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이슈에 대한 다양한 견해 들을 수 있는 장이 있느냐 여부

기자는 6월 13일부터 15일 까지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 컨퍼런스 홀에서 열린 '도쿄 인터롭 2012' 현장을 14일부터 2박 3일간 취재하고 돌아왔다. 실질적으로 이틀 뿐인 취재 일정이었지만 기자에게는 국내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IT 컨퍼런스의 힘을 느끼고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도쿄 인터롭 또한 국내에서 열리는 다양한 IT쇼와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체험한 도쿄 인터롭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나 일산 킨텍스 등지에서 열리는 IT쇼와는 다른 알찬 맛(?)이 있었다.

단지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열리는 행사였기에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 개최된 IT쇼의 경우 IT시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언급하고 최신 기술들을 알리고자 한다는 목적은 있지만 특정 기술에 대한 주요 이슈들을 세세하게 다루기 힘들다는 점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참가를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5일부터 3일간 코엑스에서 개최된 '월드 IT 쇼'만봐도 그렇다. 지경부, 방통위, 문광부 등 정부기관이 주최한 월드 IT 쇼는 디지털 가전, 통신방송, 전자장비, SW&콘텐츠&솔루션, IT 융합 분야 등을 주제로 다양한 주제를 토대로 국내 IT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자리로서 마련됐다.

이에 반해 도쿄 인터롭은 네트워크 시장과 관련된 주제인 클라우드 컴퓨팅과 오픈플로우, 가상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크 등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을 부각시켜 각 솔루션에 대한 시연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자가 생각하는 월드 IT 쇼와 도쿄 인터롭의 차이는 두가지로 좁혀진다.

첫 번째, 월드 IT 쇼가 다양한 부문의 IT기술을 섭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지만 구체적으로 하나의 기술에 대한 다양한 기업들의 견해를 비교하기에는 힘들었다는 점이다.

주요 이슈별로 부스가 나눠져 신제품에 대한 시연은 물론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많았던 이번 월드 IT 쇼에서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OLED TV 시장 경쟁, 디아블로 3 시연행사와 같은 게임콘텐츠 관련 부스였다. 다른 분야의 부스에서도 여러 가지 신기술이나 신제품에 대한 설명이 있었지만 대부분 국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이렇다 보니 이번 월드 IT 쇼를 관람했던 한 IT관계자는 "워낙 다양한 주제를 한 장소에서 다루다 보니 어수선한 느낌이 강했다"고 토로했다. 눈에 띄는 기술적인 전략을 보여준 곳이 한정돼 있었고 이는 대부분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대형 기업들을 위주로 시선이 쏠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첫번째 차이점은 물론이고 기자가 생각하는 두번째 차이점과도 일맥상통하다.

두번째 차이점은 아직 대형 기업을 위주로 기술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IT시장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월드 IT 쇼에서는 대형 기업들의 참여율이 부족해 아쉬웠다는 점이다.

월드 IT 쇼에서 대기업이 참여한 사례는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등에 국한돼 있고, 자사의 기술만을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도쿄 인터롭에서는 네트워킹 분야를 선도하는 주요 벤더로 인정받고 있는 시스코, HP, 주니퍼는 물론 일본을 거점으로 두고 있는 NTT데이타, 후지쯔, NEC 등 15개국 375개 사가 자사의 고객사들과 함께 참여, 최신 네트워킹 기술을 전파하고 있었다.

고객사가 함께 참여한 대표적인 예가 HP다. HP는 10년간 파트너십을 구축해 온 드림웍스의 사례를 들어 오픈플로우 기술에 대한 실질적인 도입 사례를 공개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외에도 도쿄 인터롭에 참여한 대기업 부스에서는 지나가던 사람들도 언제든 자리잡고 앉아서 기술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소규모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설명회는 월드 IT쇼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설명회가 관람객들의 수나 컨퍼런스 홀에 상주하는 시간을 더욱 늘릴 수 있는 힘이 되진 않았을까 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도쿄 인터롭 외에도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소비재전자박람회나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 등 국제적인 컨퍼런스에 비해서도 국내에서 열리는 IT 쇼들은 아직 아기 걸음마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IT강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IT 쇼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내용적인 성숙도와 참여 기업의 다양성은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한다. 다양한 국제 컨퍼런스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한층 성장하는 국내 IT 쇼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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