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에 피해 현황조차 공유 없어

[아이티데일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대전센터 화재는 단순한 시스템 장애를 넘어 정부 전산 관리 체계가 총체적 부실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고 수습에 나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각 부처를 대상으로 운영이 중단된 전산 시스템을 직접 파악해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지침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 각 부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산하 센터들을 통해 인프라 자원을 할당받아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서비스는 다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통해 운영·관리된다. 이는 해당 시스템과 인프라 자원을 할당·운영·관리하던 주체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통해 부처별로 어떠한 시스템이 중단됐는지 보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 중대본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통하지 않고 개별 부처에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한 정부 관계자는 “중대본에서 우리 상위 부처에 어떠한 서비스가 있고, 시스템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리고 데이터 손실 여부, 백업은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복구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서비스가 언제 개시되는지 보고하라는 요청이 왔다”면서 “하지만 막상 우리 시스템을 운영·관리하는 주체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이런 정보를 하나도 주지 않는다. 애시당초 부처가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중대본에 부처별시스템 목록, 백업 여부, 시스템 확인, 복구 계획을 줘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행안부 산하 중대본은 사고가 발생하자 부처별 피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부처와 정보도 공유하지 않았다. 실제로 한 부처는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 시스템 중단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중대본 회의록이나 매스컴을 통해 상황을 간접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낮은 직급의 실무진들은 각 부처에 넘어간 시스템 파악 업무가 전가된 것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만일 이 같은 사고가 민간 기업에서 일어났고 중대본과 같은 대책을 마련했다면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 클라우드 기업의 IDC에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어떠한 시스템을 쓰고 있고 데이터 손실 여부와 백업은 하는지, 복구 계획은 어떤지 요구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행정안전부와 그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중대본의 이번 IT 운영·관리 및 사고 대책은 민간 기업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사례다.

현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피해 시스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시스템을 관리하는 서비스인 ‘앤탑스’가 피해 시스템에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화재 사고가 아니라, 정부 전산 시스템 운영·관리 구조 자체에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