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속도와 가격 경쟁 이외에는 특별한 이슈가 없던 PC 시장이 올해 인텔의 ‘바이브’와 ‘센트리노 듀오’의 출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이브와 센트리노 듀오는 최근 플랫폼 회사로의 변화를 선언한 인텔의 첫 플랫폼 기술이다. 특히 바이브 플랫폼은 TV와 PC의 결합을 실현시킬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인텔은 이를 활용해 디지털 홈,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에 계속 투자해 나갈 방침이다.
인텔의 바이브는 디지털 홈 플랫폼으로서 컴퓨터를 간단히 조작함으로써 집안의 가전제품들을 쉽게 연결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안방에 있는 PC에 영화를 다운받아 저장한 후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거실에서 대형 디지털 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는 것.
인텔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개최된 미국 ‘CES 2006’에서 LG전자의 디지털TV와 노트북을 이용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구현해 보여줬다. 인텔의 디지털 홈 총괄 부사장인 맥도날드는 “업계에 나와 있는 것 중 가장 소비자에 친화적인 기술”이라며, “PC 구동이 쉬워졌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활용이나 다른 가전 디바이스와의 연결도 더욱 간편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모든 디바이스와 콘텐츠들이 완벽히 연동될 수 있도록 가전기기, 컴퓨터, 콘텐츠, 네트워크 분야의 협력사들과 상호운용성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디지털 홈 시장 창출을 위한 모든 준비가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인텔측은 디지털TV와 바이브 엔터테인먼트 PC의 모든 기능을 갖춘 ‘바이브 TV’가 시장에서 호평을 받게 되면 인텔로서는 PC를 거실에 두도록 하는 동시에 TV에도 CPUㆍ플랫폼을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전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몇 년 전 PC업계는 가전업계를 넘본 적이 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XP 미디어센터 에디션(MCE)을 탑재한 미디어센터 PC가 그것이다. 그러나 미디어센터 PC의 판매량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어느 정도 판매가 있었지만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너무나 미약했다.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 “미디어센터 PC가 포화된 PC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예상됐으나 이렇다 할 수요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것에 비추어 본다면 바이브의 미래 또한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추었다. 가전업계 측에서 보면 PC가 그 영역을 넘어오는 것이 달가울 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들도 “아무리 PC를 TV처럼 리모컨으로 조작한다 해도 PC는 PC”라면서 미디어센터 PC를 외면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인텔측은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관련 PC업체들도 인텔의 전망에 동조하고 있다. 우선 MS가 바이오 플랫폼에 MS MCE를 탑재하는 내용의 협력을 맺은 점이 그 첫 번째 이유이다. 또한 바이브와 관련해 각종 콘텐츠 업체들도 가세하고 있는 점도 그 이유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NHN과 SK텔레콤 등의 콘텐츠 업체들이 제휴했으며, 삼성과 LG 등도 적극 바이브 플랫폼을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텔 측은 “디지털 홈을 구현하는데 있어 필요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번 바이브 발표도 그런 측면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측은 센트리노 플랫폼의 발표 시기를 예로 들며, “당시 무선 네트워크 이용자는 5%에 불과했으나 발표 후 센트리노 이용자는 100%가 높아졌다. 한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시장에서 널리 통용되지는 않는다. 바이브를 발표한 것은 무선 활용이 무르익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시장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텔 측은 또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될 수 있어야 되고 ▲서비스의 안정성 신뢰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소비자가 이용하기 쉬워야 된다는 것을 시장 확산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고, 지난 5년간은 이런 것이 준비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이런 조건이 완전히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진상 기자 jinsang@rfidjourna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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