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지적재산권 논쟁 이후 팬심 잃어


▲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일 스타크래프트2 월드챔피언십 시리즈를 발표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살려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기존 개인리그와 세계리그를 통합한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 프리미어리그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스타2 군단의 심장 전국 PC방 토너먼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세계리그를 열어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PC방 대회로 이용자 저변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여겨진다. 멀쩡히 있던 리그를 손대고 곧이어 PC방 대회 개최를 발표하는 이유는 그만큼 스타크래프트2 리그의 인기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2 리그는 전작의 명성이 무색할만큼 인기가 왜 높지 못한 것일까. 우선 스타크래프트2 게임에 대한 인기도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게임에 대한 인기가 높지 않으면 리그 인기도 높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블리자드와 e스포츠협회 간 갈등을 벌였던 지적재산권 논쟁이 스타크래프트2 인기를 막는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리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 넘게 높은 인기를 얻었다. 임요환을 필두로 박정석, 이윤열, 홍진호' 4대천왕', 이영호, 이제동, 김택용, 송병구 '택뱅리쌍' 등 새로운 스타도 끊임없이 탄생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e스포츠협회, 온게임넷, 게임단 등 관계기관들의 노력 때문이다.


▲ 스타크래프트리그는 국내 e스포츠 팬들의 축제와도 같았다. 사진은 2012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1 결승전의 모습.




이들 주요 주체자들은 e스포츠 경기 최초로 야외 무대에서 결승전을 열었고 종족별 최강자전을 벌이는 등 스타크래프트 리그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포모스, pgr21, 디시인사이드 등에서 끊임없이 선수, 경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냈고 선수들도 그에 호응하며 소통했다.

이런 대회 안팎의 노력이 10년 넘게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블리자드는 한국 e스포츠협회와의 지적재산권 관련 협상을 중단하며 프로리그가 중단될지도 모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뻔 했다. 다행히 리그 중단이라는 파행은 면했지만 많은 팬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에서 유를 끊임없이 만들어가던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한순간에 멈춰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스포츠 팬들의 축제와도 같았던 스타크래프트리그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사실 팬들 입장에서는 지적재산권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선수들과 경기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팬들은 블리자드의 갑작스러운 지적재산권 주장으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이후로도 한참동안 한국e스포츠협회와 블리자드의 지적재산권 갈등을 지켜봐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팬들이 블리자드에 등을 돌렸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실 스타크래프트2가 나올 때만 해도 상당히 많은 팬들이 게임에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게임이 나오기전부터 팬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스타크래프트 리그 진행 여부가 불투명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에 스타크래프트2가 나오자 또 다시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폐지하려고 한다'는 말이 나오니 팬들의 마음이 서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더 이상 수익이 나지 않는 수명이 다한 게임이며 회사 이익을 위해서도 스타크래프트2 리그에 집중해야만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두 번의 논란으로 맘이 상한 팬들은 스타크래프트2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3D 그래픽으로 확 달라진 외면과 전작보다 좋아진 유저 인터페이스와 새로운 유닛들은 분명 호감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인기가 높지 않다. 오히려 무조건적으로 스타크래프트2를 비하하고 재미가 없다는 식의 글을 올리는 팬들이 생겼다.

블리자드는 팬들을 달래보려 인기 선수인 이영호, 이제동 등을 활용한 프로모션 영상도 만들어보고 군단의 심장을 발매할 때는 전야제를 실시하는 등 백방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팬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것 같다.

게임 가격을 낮추고 리그를 개편하며 PC방 대회도 추진하는 등의 노력도 '스타크래프트2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다급한 목소리로 느껴진다. 스타크래프트처럼처럼 원하는만큼 스타크래프트2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줄테니 떠난 팬들이 돌아와 달라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처럼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면 조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팬들이 원하는 만큼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즐길 수 있게 베풀어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득이 되지 않았을까. 아주 자연스럽게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놓아 두고 스타크래프트2 리그로 넘어갈 수 있도록 했어야 옳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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