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미국에서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빅테크와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했다면, 중국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로보틱스 및 AI 육성 정책을 배경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대한 투자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중국이 글로벌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열풍을 타고 급부상하는 분야가 3D 비전 카메라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3D 비전 카메라 개발 전문 스타트업 오베크(Orbbec)가 주목받고 있다고 유망 기업을 전문 보도하는 포브스지가 기획으로 전했다. 오베크는 탄탄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 가도를 달리는 유니콘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붐을 타고 오베크의 주가는 지난 1년간 315% 이상 치솟았다. 시가총액은 52억 달러에 달한다. 27%의 지분을 보유한 창업자 하워드 후안(Howard Huan)은 순식간에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오베크의 성공은 중국의 산업 정책과 투자 열기가 결합하는 대표적인 사례이자 미·중 간에 진행 중인 ‘AI·로봇 패권 경쟁’의 단면을 보여준다.
◆ 2013년 창업…3D 비전 카메라로 기반 구축
광학 측정 엔지니어 출신 후안은 2013년 오베크를 설립했다. 중국의 정보기술 하드웨어 제조 중심지인 선전에서 출발한 회사는, 기계가 인간의 눈처럼 공간의 깊이를 인식하고 주변 환경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3D 비전 카메라를 개발해왔다.
오베크의 기술은 현재 중국 내에서 급성장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지원하는 중심이다. 오베크의 3D 비전 카메라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베이징 휴머노이드 혁신센터(X-Humanoid)’가 개발한 로봇 ‘톈궁 울트라’ 등에 필수 부품으로 탑재되고 있다. 이 로봇은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하프 마라톤’에서 약 20대의 경쟁 로봇을 제치고 우승했다.
◆ 얼굴 인식·의료 인증이 실적 견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현재, 오베크의 주요 수익원은 비접촉 결제나 의료보험 인증용 얼굴 인식 시스템에 사용되는 3D 비전 카메라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에 약 3,000만 위안(5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의 8,100만 위안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배 이상 증가한 4억 3,600만 위안에 달했다. 이 중 62%는 소매 및 의료 분야용 얼굴 인식 모듈에서 발생했다.
매출 확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결제용 3D 비전 카메라 판매 증가다. 여기에는 알리바바 설립자 잭 마가 지원하는 핀테크 전문 앤트그룹이 도입한 얼굴 인식 결제용 제품도 포함된다. 앤트그룹의 디지털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Alipay)는 소비자가 슈퍼나 매장에서 얼굴 스캔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 앤트그룹은 자회사 상하이 윤신 벤처투자(Shanghai Yunxin Venture Investment)를 통해 오베크 지분 약 9%를 보유한 최대 외부 투자자이기도 하다.
상반기 매출 구성에서 로봇 관련 매출은 31%, 산업용(결함 검사, 조립 시뮬레이션 등)이 나머지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재 주요 고객은 서비스 로봇 제조사로, 청소 로봇을 만드는 푸두 로보틱스(Pudu Robotics), 가우시움(Gausium), 돌봄 로봇 업체 로보케어(Robocare), 한국의 물류 로봇 기업 트위니(Twinny) 등이 있다. 오베크에 따르면 자사의 서비스 로봇용 3D 비전 카메라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에 이른다.
오베크는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업체에도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X-Humanoid와 유비텍 로보틱스(Ubtech Robotics)가 공동 개발한 ‘톈궁 울트라’에도 자사 카메라가 탑재돼 있으며, 앤트그룹 로보틱스 부문에서도 사용 중이다. 앤트 계열사가 발표한 바퀴 달린 양팔형 로봇 R1에도 오베크 모듈이 적용됐다.
오베크는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붐을 타고 올해 9월 최대 19억 위안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조달 자금은 로봇용 AI 비전 및 공간 인식 기술 개발에 투입되며, 기계가 인간의 시각을 정밀하게 모사할 수 있도록 하는 고성능 칩과 소프트웨어 개발도 진행한다. 회사는 향후 3~5년 내에 로봇 부문 매출이 연평균 100% 수준의 성장율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 2018년 오포와 협력해 세계 최초 안드로이드 3D 얼굴 인식 구현
후안은 오베크를 창업하기 전, 싱가포르의 연구기관 SMART(Singapore-MIT Alliance for Research and Technology)에서 박사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홍콩시립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석사 학위를, 베이징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첫 번째 큰 전환점은 2017년 앤트그룹 및 알리페이의 얼굴 인식 결제 시스템에 자사 카메라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었다. 이듬해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와 협력해 세계 최초의 안드로이드 3D 얼굴 인식 스마트폰을 출시했는데, 이는 애플이 같은 기능을 아이폰에 처음 탑재한 지 불과 7개월 뒤였다.
오베크는 최근 몇 년간 여러 투자자를 유치했다. 이 중에는 소프트뱅크에서 분리된 홍콩 투자사 SAIF 파트너스, 대만 반도체 설계 기업 미디어텍의 벤처 투자 부문도 포함된다.
2016년 로봇용 3D 비전 카메라 공급에 진출한 회사는 2022년 이 분야 투자를 강화했고, 같은 해 상하이의 하이테크 기업 전용 시장인 과창판(STAR Market)에서 약 12억 위안 규모의 IPO를 단행했다. 기업 부침이 심한 중국에서 오베크의 성장이 어떤 궤적을 그릴지 관심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