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AI빅데이터융합경영학과 정여진 교수

국민대학교 AI빅데이터융합경영학과 정여진 교수
국민대학교 AI빅데이터융합경영학과 정여진 교수

[아이티데일리] 인공지능(AI)은 빠른 속도로 사회 곳곳에 자리 잡았다. 오픈AI가 챗GPT를 선보인 지 3년, 이제 AI는 글을 쓰고 코딩을 하며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한다. 마케팅부터 금융까지 현장 실무도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교육 현장은 혼란스럽다.

국민대 AI빅데이터융합경영학과 정여진 교수는 AI 시대에 대학이 지닌 가치를 ‘경험’에서 찾았다. 단순한 지식 전달의 장에 머물지 않고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12년간 융합 교육을 일궈 온 정 교수는 “AI가 지식을 가르칠 수 있어도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경험만큼은 대학만이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래 예측 넘어 현실 문제 해결로

“경영학부에 와 보니 10년 넘게 공부한 통계학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학부부터 박사까지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고 정교한 예측 결과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데이터가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어떤 가치를 끌어내는지가 화두였다. 그간 배운 학문과는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국민대학교 AI빅데이터경영학과 정여진 교수는 처음 대학에 교수로 부임한 2013년을 이렇게 회상했다. 정 교수는 학부부터 박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이론 통계학을 공부했다. 통계학은 알 수 없는 미래를 확률로 예측하고 설명하는 학문이다. 확률의 기반은 데이터다. 학자는 정교한 계산을 위해 여러 데이터를 모으고 공식 하나, 알고리즘 하나에 심혈을 기울인다.

십수 년간 통계학을 공부한 정여진 교수는 2013년 AI빅데이터경영학과의 전신인 경영학부 내 ‘빅데이터경영통계전공’ 분야의 교수로 부임했다. 국민대에 도착한 정 교수는 그간 공부와 다른 현실을 마주했다. 통계 알고리즘보다 실제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오랜 기간 연구한 학문과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학문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며 “고집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을 공부하며 변화에 발맞추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에 기민한 대응, 융합형 인재 양성

새로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는 비단 정여진 교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 학생 등 교육계 전반이 고민하는 지점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발전은 변화를 더욱 가속하고 있다. 오픈AI가 ‘챗GPT(ChatGPT)’를 처음 선보인 2022년 11월 이후 3년 새 생성형 AI는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리를 차지했다. 마케팅, 금융 등 현장 실무와 경영 환경도 빅데이터와 AI를 응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국민대는 변화에 대응하고자 2022년 기존 빅데이터경영통계전공을 ‘AI빅데이터융합경영학과’로 확대 개편했다. AI빅데이터융합경영학과는 1, 2학년에 소프트웨어·수학·통계 등 기초 역량을, 3학년에 빅데이터·AI·비즈니스 등 핵심 역량을 가르치는 구조로 커리큘럼이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4학년에는 산학협력을 비롯해 그간의 과정을 토대로 한 프로젝트 과제가 진행된다.

특히 4학년 과정에 포함된 ‘캡스톤디자인’은 국민대가 지닌 특색 중 하나다. 캡스톤디자인은 전공 교과목의 이론 등을 바탕으로 산업과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과제를 주제로 삼아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정규 교과목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마케팅, 인사관리(HR) 등 첨단 기술 수요가 높은 경영 세부 분야에 대한 교육을 이수한다.

정여진 교수는 “처음 빅데이터경영통계전공이 생겼을 때만 해도 ‘빅데이터’는 생소한 용어였다. 그만큼 국민대는 시대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해 왔다”라고 소개하며 “학생들이 미래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커리큘럼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지금은 국민대를 대표하는 학과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두 교수가 한 강의실에…전공 넘나드는 융합 교육”

Q. 2013년 빅데이터경영통계전공이 생길 때부터 국민대와 함께했다. 생소한 전공을 맡았을 때 느낀 어려움은 없었는지.

“박사 과정까지 공부한 이론 통계학과 크게 달랐다. 통계학은 데이터를 활용해 정확한 예측 결과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작은 변화로도 결괏값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방법론과 알고리즘을 정교화하기 위해 힘을 쏟는다. 경영학부에 와 보니 이곳에서는 정교한 계산보다는 데이터가 품은 가치가 더 중요했다. 통계 결과가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 그리고 그게 경영 의사결정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게 먼저였다. 그간의 연구를 벗어나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다.”

“어려움을 풀어가는데 국민대에서 내건 융합이라는 기치가 도움이 됐다. 타 분야와 교류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마련된 ‘팀팀클래스’가 대표적이다. 서로 다른 학과 학생이 이질적인 두 과목을 배우고 공동체를 위한 해결책을 찾는 수업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만이 아니라 교수 간의 교류도 이뤄진다. 알지 못했던 전공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며 문제 해결 능력도 이전보다 나아졌음을 느꼈다.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Q. 융합 교육을 표방하는 만큼 다양한 학생이 모이는 것으로 안다. AI, 빅데이터가 중심인 만큼 자연계 학생이 두각을 나타내는지.

“AI빅데이터융합경영학과는 고등학교 입시 기준으로 인문계, 자연계가 균등하게 들어오는 편이다. 그렇기에 학생들마다 이해도가 다른 지점이 존재한다. 커리큘럼상 기술을 다루는 과목이 많으며 특히 1, 2학년 과정은 통계, 수학에 대한 기초가 주를 이룬다. 이러한 수업에서는 인문계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고학년 과정에 접어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때부터 인문계 학생들이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역사회가 겪는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할 때는 기술보다는 사고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술에만 집중하는 학생은 도리어 문제를 풀기보다는 본인의 역량을 보여주는 데 골몰하는 실수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균형이 중요하다. 인문계, 자연계라는 특정 학문에 대한 이해도보다 기술과 현실 문제를 엮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Q. 학생들에게 융합의 가치를 일깨우기 위해 택한 교육 방법은.

