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 중소기업과 나누는 이익 공유제를 도입하겠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의 파문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기업들의 횡포를 제도나 법을 통해 강제로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미이다.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자유경쟁체제에서는 다소 황당하게도 들리지만, 오죽했으면 그런 방안을 추진하고 있을까라는 당연한 논리로도 받아들여진다.

사실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기업들의 횡포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었지만 구두선에 불과했다. 해서 이번에도 한낱 정치적인 구호에 불과하려거니 생각하고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좀 더 구체적이어서 호감이 간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지수' 추진계획의 핵심은 대기업 56개사가 얼마나 중소 협력업체와 '공정'하게 거래하는지 평가를 해 그 내용을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기업이 거둔 이익을 중소 협력업체와 나누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대기업들이 중소 협력업체와 얼마나 잘 상생하는지 평가한 것을 지수로도 만들어 공개하고, 세제 등을 통해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강경책을 내놓은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사회 전반의 양극화가 국가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호 협력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데 반해 이익의 편차는 너무나 크게 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IT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 SI들은 매년 수조원의 매출과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는 반면, 이들 기업들과 음으로 양으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 SW전문기업들은 이익을 본 기업이 드물다. "대기업 SI와 협력해 손해만 안 보면 다행이다"는 비아냥거림의 원망만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대기업 SI들과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어떤 중소 SW기업은 대기업SI들과 협력을 하지 않거나 이들을 피해 독자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대기업SI들이 과당경쟁을 통한 적자 분을 중소기업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현실은 그 어떤 강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게 관련 업계 전반의 지적이다. 사실 중소 SW기업이 과당경쟁을 하면 그 회사는 대폭 축소되거나 망하지만 대기업SI는 계열사들로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죽어나는 것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SW전문기업들 뿐인 것이다. 정부는 우리나라를'IT강국'이라고 자임하고 있고, 대다수 국민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인터넷을 잘 사용(또는 활용)하는 '인터넷 강국'이라면 모르지만 독자적인 기술을 가진 'IT강국'은 분명 아니다. 세계적인 SW기업이나 HW기업도 없고, 육성될 환경도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시장은 외산이 거의 다 장악해 버린지 오래다. 감사원이 국산 SW의 낮은 유지보수요율에 대해서는 지적하면서, 높은 유지보수를 적용하고 있는 외산 SW에 대해서는 지적을 하지 못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다.

중소 SW전문기업들은 "대기업SI들의 이익을 공유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우리가 정당하게 받아야 할 몫을 받고 싶을 뿐이고, 그들의 적자 분을 중소SW기업들에게 떠넘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애절한 호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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