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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이익이냐, 사용자 편의냐' 줄타기
SW 독점 소송에서 기업의 이익, 산업의 이익, 사용자 편의 가운데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지난 4월 22일, 몇 년 동안 지속됐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의 마이크로소프트 독점행위에 대한 판결이 발표됐지만, 여기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직 내려지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EC가 내린 반독점 소송 판결에 불복, 3개월 이내에 유럽 CFI(Court of First Instance)에 집행정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법원의 집행정지 수용여부에 1~2개월, 그리고 최종 결과까지는 2~3년 걸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 독점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C는 이번 판결에서 MS가 OS와 미디어 플레이어를 통합해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 혜택을 논하기에 앞서 불공정 경쟁이라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만약 MS가 요청한 집행정지 요구가 법원에서 거부되면, 유럽지역에 공급되는 윈도는 미디어 플레이어가 제거된 상태로 제공되어야 한다. EC는 한 기업(마이크로소프트)의 피해보다 산업의 이익(멀티미디어 재생 기술-미디어 플레이어, 리얼 플레이어 등)이 더 클 경우 강제적인 라이선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판결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MS는 기술 트렌드 및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제공된 혁신 기능을 법률로써 제한해 고객에게는 오히려 열악한 제품을 공급하라는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윈도와 인스턴트 메신저 통합 제공을 문제 삼아 MS 본사와 한국MS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처럼 SW 독점 논란에서 기업이익, 산업이익, 사용자 편의 가운데 무엇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결 쟁점,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

MS는 지난달 아태지역 대표 법률고문이 방한해 EC의 판결에 대한 MS의 대응과 입장을 밝히는 등 적극 대처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톰 로버트슨 대표 법률고문은 “EC 결정은 여러 가지 쟁점의 소지를 안고 있어 최종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MS는 이번 EC 판결이 2가지 핵심 쟁점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향후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첫 번째는 3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기업은 시장 지배력(Dominant)을 가졌다는 이유로 지적 재산권을 경쟁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의무를 가지는가?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제품 개선에 나서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부분이다.
MS는 EC가 시장 개념을 매우 협소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근거를 30% 정도의 시장 점유율로 판단하고 있어 왜곡의 소지가 다분하고 타 기업, 타 산업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설 경우 핵심기술을 경쟁사에 제공해야한다는 우려로 투자 의욕 저하가 나타나고 이는 결국 소비자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EC는 특정 업체의 피해보다 산업 전반의 혁신으로 인한 이익이 더 클 경우, 강제적인 라이선스를 통해서라도 산업 전반의 이익을 꾀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또한 MS가 멀티미디어 재생 기능을 운영체계에 포함시켜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혜택이 증가했다 하더라도, ‘끼워 팔기’라는 행위로 공정경쟁을 저해한 만큼 이는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EC는 한걸음 더 나아가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기업은 새로운 기능 통합에 나서기 위해서는 통합이 ‘필수불가결’한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더욱 엄격한 기준 적용을 예고하고 있다.

산업이익=리얼플레이어 이익?, MS 반발

MS는 EC가 제시하고 있는 공정경쟁의 수혜자는 사용자가 아닌 특정 경쟁업체인 ‘리얼플레이어’에 국한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디어 플레이어를 사용하는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OS에 미디어 플레이어가 포함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고, 그 혜택 또한 특정 업체의 피해를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경쟁 관계에 있는 타사 OS들이 미디어 플레이어 기능 통합에 나서고 있어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는 정상적인 상 관행’이라는 기존 EC 가이드라인과 모순된 판결임을 강조하고 있다. 톰 로버트슨 법률 대표는 “유럽시장에서 리얼플레이어의 점유율이 하락한 건 사실이나 타 경쟁사들의 점유율은 상승하고 있다”며 “리얼 플레이어 시장 점유율 하락은 내부문제에 기인하고 있지 불공정 경쟁으로 인한 결과라고 보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리얼 플레이어는 이미 3억 카피 정도가 전 세계에 배포되어 있어 OS 포함 여부와 무관하게 활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사용자의 편의 증대와 공정거래라는 잣대 속에서 EC와 MS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는 MS로 하여금 경쟁사 제품의 미디어 플레이어 교체가 가능하도록 권유하고 있어 사용자 편의와 산업 이익 사이에서 절충 지점을 만들었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EC가 강조하는 공정한 경쟁의 탄탄한 기반에서 장기적인 사용자의 권익 신장이 우선인지, 자율경쟁을 통한 소비자 권익 극대화가 우선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강욱 기자
kwlee@it-solutio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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