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SW 솔루션들이 그렇게 성능이 뛰어난 줄을 잘 몰랐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KT의 한 임원의 말이다. 이렇듯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들, 삼성전자, LG전자, SK 등을 비롯해 규모가 큰 대다수 기업들은 국산 SW 솔루션들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거나 무조건 국내 SW 솔루션들에 대해서는 믿지 못하겠다며 외면하는 경향이 짙다.

이들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내세워 글로벌 기업에 맞는 컴퓨팅 환경을 구축한다며 외산 SW 솔루션만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이런 경향은 그룹사 전체, 협력사, 더 나아가 중소기업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국산 SW 솔루션들의 입지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산 SW솔루션들의 천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거의 모든 시장을 외산이 장악한지 오래됐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일부 특정 외산 SW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은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만큼 기현상이라고 한다.

'독점'은 산업의 균형발전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발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또한 횡포도 따르게 마련이다. 이미 그런 현상은 나타나고 있다. 일방적으로 라이선스 비용을 인상하거나 계약 사항도 자기들 입맛대로 정해 사인만하라는 식의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외산을 선호하는 데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이다. 성능이나 기능이 외산에 떨어지고, 기술력도 낮고 자금력도 부족해 문제 발생 시 지원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게 공통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은 10여 년 전의 상황에 불과하다. 특히 응용 SW 분야에서는 외산을 능가하는 국산 솔루션들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격이 쌀 뿐만 아니라 기술지원도 필요할 때 언제든 받을 수 있고, 특히 저렴한 비용으로 고객이 요구하는 컴퓨팅 환경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게 최대의 장점이라고 한다.

금융권의 한 고객은"외산은 기술지원이나 컴퓨팅 환경 변경 요구와 관련, 비용이 비쌀 뿐만 아니라 기간도 오래 걸리는 반면, 국산은 그때그때 필요할 때 지원받을 수 있어 좋고 기술력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이 고객은 외산과 국산을 모두 사용하고 있고, 국산 SW 솔루션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까지 했다.

과거 국산 SW솔루션들의 성능이나 기능, 기술수준이 외산에 비해 많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SW산업 역사는 미국이나 선진국들에 비해 상당히 짧다. 글로벌 SW기업들과의 단순비교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짧은 역사에 비해 우리나라 국산 SW기업들의 기술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문제는 고객들의 잘못된 고정관념과 책임이다. 미국 국방성이 오라클 DB를 지원해 주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글로벌 SW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했음에 분명하다. 현대자동차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고객들의 끊임없는 성원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애국심에 호소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국산 SW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외면만 하지 말고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만이라도 주자는 것이다.

천만다행인 것은 국내 최고의 통신회사인 KT가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국산 SW솔루션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KT는 그 일환으로 12개의 국산 SW 솔루션에 대해 설명회를 갖고 이들 제품들에 대한 성능 평가를 진행 중이다. 또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투자까지도 할 예정이다. 국내 SW기업들의 기술력이 과거와는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열풍으로 크게 타격을 입은 삼성전자나 LG전자 등도 SW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도 국내 SW 산업 발전의 커다란 전환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토기의 해인 辛卯년. 토끼는 우리나라 설화에 호랑이 다음으로 출연하는데, 그것은 호랑이도 토끼를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한다. 국산 SW 솔루션 시대가 열리는 元年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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