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리눅스 클러스터링·멀티코어·x86 아키텍처 등이 확산 요인, 제조·교육·공공 등으로 확산

국내에서도 슈퍼컴퓨터가 다양한 산업분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리눅스 클러스터링과 범용 프로세서, x86 아키텍처 등에 힘입어 가격이 낮아지고 관리가 쉬워지면서 고성능 연산처리가 필요한 제조, 교육, 공공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슈퍼컴퓨터용 운영체계를 출시하고 이 시장에 본격 뛰어들어 앞으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욱 기자 ks@rfidjournalkorea.com

슈퍼컴퓨터가 기존 벡터 방식에서 리눅스 클러스터링으로 진화하면서 도입과 운영비용이 기존에 비해 절반 이하로 낮아지고 관리도 훨씬 쉬워졌다. 이미 리눅스 기반 클러스터링은 올 6월 전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500위의 순위를 선정하는 ‘TOP 500 보고서’에서 총 372 사이트로 전체의 74.4%를 차지해 슈퍼컴퓨터의 주도적인 기술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눅스 클러스터가 시장 주도
반면 과거 슈퍼컴퓨터의 대명사로 불리던 Cray, NEC, SGI의 레퍼런스 사이트는 3사를 합쳐 32개이며, 벡터 기술 기반의 슈퍼컴퓨터는 단 8개가 TOP 500에 랭크되는데 그쳤다. 국내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리눅스 클러스터링을 중심으로 슈퍼컴퓨터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IBM 슈퍼컴퓨터 담당 임태승 과장은 “현재 리눅스 클러스터링 시장은 매년 2배정도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체별 리눅스 클러스터 공급실적을 보면 한국IBM이 국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서울대학교, KISTI, 포스데이터,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서울대, KISTI, 포스데이터는 SMP와 클러스터링이 합쳐진 하이브리드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는 해석용 컴퓨터로 리눅스 클러스터 시스템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열린우리당에 스마트서버 20여 대를 묶은 클러스터링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델인터내셔널은 2004년 크리스탈 지노믹스에 의약연구용으로 리눅스 클러스터링 시스템에 10노드를 공급한바 있다.
한국IBM과 한국HP는 각각 올 상반기에 10여개의 리눅스 클러스터링 레퍼런스를 확보했으며,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4~5여개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델인터내셔널은 5노드 규모의 시스템을 제조와 교육 등 5여개사에 공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총 10여개의 레퍼런스를 확보한 한국IBM이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지난해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는 사실은 국내에서도 슈퍼컴퓨터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IBMㆍHP 상승세, NECㆍ크레이는 고전
이처럼 x86 아키텍처를 채택한 리눅스 클러스터 시스템이 슈퍼컴퓨터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으면서 벤더별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NEC, 크레이, SGI 등 전문 슈퍼컴퓨터 벤더들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IBM과 HP는 꾸준히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IBM과 HP 등 양사는 2000년 이후 TOP 500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2004년 이후에는 그 비중이 70% 이상으로 더욱 높아졌다. 또 2000년만 해도 24.4%의 점유율을 보였던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1.4%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현 NEC 지사장은 “벡터 기술의 슈퍼컴퓨터는 전용 칩과 가속화 기술 등 개발비용이 높아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며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개발비용의 상승으로 벡터가 주류를 이뤘던 시절에 비해 오히려 지금 단가가 더욱 상승했으며, 관리 면에서도 고급 엔지니어가 없어 일본에서 고가의 비용을 들여 인력을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슈퍼컴퓨터 시장의 기술적인 특징으로는 x86 프로세서의 성장을 꼽을 수 있다. 여전히 인텔이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64비트 프로세서를 앞세운 AMD 옵테론의 성장이 눈길을 끈다. AMD 옵테론은 작년 TOP 500 점유율에서 전년동기대비 11% 성장한 16%를 차지했다.

