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마치 우리나라의 IT산업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야단법석이다.

특히 그 동안 별 관심도 없었던 일부 언론 매체들까지 경쟁에 뒤질세라 대서특필로 다루고 있는가 하면 정보통신부 해체에 일조를 했던 일부 의원들까지 나서 한 마디씩 거들고 있다. 마치 자신들이 아니면 IT산업, 더 나아가 국가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처럼 말이다.

이에 뒤질세라 SW산업 주관 부처인 지식경제부도 나서서 대기업과 손잡고 토종 OS(운영체제)를 개발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나서는 모습은 속된 말로 '정말 웃기는 일'이다. 그러나 국내 SW산업 발전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정책이라기보다 정책 입안자들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허울 좋은 보신 정책, 즉 언론이 지적하고 여론이 들끓으니 그저 그 화살을 빗겨갈 임시방편의 급한 대안을 내놓았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국내 SW산업의 시장규모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IT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 LCD 등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 그렇게 큰 시장을 외산 SW에 거의 다 내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산 SW로 성공한 기업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SW를 개발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풍운의 꿈을 안고 시작했던 SW기업들이 희망을 잃어 가고 있고, 컴퓨터 관련 학과에 학생들이 모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다.

우리나라의 SW산업이 제대로 성장 발전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SW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SW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개발자와 기업들의 노력과 고통, 그리고 막대한 자금이 따른다. 그런데 그런 정신적인 노력과 고통의 가치를 잘 인정해 주지 않고, SW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를 인정, 즉 사용자들이 제값(정가판매)을 주고 구매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SW산업 발전을 주도해 나갈 책임과 의무가 있는 정부기관들이 오히려 공짜 인식을 부추기고 있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조달청의 최저가입찰제이다. 기술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소프트웨어가 아닌 가장 낮은 가격의 SW를 구매하는 제도이다. SW는 성능이나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기술평가를 우선시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가 하면 일부 부처는 SW를 직접 또는 용역을 맡겨 개발해 관련 기관에 깔아버린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존재가치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위주의 시장형성이나 횡포는 그 동안 너무나 많이 지적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중소 SW기업 육성 발전에 앞장서야 할 지식경제부가 토종 OS(운영체제)를 대기업들과 함께 개발한다고 나서고 있어 "정말 제정신을 갖고 있는 것인지"의문이 들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인 SW기업을 양산한 미국이 정부가 주도해서 SW산업을 성장 발전시킨 일은 결코 없다. 기업이 개발한 SW를 정상적인 가격으로 구매해 사용해 줬고, 그 기업이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문제가 있으면 조정자로서의 성장 환경을 만들어 줬을 뿐이다.

지경부는 토종 OS 개발에 540억 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삼성이나 LG가 그만한 돈이 없어 OS를 개발 못하는게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투자할 돈이 있으면 대기업이 아니라 유망한 중소 SW기업에 투자하는 게 더 맞다. 그것이 MB정부가 줄기차게 내세우고 있는 중소기업 육성정책에 더 잘 어울리는 것 아닌가? "국민의 세금을 왜 돈 많은 대기업에 또 투자한다고 하느냐?"라고 한 독자의 애절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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