혁신'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혁신'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혁신이 유행처럼 언급되고 있지만 막상 혁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혁신이란 일과 방식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인데, 쉽지는 않다. 비행기를 예로 들면 혁신이란 땅에서 비행기를 35,000피트 상공까지 띄우는 것과 같다.
따라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과정에서 진동과 소음, 불안감 등이 발생하는데 혁신도 이러한 반발 과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혁신은 기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지속하면 지속적인 혁신으로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비행기가 이륙한 후 계속해서 엄청난 추진력이 있어야 비행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SAP의 제품은 품질에 완성도가 높아 프로젝트가 일단 시작되면 거의 100% 성공한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1년 혹은 1년 6개월이 흘렀다고 해서 성공을 얘기할 수는 없다. 프로젝트가 완료된 후에도 계속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혁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혁신을 담당할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혁신의 주체는 누가 돼야 하는가.
"혁신의 주체를 이야기할 때 미국식이냐 일본식이냐에 따라 다르다. 미국식의 경우 위에서부터 전사적으로 바꿔서 효과 증진을 노리는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속도가 더딘 단점이 있지만 전사적인 혁신이 가능하다. 반면, 일본은 부분별로 나은 방식을 찾아 보텀-업(Bottom-up)으로 진행된다.
일본식의 경우 실무에서 일하는 사람이 좋은 방식을 찾기 때문에 빠르게 도입될 수 있지만 전사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혁신이라기보다는 '개선'이다. 그러나 한국은 위험감수에 대한 마인드나 IT 테크놀로지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서 혁신으로 글로벌 톱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외국에서 3~5년 걸리는 프로젝트도 한국에서는 1년만에 끝내기도 한다. 이런 점이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능케 한다. 혁신은 또 한 부분만 바뀌어서는 이뤄질 수 없고 전체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CEO를 중심으로 임직원 전체가 한 팀이 돼야 한다.
또 위에서 변해야 아래도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윗사람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장실 벽도 유리벽으로 바꿨다. 불투명에서 투명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그것이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이 ERP의 정신이다."

ERP의 정신, "불투명에서
투명으로, 그리고 혁신으로"
위에서의 솔선수범도 중요하지만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투명성을 갖기 위한 SAP코리아의 제도적인 장치는 무엇인가.
"ERP 시스템을 사용해 KPI 도출이 가능한 만큼 KPI에 의해서 관리하되 '실행'에 집중, 성과 좋고 능력 있는 이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성과를 데이터로 보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몰라서 못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은 죄악인 만큼, 회사 내부에서도 성능의 기준치를 정해서 각종 데이터를 놓고 책임도 묻고 포상도 한다.
또 투명한 경영을 추구하고 기업의 신진대사라고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영보드(Young Board)라는 사내 커뮤니티를 가동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이긴 하지만 10년이란 역사와 200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로 성장한 만큼 사회에 대한 활동도 요구된다.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계획하고 있는가.
"SAP코리아의 사회 활동은 사우회를 중심으로 한 기본적인 기부 활동 외에 국내 IT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국내 대학 및 대학원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기증하거나 일선 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매년 '프로페셔널 아카데미'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한 회사의 CEO로서 회사를 운영하는 원칙은 무엇이며, SAP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신뢰받는 기업, 신뢰받는 개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려면 우선 실력을 갖춰야 하고 일관성과 투명성, 성실성, 정직성 등을 갖춰야 한다. 정직하게 고객을 대하고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것, 이는 CEO 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나서는 성격이 아니어서 솔직하면서도 겸손한 자세를 추구하는데, SAP가 독일 회사라는 영향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겸손하고 우직한 것이 SAP의 색깔이다."

한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일 할 터
SAP코리아의 지사장 취임이 업계 1위 기업을 운영해보겠다는 꿈의 실현이었다면, 앞으로의 지향점은 달라질 것 같다. 향후 포부나 꿈을 밝힌다면.
"세계속에서의 한국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SAP 내부에서의 한국 지사의 위상도 높아졌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CEO로서 고객에게는 SAP에 대해서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동시에 SAP 내부에서는 코리아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 SAP가 이번 연구개발센터 설립처럼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하는 것,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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