특정 업무에서 고성능 연산 분야로 수요 확산
슈퍼컴퓨터는 x86 아키텍처와 리눅스 클러스터링 등의 신기술에 힘입어 과거 특정한 회사의 특정업무용으로 사용되는데서 벗어나 제조, 공공, 교육 등의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분야로 그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연구소와 정보 부서 등 공공부문에서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국정원에서는 정보화 프로젝트 시스템 구축을 위해 RFP를 낸 상태다. 이 RFP에는 클러스터링 기술 기반의 블레이드 서버를 2~300노드로 구축해 10 테라플롭스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슈퍼컴퓨터가 요구사항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 사업에는 한국IBM, 한국HP, 델인터내셔널 등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제조 산업 분야도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 등 자동차업체들은 충돌 제어 시스템용으로 IBM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다. 현대자동차는 작년에 NT서버 16대를 묶은 리눅스 클러스터 서버를 도입한데 이어 올해에는 유닉스 서버를 추가로 설치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가 대표적이다. 서울대학교는 2004년 IBM의 블레이드 시스템 JS20을 484노드로 구성한 리눅스 클러스터링을 구축해 TOP500에 선정됐다.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는 2005년 유체 해석 프로그램용으로 4노드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MS 슈퍼컴퓨터 시장도 넘본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올 9월 말 슈퍼컴퓨터용 운영체제를 선보이고 국내 슈퍼컴퓨터 사업에 진출하면서 앞으로 시장 확대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삼성종합기술원에 삼성전자의 1U 서버 4대로 구성된 클러스터링 시스템을 테스팅용으로 구축했으며, 한국통신에도 IBM의 1U 서버 8대로 이뤄진 시스템을 공급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김성호 부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슈퍼컴퓨터용 운영체계는 관리가 편리하고 전반적으로 TCO가 낮아 슈퍼컴퓨터 확산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번 시장 진출로 슈퍼컴퓨터가 독립적인 이기종 시스템이 아니라 일반적인 기업 시스템의 연장선상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환경의 클러스터 시스템이 기존 리눅스 클러스터링에 비해 비싸다는 시각을 의식해 먼저 시장 진출이 유리한 교육과 공공분야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델인터내셔널과 협력해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슈퍼컴퓨터 전용 OS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컴퓨트 클러스터 서버 2003’으로 2개의 CD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CD는 윈도우 서버 2003 컴퓨트 클러스터 에디션(CCE)이고, 두 번째 CD는 윈도우 컴퓨터 클러스터 서버 2003을 구성하는 인터페이스, 유틸리티 및 관리 인프라 모음인 MS 컴퓨트 클러스터 팩(CCP) 등이다.



KISTI 슈퍼컴퓨터 도입 최대 관심사
한편, 국내에서는 최근 KISTI가 국내 최대 규모의 슈퍼컴퓨터의 도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KISTI가 이번에 도입하는 슈퍼컴퓨터는 제4호로 그 규모는 2000~3000대의 클러스터링에 이른다.
클러스터 기술과 SMP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한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는 KISTI의 이번 프로젝트에는 현재 한국IBM, 한국HP, 한국썬, Cray 등이 제안서를 내놓은 상태다. 한국IBM과 한국HP는 인텔이 올해 초에 출시한 우드크레스트를 탑재한 제품을 제안한 점이 두드러진다. 한국IBM은 x시리즈 외에 파워칩을 탑재한 p시리즈를 제안했으며, 한국HP는 x86 서버와 아이테니엄2 기반 서버로 입찰했다.
KISTI가 업체에게 보낸 RFP를 보면 그 요구 사양이 최소 120테라플롭스로 되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는 2000~3000대의 x86서버가 클러스터링으로 구축되는 규모”라며 “20%를 올해안에 공급하고 이어 신제품 출시에 맞춰 단계적으로 공급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인텔이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인 쿼드코어가 KISTI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KISTI의 슈퍼컴퓨터 제4호기는 향후 KISTI 유틸리티 컴퓨팅 사업과 연동되어 운영된다. 기존 KISTI 슈퍼컴퓨터가 기상, 바이오 등 연구목적으로만 활용된 반면 향후 KISTI 슈퍼컴퓨터는 남는 대용량 컴퓨팅 자원을 연구 분야에 빌려주고 요금을 받는 식의 유틸리티 컴퓨팅 사업을 벌인다는 것. 이 사업은 정보통신부와 KISTI 공동의 ‘국가 그리드 구축사업’에 포함되어 있다.