“학생들에게 기술로 현실 문제를 풀어내는 지혜를 깨닫게 하는 정답은 없다. 대신 차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팀팀클래스 같은 융합 수업을 진행하면 다른 전공이 모이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의견 마찰이 생긴다. 이건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처럼 다투진 않지만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차이를 조정하는 과정을 겪기 마련이다. 그 모습을 숨기지 않고 오롯이 보여주려고 한다.”

“AI빅데이터융합경영학과에서는 가능하면 다른 전공의 교수가 같이 수업에 참여하고자 한다. 두 교수가 함께 강의에 들어가서 학생들이 만든 결과물을 본 후 각자의 시각에서 의견을 제시한다. 마케팅 전공 교수가 프로젝트 방향성에 대해 조언하면 통계학 전공 교수는 이를 위한 실제 방법론을 제안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소통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따라 올 수 있도록 교육자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정여진 교수는 “미래의 대학은 단순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소통과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 역량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여진 교수는 “미래의 대학은 단순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소통과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 역량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지식 가르치는 시대…대학은 ‘협력의 터전’으로”

Q.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 속 AI빅데이터융합경영학과가 지닌 차별점은.

“프로젝트 형태의 수업이 많다. 국민대 AI빅데이터융합경영학과는 4학년 커리큘럼에 산학협력, 캡스톤디자인 등 학생들이 다진 학문 역량을 사회 문제로 풀어나가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기업 관계자, 타 전공 학우처럼 다른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소통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춘 커리큘럼 구성도 강점이다. AI빅데이터융합경영학과의 전신인 빅데이터경영통계전공은 2013년에 문을 열었다. 이때만 해도 아직 대학가에서 ‘빅데이터’란 용어가 익숙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혁신적인 이름만 내걸지 않았다. 12년여 동안 운영하며 커리큘럼 구성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프로그래밍, AI, 수학 등 기초부터 머신러닝, 딥러닝, 통계 분석 등 응용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을 아우르는 커리큘럼을 완성했다. 여기에 더해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새로운 방법론, 이론을 가르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결과물이나 학생들의 성과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디지털 마케팅 회사와 협력한 수업이었다. 인스타그램(Instagram) 등 소셜미디어 속 광고를 중개하는 곳이었다. 회사로부터 받은 다량의 로그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문제를 찾고 해결해 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참여한 학생들 가운데 고객군 특성 분석으로 구매 전환율과 이탈률을 예측하는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성공한 팀이 있었다. 이 팀은 그 모델을 밑바탕 삼아 유사 패턴을 지닌 고객을 파악할 수 있는 대시보드도 제작했다. 완성도는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났다.”

“소통과 협력에 정답은 없다.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우수한 결과물을 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한 학기가 다 지나도록 문제 정의로 씨름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마저도 의미 있는 일이다. 좌충우돌했던 경험과 고생 끝에 얻어낸 프로젝트 결과물은 사회에 발을 디딜 학생들에게 값진 자산이 될 것이다.”

 

Q. AI로 인한 부작용 우려도 크다. 교육 현장에서는 AI로 레포트를 쓰는 일이 논란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AI를 많이 활용한다. 교수들 역시 AI로 수업을 준비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작업을 해결하고 있다. AI가 지닌 긍정적 효과가 막대하기에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윤리다. 학점은 보통 상대 평가로 이뤄진다. 누군가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다른 이는 그보다 못한 점수를 받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AI로 완성한 과제를 학생이 직접 작성한 결과물과 같은 선상에서 평가하는 일은 부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AI로 만든 결과물에 해당 사실을 표기하는 윤리성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조금 더 멀리 보자면 대학 교육이 변해야 한다. AI로 달라진 시대를 반영할 수 있는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가령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상대평가가 적절치 않다. 학생들이 만든 결과물을 모두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두고 하나의 기준으로 학점 등급을 나누는 일은 학생이 자유롭게 수업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데 제약이 될뿐더러 평가하는 교수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교육 현장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 국민대도 과거에는 상대평가를 엄격히 준수하도록 요구했다.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해야 하는 프로젝트 수업에서도 상대평가가 이뤄져야 했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받아들여 최근에는 프로젝트 수업의 경우 절대평가로 학점을 매길 수 있게끔 제도가 바뀌었다. AI 또한 마찬가지다. 당연히 학생들이 수업을 위해 AI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대신 그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 시스템과 평가 체계를 세워야 할 것이다. 모든 교수와 대학이 앞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다.”

 

Q. AI 시대에 대학이 학생에게 줄 수 있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이제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되물어야 할 정도다. AI로부터 정보를 습득하고 가르침을 얻는 학생도 많을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교육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늘 고민한다.”

“생각해 보건대 앞으로 대학은 소통의 장으로서의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에서 교수가 알려주는 지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식 습득보다도 관심사가 비슷한 학생들이 한곳에 모여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대학의 핵심이다. 대학은 학생들이 뜻을 모을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취업에 성공하고 대학에 찾아와 후배들을 돕는 졸업생들이 있다. 이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친구, 선후배와 뭉쳐서 비교과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공모전 같은 하나의 목표를 두고 다 같이 밤늦게까지 고민하고 소통하던 학생들이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해 결실을 거둔다면 좋겠으나 그렇지 못한다 해도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다. 대학은 학생들이 이러한 공동체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밑바탕을 제공해 줘야 한다. 그렇게 쌓인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은 AI 시대에도 빛이 바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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