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라일락 솔루션즈 선도…유타주 그레이트솔트호 프로젝트 진행
“리튬 가격 30% 이상 하락 가능”…에너지 전기 전환 가속화 기대
[아이티데일리]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라일락 솔루션즈(Lilac Solutions, 이하 라일락)가 기존의 광산 채굴보다 저렴하고, 환경 부담이 작으며, 물 사용량도 적은 기술로 배터리 핵심 소재 리튬을 추출하는 프로젝트를 유타주 그레이트솔트호(Great Salt Lake)에서 추진하고 있다. 광물 전문 마이닝닷컴, 포브스, 라일락 공식 홈페이지 게시글을 묶어 소개한다.
◆ 염수에서 리튬 추출… 기존 광산 채굴 대안 제시
트럼프 행정부가 네바다주 서커스패스(Thacker Pass) 광산 개발에 투자하면서, 미국은 향후 수년 내 배터리용 리튬의 주요 공급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라일락은 자사의 독자 기술이 기존 광산 채굴에 따르는 고비용과 환경 훼손 문제를 피할 최적의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광산을 개발해 토지를 파헤치는 대신, 유전이나 그레이트솔트호 같은 염수 지역에서 고가의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방식이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본사를 둔 라일락은 지난 2016년 설립 이후, 자사가 개발한 리튬 추출용 특허 ‘이온 교환 기술(Ion Exchange Technology)’을 고도화해 왔다. 현재 회사는 2억 5,000만 달러를 조달해 그레이트솔트호에 첫 상업용 처리시설을 건설 중이며, 2028년까지 연간 5,000톤의 리튬 생산을 목표로 한다.
라일락의 레이프 샐리 CEO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유타주 프로젝트는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텍사스에서 플로리다까지 이어지는 고대 해양 퇴적층인 스맥오버층(Smackover Formation)을 포함, 전국의 유전·가스전 염수층에서 리튬을 추출할 수 있도록 에너지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는 “염수에서 얻을 수 있는 리튬의 양은 기존 광산 채굴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고 밝혔다.
스탠다드 리튬(Standard Lithium), 엑슨모빌(ExxonMobil), 셰브런(Chevron) 등 주요 기업들이 스맥오버층 지역에서 진행 중인 염수 프로젝트는 연간 수십만 톤 규모의 리튬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작년 보고서에서 아칸소주 스맥오버층에 최대 1,900만 톤의 리튬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조사를 이끈 USGS의 캐서린 쿠니얼림 수문학자는 “이 지역의 용존 리튬량은 미국의 연간 리튬 수입량을 훨씬 상회한다”고 말했다.
◆ 세계 리튬 시장 280억 달러 규모…EV·에너지저장 수요 급증
미국에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후퇴했지만 리튬 수요는 급등하고 있다.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세계 리튬 시장은 지난해 280억 달러 규모였으며, 올해 수요는 전년 대비 26% 증가한 150만 톤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의 75% 이상은 전기차(EV)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에서 발생한다. 미국 내에서는 EV 판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대규모 태양광·풍력발전소의 잉여 전력 저장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사용되는 리튬 대부분은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채굴되고, 정제는 주로 중국에서 이뤄진다. 이에 따라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안정적인 리튬 공급망 구축을 위해 캐나다 밴쿠버에 소재한 리튬 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의 서커스패스 광산 프로젝트에 5%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제너럴 모터스(GM) 가 이미 보유한 5%와는 별도다. 서커스패스 광산은 완공 후 연간 약 4만 톤의 배터리용 리튬을 생산하게 된다.
서커스패스 광산은 약 73평방km 규모의 대형 노천 채굴 프로젝트로, 리튬 정제를 위한 황산 공장이 포함돼 있으며, 매년 64억 리터 이상의 물을 소비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인근 원주민 단체와 환경단체의 강한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 “염수 직접추출(DLE), 환경영향 훨씬 적다”
이에 비해 라일락의 직접 리튬 추출(DLE) 방식은 염수를 펌프로 끌어올려 처리한 뒤 다시 지하로 되돌리는 단순한 공정이다. 라일락은 홈페이지에서 “DLE 방식은 거대한 노천광산의 부산물인 헐벗은 토지를 남기지 않으며, 지하수층 교란도 최소화한다. 토지 이용과 환경 부담이 기존 채굴에 비해 극히 적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타주 정부 환경품질국도 라일락의 프로젝트에 별다른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최근 완료된 타당성 조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 리튬 생산량의 약 3분의 2는 남미를 중심으로 한 염수 증발지(Evaporation Pond)에서 나온다. 이는 염수를 증발시켜 리튬을 농춝하는 제조 공정이다. 런던에 본사를 둔 조사회사인 ‘벤치마크 미네랄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라일락이 추진하는 DLE 방식은 아직 미국 내에서는 초기 단계지만, 남미와 중국에서는 이미 상용화되어 있다. 2035년까지 전 세계 염수 리튬 생산의 절반 이상(51%)이 DLE 기술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생산 단가 절반 이하…EV 배터리 가격 급락 가능성도
라일락은 DLE 방식의 핵심이 저비용 구조에 있다고 본다. 현재 리튬 가격은 톤당 약 1만 달러 수준이지만, DLE 방식을 적용하면 유타주에서는 7,000달러, 스맥오버층 염수를 사용할 경우 5,000달러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는 광산 채굴 대비 절반 수준의 비용으로, 성공 시 EV 배터리 가격은 대폭 하락할 수 있다.
라일락의 경쟁력은 자체 개발한 이온 교환 기술에 있다. 이 기술은 예로부터 수돗물을 연수화하는 장치(softening) 등에 널리 사용돼 왔다. 이를 응용한 장비에 염수를 통과시키면 리튬 이온만을 선택적으로 흡착하고, 이후 희석된 산 용액으로 세척해 순수 리튬 용액을 얻는다. 이 용액은 다시 정제되어 배터리용 리튬으로 전환된다.
스탠퍼드 대학교, 라이스 대학교,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아르곤국립연구소 등도 유사한 저비용 리튬 추출 기술을 개발 중이다.
◆ ‘리튬 밸리’ 솔튼호는 난항…고온·유해성분 문제로 라일락 철수
캘리포니아주 솔튼호수(Salton Sea) 지역은 ‘리튬 밸리(Lithium Valley)’로 불리며 유망 생산지로 주목받았지만, 고온의 화산성 염수와 비소·납·카드뮴 및 방사성 물질 등이 포함돼 리튬 추출이 예상보다 훨씬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라일락은 2020년 컨트롤드 서멀 리소시스(Controlled Thermal Resources)와 이 지역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곧 철수했다. 염수에 유해물질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이를 안전하게 처리하고 지하로 되돌리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반해 그레이트솔트호 염수에는 유해성분이 거의 없고, 스맥오버층 염수는 리튬 농도가 300~600ppm 이상으로 매우 높다. 아칸소 대학교의 에릭 폴록 교수는 “텍사스주 경계 지역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리튬 농도가 관측된다”며 “경제성 면에서 아칸소와 텍사스가 핵심 생산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일락은 유타 프로젝트 외에도 독일 넵튠 에너지(Neptune Energy) 와 협력하며,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도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필요한 자금의 약 3분의 2를 확보했으며, 2026년 1분기 내 필요 자금 조달을 완료할 계획이다. 빌게이츠의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 BMW i 벤처스, 어스샷 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3억 1,5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