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RM 시장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0년부터 활발하게 도입됐지만 투자대비 수익성 문제 등으로 외면 받아온 CRM 시장이 최근 들어 금융권을 중심으로 신규 구축이나 재구축 바람이 일고 있다.
수협은 올해 40~50억 원의 비용을 들여 CRM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100억 원대의 투자비용을 들여 CRM 재정비에 나섰고,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은 데이터 통합으로 지주사 차원의 CRM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구 동원증권과의 통합 이후 새롭게 적응 가능한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VISION 2020’이라는 새로운 CRM 통합 전략을 세우고 한창 추진 중이며, 기업은행은 통합 CRM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권의 CRM 재구축 바람은 최근 들어 방카슈랑스, 적립식 펀드, 퇴직연금제 등 업종의 벽을 허문 상품들이 대거 나오면서 앞으로 CRM 구축과 운영이 경쟁력 강화의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과 증권, 보험사들은 각각 독립적 영역에서 고객들을 유치, 한정된 상품을 개발했으나 이젠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여러 복합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더욱 세분화되고 정확한 고객 데이터를 필요로 하게 됐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국도 CRM을 처음 도입한 후 10년이라는 정체기를 거쳐 CRM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국내 CRM의 현재 진행 모습은 정상적인 것이다”고 전제, “더구나 미국보다 데이터 축적이나 실 데이터 분석, 수집 역량이 부족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빠른 편”이라고 평가했다.
수협의 개인고객부 송병길 과장은 “CRM 구축에서 IT와 시스템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수단일 뿐 지나치게 시스템 구축에만 신경 쓰는 것은 옳지 않다”며 “초기 CRM 실패는 CRM 구축 자체에만 집중, 직원들의 역량 강화와 전략이라는 핵심은 간과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현업과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실질적이고 유용한 CRM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의 통합 CRM 구축은 이 회사가 과거 대표적인 CRM의 성공사례로 꼽혔다는 점에서 앞으로 CRM을 구축하려는 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10월부터 시작해 올해 안에 완료할 예정인 한국투자증권의 통합 CRM은 ▲전담고객관리제도 ▲고객등급관리 ▲주부고객관리제도 ▲고객정보 통합방안 ▲세부적인 RM 시스템 통합방안 등 크게 5가지이다.
또한 고객평생가치(Life Time Value)를 통한 ‘CRM Activity’로서 거래기간확대와 거래규모확대, 그리고 단위당 수익성 확대라는 세 가지 틀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 전략들은 다시 3~4가지 세부전략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거래기간확대 전략에는 이탈방지활동과 이탈중 고객관리, 고객불안관리, 이탈고객 재유치로 ▲거래규모확대 전략에는 추가판매활동, 대체판매활동, 교차판매활동으로 ▲단위당 수익성확대전략에는 투자성과관리와 추천상품관리, 제안상품관리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김정민 기자 jmkim@rfidjourna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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