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크혼 및 스태그혼 산호, 생존한 개체 수 너무 적어 산호초 형성 역할 못 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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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데일리] 기록적인 고온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현재, 과학자들은 플로리다 남부 연안 560km 길이의 산호초 지대에서 1만 년 이상 번성해 온 두 종의 대표적 산호가 ‘기능적으로 멸종 상태’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카고 셰드 아쿠아리엄의 조사 결과 밝혀진 것으로,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네이처지 온라인판이 요약글로 전했다.

플로리다의 산호초 곳곳과 수조 속에는 여전히 엘크혼(엘크뿔) 산호(Acropora palmata)와 스태그혼(사슴뿔) 산호(Acropora cervicornis)가 일부 남아 있지만, 이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플로리다 해안에서 산호초를 형성하는 주요 역할을 하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남아 있는 개체 수가 너무 적어 생태계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호초는 식물로 오해받지만, 사실은 수천 마리의 폴립이 모여 형성된 해양 무척추동물이다. 바다 생태계의 약 1%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25%에 달하는 해양 생물에게 서식지와 음식을 제공한다. 수질을 정화하는 친환경의 가치도 높다. 펜실베니아 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이들 산호 중 앞서 지적한 엘크혼 산호의 경우 유전형이 5,000년 이상 생존해 왔다. 나이가 5,000살이 넘는다는 얘기다. 그런 산호가 최근 몇 년 사이 백화 현상을 겪으면서 멸종 단계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셰드 아쿠아리엄의 산호 생물학자 로스 커닝은 “산호 생태계는 영원히 변했다”면서도 “그렇다고 멸종 상태에 접어든 두 종의 산호에 대한 희망을 버린다는 뜻은 아니며, 이제부터라도 보전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플로리다의 산호들은 반복적인 백화 현상에 시달려 왔다. 이는 수온 상승으로 산호가 영양과 색을 제공하는 공생 조류를 방출할 때 발생한다. 그러나 2023년의 기록적인 고온 현상은 전 세계적인 고수온 기록과 맞물리며, 과거에 경험한 적 없는 속도와 강도로 플로리다 산호초 지대를 강타했다.

해수 온도는 거의 41일 동안 섭씨 31도를 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평년보다 최대 4도나 높았다. 이로 인해 산호초가 받은 열 스트레스는 기존 기록보다 2~4배 높았다. 일부 산호는 이 시련을 버텨냈지만, 아크로포라 산호의 사망률은 플로리다 키즈(Florida Keys) 전역에 걸쳐 98~100%에 달했다. 마이애미 인근과 그 북쪽 지역에서는 약 60% 정도가 생존했다.

탬파에 있는 환경보호 단체 리프 리뉴얼(Reef Renewal)의 기술 책임자인 켄 네디마이어는 “2023년의 폭염은 아크로포라 산호뿐 아니라, 지난 20여 년간 이 산호들을 실험실에서 기르고 바다로 되돌려 심는 보전 노력을 무너뜨린 결정타가 됐다”고 말했다. 20년 동안 기르고 연안에 이식한 대부분의 산호가 죽었다는 것이다. 이에 네디마이어 팀은 이제 뇌형 산호(brain coral), 별형 산호(star coral) 등 폭염을 견뎌낸 다른 산호 종에 집중하면서, 아크로포라 산호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고 살아남은 개체를 교배하는 연구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플로리다 아크로포라 산호 회복을 위한 다른 접근법으로는, 더 따뜻한 남쪽 해역에 사는 산호와 교배하거나, 원래의 산호에 더 높은 내열성을 가진 조류 공생체를 이식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엘크혼과 스태그혼 산호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얕은 해역에서 번성하는 종이라는 점이다. 이는 곧 해수면 상승으로 다른 산호들이 햇빛 부족에 시달릴 때, 이들이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이미 2023년과 2024년에 발생한 대규모 산호 백화 현상으로 카리브해 지역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한다. 이는 2023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이어진 전 세계적 백화 현상의 일부다. 카리브해 여러 지역에서도 아크로포라 산호의 손실이 플로리다만큼 심각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

마이애미 소재 시코어 인터내셔널(SECORE International)의 연구 책임자 마가렛 밀러는 “플로리다는 앞으로 닥칠 일의 예고편”이라고 경고했다. 밀러는 줄어드는 산호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카리브해 여러 지역의 산호를 교배하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또한 여전히 엘크혼과 스태그혼 산호를 교배하고 이식해 살아남은 개체군을 유지하고 강화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산호 보전 연구자들은 열에 취약한 종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구온난화를 멈추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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