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xAI ‘콜로서스’, 생태계의 오픈AI ‘스타게이트’…두 전략 장점만 취해야

콜로서스 데이터센터 (출처: xAI)
콜로서스 데이터센터 (출처: xAI)

[아이티데일리] 전 세계 AI 패권 경쟁의 핵심 축이 ‘모델’에서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AI의 헤게모니가 더 이상 알고리즘이 아닌, 그 알고리즘을 구동하는 연산 인프라의 크기와 속도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xAI의 콜로서스(Colossus) 구축과 오픈AI의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상황 속 아직 우리나라의 AI 인프라 전략은 개괄적인 형태로만 설정됐을 뿐이다. 이에 IT업계 관계자는 “두 글로벌 AI 인프라 주도 기업의 전략을 적절히 배합해 한국형 ‘하이브리드 AI 인프라’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속도의 xAI ‘콜로서스’, 생태계의 오픈AI ‘스타게이트’

지난해 하반기 xAI는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폐공장을 개조해 데이터센터 ‘콜로서스(Colossus)’를 122일 만에 구축·가동했다. 기존 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이 평균 1~2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구현됐다. 1단계에는 약 10만 개의 엔비디아 H100 GPU가 투입됐고, 2025년 10월 기준 20만 개의 GPU를 추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100만 GPU급 슈퍼컴퓨터를 목표로 한다. 특히 콜로서스를 보강하기 위해 100만제곱피트(약 9만 2,900㎡)의 부지를 추가 매입했다. 콜로서스에 GPU를 100만 장까지 확대하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콜로서스의 핵심은 속도와 자급이다. 전력은 테슬라의 ‘메가팩(Megapack)’ 배터리 시스템 168기로 충당하고, 액체 냉각 기반 GPU 서버 인프라로 고밀도로 연산 효율을 높였다.

특히 모듈형 인프라 구조를 채택했다. 건물 외벽을 개조하지 않고 GPU 서버와 냉각 장비를 컨테이너 형태로 조립해 확장 속도를 높였다. 이러한 접근법은 데이터센터 산업의 표준 공정을 뒤집으며, 빠른 배치와 효율을 중시하는 머스크식 엔지니어링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빠른 속도 이면에는 사회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멤피스 지역 환경단체는 막대한 전력 사용량과 탄소 배출, 인근 주거지 전력망 영향 등을 문제 삼으며 항의하고 있다. 이에 xAI 측은 AI 훈련 인프라의 전력 자급을 통해 미국 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환경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AI 인프라 패권에 가장 근접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오픈AI는 xAI와는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총 투자 규모는 약 약 68조 원에 달하며, 미국 텍사스 애빌린(Abilene)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노르웨이 등지에 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텍사스주 애빌린에 위치한 스타게이트 현장 (출처: 오픈AI)

스타게이트 구상 자체는 ‘AI 인프라의 글로벌 분산’을 염두에 둔 생태계를 구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게이트는 AI를 위한 새로운 전력 인프라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이자, 국가 단위 협력의 모델로 평가된다.

스타게이트는 전력회사, 칩 제조사, 건설사, 클라우드 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AI 인프라 생태계 플랫폼’ 구축을 표방하고 있다. 오픈AI는 이를 통해 국가 간 협력 모델을 만들어 ‘AI용 전력도시’ 개념을 실현하려 한다는 방침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부지 선정 및 전력 공급 협상 단계에 있으며, 실제 착공은 2026년 이후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내 전력 규제, 반도체 공급망 문제, 투자 승인 절차 등이 착수를 지연시키고 있다.


같은 지향점, 다른 전략

콜로서스와 스타게이트는 같은 목표를 향하지만,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콜로서스는 단일 기업 중심으로 속도와 집중을 통해 단기간 내 연산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스타게이트는 글로벌 협력과 장기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콜로서스는 속도는 빠르되 집중형이고, 스타게이트는 속도는 느리지만 분산적이고 연합형이다. 일론 머스크는 현실적 속도를 택해 빠른 가동으로 기술적 선점효과를 겨냥했고, 오픈AI는 안정성과 확장성을 앞세워 AI 인프라의 표준을 만든다는 계획에서 이뤄진 전략이다.

한 IT 기업 관계자는 “콜로서스와 스타게이트는 각각 스타트업형 실험실과 국가 프로젝트형 거대 공정과 유사하다. 콜로서스는 당장 훈련 가능한 연산력을 확보해 AI 실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고. 스타게이트는 국가 간 인프라 협력 모델을 통해 AI 산업의 생태계 질서를 재편해 헤게모니를 쥐겠다는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식 ‘민첩한 집중형’은 단기간 경쟁우위를 확보하지만 리스크가 크고, 올트먼식 ‘연합형 인프라’는 완성까지 오래 걸리지만 안정적이다”라고 풀이했다.


속도와 생태계 균형 잡은 ‘한국형 AI 인프라 전략’ 수립해야

콜로서스와 스타게이트의 AI 인프라 전략은 상이하지만,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AI 인프라 헤게모니 선점이다. 일론 머스크의 속도전이 보여준 ‘실행력’과, 오픈AI의 생태계 구상이 제시한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두 모델의 강점을 결합한 독자적인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AI 인프라 전쟁의 승기는 결국 ‘누가 더 빨리, 누가 더 깊이 준비하느냐’에 달려있다. 콜로서스가 보여준 속도는 산업 전반의 실행력을 상징하고, 스타게이트가 그리는 연합형 생태계는 지속가능한 구조의 전형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IT 기업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AI 전략은 아직 하드웨어 중심에서 완성된 체계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 콜로서스가 보여준 속도처럼 규제·인허가를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제도와 스타게이트식 국가 간 인프라 협력 체계를 적절히 결합해 ‘한국형 하이브리드 AI 인프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는 AI 인프라 패스트트랙 제도화도 고민해야 한다. 현재 대형 데이터센터 인허가는 전력망 확보·환경평가·소방 안전 등 절차가 얽혀 수년이 걸린다. AI 산업의 시간 단위 경쟁 속에서 이 구조는 치명적이다. 해외 주요국이 AI 전력·부지 인허가를 별도 심의로 분리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력 인프라와 입지 지원을 묶은 ‘AI 전용 인프라 허브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기업 측면에서는 산업별 AI 클러스터 모델을 조기에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반도체, 배터리, 냉각, 클라우드 등 각 영역의 강점을 묶어 ‘AI 인프라 밸류체인’을 구축하면, 단일 시설이 아닌 분산형 인프라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정 부지나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형 연산력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해외 협력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스타게이트와 같이 글로벌 전력·데이터 연계 협약을 통해 한국형 AI 인프라가 아시아·중동 지역으로 확장되는 ‘K-스타게이트 모델’을 추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수출이 아니라 AI 인프라 외교로의 의미를 갖는다.

AI 시대의 경쟁은 이제 기술보다 속도와 구조의 문제다. 머스크의 콜로서스가 보여준 민첩함과, 오픈AI의 스타게이트가 제시한 연합형 확장 전략 사이에서 한국은 두 길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AI 인프라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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