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바(AVEVA) 아태지역 총괄 크리스 리(Chris Lee) 수석 부사장
[아이티데일리] 에이전틱 AI가 산업 현장에 파고들며 곳곳에 숨겨져 있던 비효율성과 운영상의 간극을 메우고 있다. 산업마다 형태와 기능은 다르지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에이전틱 AI는 내일이면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게 된다.
국내 산업 AI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켓 리서치 퓨처(Market Research Future)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12%의 성장률(CAGR)을 기록하며 2035년에는 약 6,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과 같은 기업들은 산업용 에이전틱 AI의 도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이 기술은 복잡한 데이터 분석과 작업을 자동화해 고객이 전략적 이니셔티브와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효과 증폭기(force multiplier)’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막대한 투자와 경쟁이 AI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진화는 필연적이다.
에이전틱 AI란 인더스트리얼 현장의 운영을 위한 기술 플랫폼 뒤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으로, 운영 온도, 압력, 안전 지표 등의 시스템 데이터에 접근하고 이를 해석해 작업을 수행하는 일종의 AI ‘동료’다.
표면적으로는 사람이 해야 할 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공장 현장이나 제어실에 도입되고 있는 시스템은 작업자의 능력을 강화하여 생산성과 효율을 최적화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즉 인간이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산업 현장의 일자리를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에이전틱 AI
에너지, 유틸리티,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들이 있다. 복잡한 시스템, 인력 부족, 사후 대응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등이다. AI 에이전트는 극적인 변화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즉, 가동 시간, 일관성, 확장성을 위한 자율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공급 펌프가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 기존 시스템은 이상을 감지하고 경고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예측 유지보수 AI 에이전트는 문제를 사전에 감지하고, 또 다른 에이전트는 유지보수 이력을 분석해 원인을 제시하고 해결 방안을 추천한다. 또 자동으로 작업 지시서를 생성하고 문제를 무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결과까지 경고한다.
이것은 AI가 실현할 수 있는 수많은 실용적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에이전틱 AI는 기술적 접근 방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에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니터링이나 보고서 요약 및 분석 작업을 AI가 대신해 작업자는 일상적인 반복 업무가 아닌 다른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우회 작업 줄이기
대부분의 경우 데이터가 부족해서 문제가 발생하진 않는다. 그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류하며 활용할 수 있는 연결 고리를 확보하지 못해 문제가 일어난다. 센서 입력을 정리하거나 ID 불일치를 해결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기본적인 데이터 기반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식이다.
이런 부분에서 에이전틱 AI는 진가를 발휘한다. 예를 들어 한 시스템은 장비를 Pump 101로 식별하고 다른 시스템은 PMP 101로 식별할 경우, 작업자가 이를 수동으로 연결해야 한다. 에이전틱 AI는 이러한 작업을 자동화해 자산 식별 정확도를 최대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대단한 변화가 아님에도 수백 시간의 엔지니어링 시간을 절약하고 디지털 트윈 구축 기간을 수주 단축할 수 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AI
빠르게 변화하는 것은 AI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사람이다. 과거에는 머신러닝(ML) 모델을 구축하고 관리하려면 전문 기술과 수개월의 조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 자연어 인터페이스가 도입되면서 진입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운영자는 단순히 “B 라인의 콘덴서 성능을 추적하고 90% 이하로 떨어지면 경고해줘”라고 말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처리한다. 스크립트 작성도, 단계별 요청도 필요 없다. 기술 변화의 속도와 인재 부족에 직면한 한국 기업들에게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더 이상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필수”이다.
물론 이 시스템들이 완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AI 에이전트는 입력된 데이터의 품질에 따라 성능이 좌우되며, 입력 단계에서의 실수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도입 방식은 AI를 만능 해결책이 아닌 파트너로 대하는 것이다.
패턴 인식과 24시간 모니터링은 AI에게 맡기고, 예외 상황이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인간이 처리한다. 목표는 완전한 자동화가 아니라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면서 사람들의 과부하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은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높이고 국가 GDP를 35%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실험이 아닌, AI가 산업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을 때 실현된다.
에이전틱 AI는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에이전틱 AI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는다. 대신 가동 중단 시간, 비효율성, 처리하지 못한 작업의 백로그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 지루한 작업을 정교하게 처리하고, 시스템을 연결하며, 고장을 사전에 감지하고, 소음 속에서 통찰을 끌어낸다.
아주 작은 오류가 큰 영향을 가져오는 산업 현장에서의 진정한 기술적 발전이란 대대적인 변화가 아니라 지연 감소, 정밀도 향상, 그리고 팀이 더 적은 시간으로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눈에 띄진 않지만 이미 혁신은 진행되고 있다.
에이전틱 AI의 본질: 실행 중심의 AI
전통적인 AI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면, 에이전트 기반 AI는 그 인사이트를 즉각 실행 가능한 작업으로 전환한다. 단순한 의사결정 지원을 넘어 직접 작업을 수행하며 산업 워크플로우를 더 빠르고, 더 스마트하게, 더 혁신적으로 재구성한다.
그 잠재력은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 제품 개발 주기를 단축하고, 가동 시간을 늘리며, 불필요한 낭비를 제거함으로써 적은 자원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한다. 일반적으로 운영 기술(OT) 플랫폼에 내장된 소프트웨어 형태로 배포되고, 24시간 자율적으로 작동한다. 시스템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상을 감지하며 필요 시 인간 운영자에게 수정 조치를 권고한다.
도입 장벽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 모델이 결합되면 누구나 자연어로 시스템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전문 교육 없이도 질문을 던지고 실행 가능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AI 접근의 민주화는 더 넓은 산업 인력 기반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한다.
에이전틱 AI가 창출하는 가치
* 디지털 인프라 가속화 – 디지털 트윈 개발에서 시스템 데이터 정렬에 수작업이 필요했던 과정을 AI 에이전트가 80% 이상 자동화하며 높은 정확도를 제공한다.
* 위험 인식 및 의사결정 속도 향상 – 단순한 숫자 대시보드를 넘어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잠재적 실패를 예측하고 사전 대응이 가능하다.
* 코드 없는 인터페이스를 통한 운영 간소화 – 직관적인 대시보드와 코드 작성이 필요 없는 접근 방식은 복잡성을 줄여주며, 조직 내 누구나 AI 에이전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다운타임 최소화 – 에이전트는 위험을 자율적으로 감지하고 경고를 발송하며, 예기치 못한 중단을 줄여 시스템 복원력을 강화한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에이전트 기반 AI의 성공적인 도입은 견고한 데이터 인프라와 기존 시스템과의 원활한 통합에 달려 있다. 깨끗하고 편향되지 않은 데이터는 신뢰할 수 있는 AI 기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며, 지속적인 인간의 감독은 신뢰와 책임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궁극적으로 AI 에이전트는 인간–기계 협업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다. 반복적인 작업은 점차 AI에게 위임되고, 인간 작업자는 전략, 혁신, 가치 창출에 집중하게 된다. 이 파트너십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사람의 역할을 한층 더 고도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AI 에이전트는 산업 운영의 디지털 트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 운영 우수성, 그리고 더 스마트한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파트너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