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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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데일리] 중국 과학자들이 AI를 비롯한 국제 연구 프로젝트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는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발표가 나와 주목된다. 네이처지가 전한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영국과 수행하는 공동 연구에서는 절반 이상을 중국 측 연구자가 이끌고 있으며,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미국과의 공동 연구에서도 향후 몇 년 내에 중국의 주도 비중이 영국과 동등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교의 물리학자 샹홍쥔 박사는 네이처 온라인판에서 국립과학원회보의 이 같은 전망은 특히 물리학과 공학 분야에서 분석된 추세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벨상 수준의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성과는 여전히 드물다”며, 중국은 혁신적 기초과학 분야에서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약 600만 건에 달하는 과학 논문의 저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각 저자의 역할이 기재되는 학술지 ‘저자 기여(contribution)’ 진술을 기반으로 분석을 수행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시카고대학교의 계산사회학자 제임스 에번스 박사는 해당 진술이 없는 경우를 위해 연구자의 경험, 인용 이력, 과거 연구에서 가져온 아이디어 등을 바탕으로 리더십 역할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분석에서 연구를 구상 및 설계하고, 연구를 ·주도하거나 멘토 역할을 수행한 경우에는 리더(leader)로, 연구 1년 차 학생이나 기술 지원 인력, 지시에 따라 실험을 수행한 연구자는 팔로워(follower)로 분류됐다.

이후 연구진은 리더와 팔로워간 연구 협력의 리더십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특정 국가에서 나온 리더 수를 나타내는 리드 셰어(lead share), 그리고 리더 대비 팔로워의 비율을 나타내는 리드 프리미엄(lead premium) 등 두 가지 지표를 설정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중국 공동 연구에서 중국의 리드 셰어는 2010년 30%에서 2023년 45%로 상승했다. 다만 리드 프리미엄의 상승 속도는 여전히 더디며, 중국 연구자들은 여전히 다수 프로젝트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영국 및 EU 연구진과 협력하는 경우 중국 측이 리더를 맡는 경향이 더 높았다.

연구 결과, 2019년 기준 중국의 리드 셰어는 영국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으며, 2025~2027년 사이에는 EU와, 2027~2028년 사이에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반도체, 에너지 같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의 리더십이 다소 뒤처져 있으나, 2030년까지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샹 박사는 반도체와 같은 핵심 기술 개발에서 중국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말한다. 2022년부터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NVIDIA)의 AI 칩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조치 등이 그것이다. 이는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중국이 엔비디아의 AI 칩을 대체할 국산 칩 개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성과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이 진행하는 다양한 국제 연구 협력도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일환이다.

연구 결과는 그러나 “최첨단 기술에서 ‘미국이 중국을 배제함으로써 중국 경쟁력을 억제할 수 있다’는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에번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인용해 “우주, AI, 양자컴퓨팅 등 핵심 기술 분야 프로젝트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협력을 중단한다면, 이는 오히려 미국에 더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시드니공과대학교에서 중국 혁신 정책을 연구하는 과학정책 연구원 마리나 장 박사는 이번 분석 모델이 연구 지도자 구분을 위해 저자의 기여도 진술에 의존하고 있지만, 진술의 진위는 문화 차이 또는 학문 분야 관행의 영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문화권이나 연구 분야에서는 개인보다 집단 기여를 더 중요시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연구 데이터는 양자 협력에만 집중하고 다자 연구팀에서의 관계는 분석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에번스는 해당 모델이 기여 진술만을 근거로 리더십을 판단한 것은 아니며, 이미 다자 연구팀 분석도 수행했지만, 아직 공개 전일 뿐 결과는 유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수준이 낮은 지역과의 협력에서도 중국이 리더십을 확실히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2012~2025년까지 중국은 케냐,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러시아,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등 국가 출신 유학생 지원에 약 46억 달러를 베팅했다. 에번스는 “중국은 외국인 유학생을 중국으로 불러들이는데, 자국 학생을 미국과 유럽으로 보내는 데 드는 비용과 거의 맞먹는 금액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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