슈퍼컴퓨터 공급 업체 전략

■ 델인터내셔널
델인터내셔널은 MS와 공동으로 먼저 교육과 공공부문의 공략에 나서고 있다. 클러스터 기반 슈퍼컴퓨터가 x86 서버로 이뤄져 있어 기존 SMP 방식처럼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다는 점을 사업 전개의 유리한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 클러스터링 솔루션과 관련 OS를 묶어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고, 그동안 사용해온 x86 서버를 슈퍼컴퓨터 성능으로 발휘할 수 있는 튜닝 사업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델인터내셔널과 제휴를 맺고 특히 공공과 교육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기업환경의 IT자원을 윈도우 환경으로 통합한다는 방침을 세운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HPC (High Performance Computing)를 사용해 온 고객을 윈도우 환경으로 유도하는 작업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 말 안으로 16노드 이상의 국내 구축 사례를 내놓을 계획이다.
리눅스에 비해 기술개발 속도가 빠르고 이미 개발툴이 익숙해 병렬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이 용이한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간편한 관리와 우수한 서비스 및 기술력 등도 차별화 방안으로 내걸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x86 기반의 멀티코어 프로세서를 갖춘 슈퍼컴퓨터를 저비용으로 공급해 저변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특정 레퍼런스가 아닌 다양한 산업분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제시하겠다는 것.



■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그리드 엔진과 관리 솔루션 등을 기반으로 한 썬 그리드 센터를 구축해 이 시장의 공략에 나서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는 썬 그리드 센터를 이용해 시뮬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다는게 썬 측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교육, 공공을 대상으로 이러한 모델을 확산할 계획이다. 특히 일본썬이 동경대의 50 테라플롭스 규모의 슈퍼컴퓨터를 수주한 것을 모델로 내세울 방침이다.

■ 한국HP
리눅스 클러스터링을 중심으로 슈퍼컴퓨터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아이테니엄2 기반의 슈퍼컴퓨터 사업에서 범용 프로세서의 클러스터링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 특히 레드햇 리눅스을 중심으로 리눅스 클러스터링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HP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아이테니엄과 범용칩의 비율은 6 : 4이며, 국내는 4 : 6이다. 향후 타깃 시장은 공공, 교육보다는 제조분야이다.

■ 한국IBM
슈퍼컴퓨터 TOP 500에 다수의 고객사를 랭크시킨 IBM은 앞으로도 슈퍼컴퓨터 사업에 적극 투자해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사업 분야를 자동차 충돌시험, SaaS, 미디어 컴퓨터 그래픽 분야로 확대하고, 레드햇, 수세 등 리눅스 협력 업체들과 공조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x박스 등 콘솔게임에 사용하는 셀칩을 향상시켜 전용칩과 기술 개발에도 지속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 NEC
국내에서 국방과학연구소와 KISTI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는 NEC는 앞으로 공공 연구소에서 탈피해 민간 기업으로 시장을 넓혀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SMP형 슈퍼컴퓨터를 앞세워 일반 기업의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주요 타깃은 자동차와 의약 등 빠른 연산처리가 TCO로 직결되는 분야로 전용칩과 특화된 기술이 클러스터링 보다 뛰어난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공략해 나간다는 것. NEC는 현재 국내 2~3개의 제조사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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