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IT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해답 제시할 때







불과 몇 년전 까지만 하더라도 '취업 걱정 없던(?)' 공과대학이 대학시장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SW가 3D 업종으로 인식되면서 공과대학이 비인기 학과로 전락, 급기야 수도권 내 일부 대학 컴퓨터 관련 학과는 신입생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서울 모 대학 컴퓨터관련 전공 교수는 "5~6년 전까지만 해도 수학∙물리 등 기초학문이 이과대학에서 가장 인기가 없었지만, 이제는 컴퓨터 관련 전공이 이들보다 더 인기가 없다"며 "수학과를 나오면 과외라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학생들의 인식이 현 주소"라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물론 대학이 학생을 취업시키는 학원이냐는 반론도 적지 않지만, 학교가 전문인을 양성하는 '취업정거장'으로서의 역할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학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산학연계를 통한 맞춤형 교육' 등 개혁을 말하지만, 허울뿐인 정책도 적지 않아 문제다.

특히 일부 대학은 전 세계 일류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발전계획을 제시해 학생교류 없는 자매결연을 맺거나, 교환학생이라는 명목 아래 체계적이지 않은 외국대학 수업을 듣게 하고 있다. 글로벌 프로젝트를 단지 대학의 세계화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있는 것.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명목 아래 인상된 등록금, 매년 편성되는 증폭된 예산이 학생들에게 언제, 어떻게 지원되고 쓰이는지에 대한 것도 의문이다. 매년 급변화하는 IT환경의 특성에도 불구, 매년 바뀌지 않은 교과과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직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또 검증되지 않은 기업에서의 인턴활동 등 명목상의 산학연계 시스템은 학생들에게 부작용을 낳는 것과 동시에 대학 교육의 신뢰까지 잃게 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대학의 교육 개혁이 IT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연구개발기피, 저임금으로 인한 인력난 모두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안에 대한 해답이 없이 속 없는 알맹이 교육만 지향한다면, 공과대학의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주 원인 중 하나가 '대학'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학생들의 경쟁력 강화'가 대학의 '진정'이라면 학생들의 눈을 의식한 일회성 혹은 전시행정에 그쳐선 결코 안 된다. 대한민국 IT의 미래, SW 경쟁력은 '사람'이다.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교육의 변화 없이 이공계 위기 현상을 타개할 수 없다. 대학이 학생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말'만큼이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말보다 실천이 앞서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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