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 앓은 대한민국, 구글 위상과 의존도만 확인한 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한국 방문 소식에 대한민국이 열병을 앓았다. 현재 애플과 맞대응 할 수 있는 거대공룡인 구글의 회장이 방문했으니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방한 후 연예인 뺨치는 일정을 소화했다.

SKT, LG전자, KT, LGU+, 팬택, 이명박 대통령,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 삼성전자까지 대부분 1시간 간격으로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국내 통신사, 방통위 위원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하루 만에 모두를 만나는 실속적인 모습을 보였다. 얼핏 보면 아이돌 가수를 만나기 위해 안달 난 소녀팬처럼 에릭 슈미트 회장을 만나기 위해 안달이 난 모습들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구글 회장이 직접 왔으니 어떤 선물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에 보답하듯 '코리아 고 글로벌'이라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왔다. 선물보따리를 풀어보면 단 두 가지. 개발자를 위한 지원, 유튜브에 케이팝 전용 채널 개설 뿐이다.

과연 이 선물이 구글이 우리에게 주는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현재 애플을 만든 배경에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하는 앱스토어가 있다는 것에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스마트폰의 꽃은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이 애플보다 우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고 보는 마켓을 살찌우는 방법 밖에 없다. 이를 위해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인 개발자들을 독려해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게 하고 마켓을 풍성하게 한다는 계획이며, 또한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강타한 케이팝의 열풍에 힘입어 유튜브에 케이팝 전용 채널을 개설한다는 것은 그저 케이팝의 열풍에 무임승차해 유튜브의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전략일 뿐이다.

또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보여준 에릭 슈미트의 모습은 실망스럽기가 그지없었다.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보다는 단답형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IT 인프라가 뛰어나다고 칭찬하는 한국 대신에 데이터센터를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더운 나라에 짓느냐는 질문에 면밀히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더운 나라가 데이터센터 설립하는 데는 좋다는 황당한 대답으로 참가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이정도면 에릭 슈미트 회장의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라는 발언이 듣기 좋은 사탕발림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말 구글코리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구글이 글로벌 IT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인만큼 한국에서도 같은 역할을 해달라"며, "슈미트 회장이 선물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비행기에서 내리지 못하게 하겠다"고 뼈있는 농담을 한 것으로 안다. 최시중 위원장 말대로라면 자기들 실속만 챙기러 오는 구글 회장은 비행기에서 내리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구글 또한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일 뿐이다. 국내에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받을 자격은 없다. 그러나 추켜세우기뿐인 실속 없는 그의 행보를 보면서 멀지 않은 미래 구글의 모습에서 오라클의 체취를 느꼈다면 과장일까?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