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백업·복구 제품인 테이프의 대안으로 주목

컴퓨터월드 2005년 10월호 표지
컴퓨터월드 2005년 10월호 표지

[아이티데일리] 2005년은 버추얼 테이프 라이브러리(Virtual Tape Library, VTL) 시장이 막 태동하던 시기였다. VTL은 기존 테이프 기반 백업·복구 솔루션이 가진 느린 복구 시간과 불안정성 등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새로운 백업·복구 솔루션으로 주목받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VTL 시장이 궁극적으로 전체 테이프 시장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상화된 디스크 장치, 테이프처럼 사용

VTL은 디스크 가상화를 통해 백업용 디스크 장치를 마치 테이프인 것처럼 사용하는 솔루션이다. 외관은 다른 디스크 어레이와 똑같아 보이지만 내부에 디스크, 프로세서, 테이프나 테이프 라이브러리를 에뮬레이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존재한다. 기존의 테이프 환경을 유지하되 성능과 안정성은 디스크에 버금가는 솔루션이었던 것이다.

디스크 어레이 방식의 경우, 실제 테이프를 생성하기 어려워 디스크 사용자가 재해 복구나 데이터의 장기 보관을 위해 테이프를 생성하는 별도의 절차를 만들고, 디스크 자원을 관리해야 해 초기 구성이 복잡해진다. 백업 작업에 테이프 라이브러리를 사용한다면 VTL 방식이 파일 시스템으로 구성된 디스크 장치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하다.

VTL을 백업 서버나 스토리지 영역 네트워크(SAN)에 연결하면 백업 서버는 이를 새로운 테이프 라이브러리로 인식한다. 이에 따라 디스크 어레이가 테이프 라이브러리와 똑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파일시스템, 바이러스, 성능, 비용, 데이터 공유 등의 문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일반적인 디스크 백업 환경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10월호)
일반적인 디스크 백업 환경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10월호)
버추얼 테이프 라이브러리 – 독립형 방식 구조도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10월호)
버추얼 테이프 라이브러리 – 독립형 방식 구조도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10월호)


백업 성능 4배 이상 차이

전통적으로 사용된 백업솔루션은 테이프 장치였다. 테이프는 디스크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휴대나 원격지에 분산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데이터센터에서 활발하게 사용됐다.

그러나 디스크와 비교해 속도가 느리고 성능도 낮아 당시 전산 담당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엔터프라이즈 스트래티지 그룹 랩(Enterprise Strategy Group Lap)은 2004년 8월에 ‘현재의 백업과 복구 솔루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라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출처: 엔터프라이즈 스트래티지 그룹 랩(Enterprise Strategy Group Lap), 2004년 8월)
(출처: 엔터프라이즈 스트래티지 그룹 랩(Enterprise Strategy Group Lap), 2004년 8월)

조사 결과 가장 많은 응답으로 ‘느린 백업 시간’(66%)이 꼽혔으며, 이어서 △느린 복구 시간(49%) △투입 인력(40%) △백업 여부의 실제 확인(37%) △미디어 관리(33%) 순으로 나타났다.

VTL이 대안으로 부상했던 이유도 기존 테이프 기반 백업의 낮은 성능과 잦은 백업 실패율 때문이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존 테이프 라이브러리의 백업 속도는 초당 30~40메가바이트(MB)지만 VTL은 초당 150MB 정도로 무려 4배 이상의 성능 차이를 보였다.

테이프 미디어의 불안정성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테이프 백업본을 보통 두, 세 벌씩 두는 이유는 이러한 테이프의 불안정성 때문이었다. 당시 업계의 한 관계자는 “VTL이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미디어의 안정성 때문”이라며 “VTL은 테이프에 비해 복구 성능이 70~80% 뛰어나고, 특별한 경우 격차가 9배까지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 밖에 대규모 환경의 백업‧복구에 부적절한 용량·성능과 지속적인 튜닝 및 장비 보수를 위한 높은 인건비 등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한편 VTL에 들어가는 SATA(시리얼 ATA) 디스크의 가격이 크게 떨어져 테이프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 것도 VTL 수요에 영향을 줬다. 업계에서는 “과거에 테이프와 디스크의 가격 차가 거의 10배에 달했지만, 지금은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또 기존 백업 환경을 바꾸지 않고 꽂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평가받았다.
 

국내 VTL 시장은 아직 초창기

국내 VTL 제품 현황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10월호)
국내 VTL 제품 현황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10월호)

2005년 당시 VTL 시장은 막 형성되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제품이 출시됐지만 본격적인 공급이 이뤄진 것은 2005년부터였다.

본지가 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넷앱), 삼부시스템, 퀀텀코리아, 한국오버랜드스토리지, 한국후지쯔, 한국EMC, 한국HP,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ADIC코리아 등 10개 VTL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05년 9월 말 기준 국내 VTL 시장은 7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추정됐다. 더불어 2005년 말까지 100억 원, 2006년에는 2배 성장한 2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부 업계에서는 VTL 시장이 궁극적으로 전체 테이프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국내에서 VTL을 도입한 곳은 모두 70여 개(메인프레임 제외)로, 한 개 기업당 평균 10테라바이트(TB) 안팎을 도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주요 수요처는 금융기관과 정부 공공기관이었다. 금융기관으로는 대구은행, 하나은행, 시티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 신동아화재 등이 대표적이었다. 기업들은 VTL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솔루션이었기 때문에 대규모 도입보다는 시범적으로 소규모로 도입하는 경향이 강했다.


VTL 공급업체 20여 곳

VTL 제품 업체별 국내 레퍼런스 사이트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10월호)
VTL 제품 업체별 국내 레퍼런스 사이트 (출처: 컴퓨터월드 2005년 10월호)

VTL 시장이 형성되면서 공급업체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서 VTL을 공급하는 기업은 20여 곳에 육박했다. 공급업체는 팔콘스토어소프트웨어처럼 VTL 엔진만을 공급하는 곳과 VTL 엔진과 자사의 디스크를 통합해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공급하는 곳으로 구분됐다.

팔콘스토어소프트웨어는 VTL 엔진을 EMC, 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 등에 OEM으로 공급했다. 독자적인 VTL 엔진을 보유한 곳은 삼부시스템(세파톤), 퀀텀코리아, 한국오버랜드스토리지, 한국후지쯔, ADIC코리아 등이었다.

공급업체들이 이처럼 VTL 시장에 대대적으로 참여한 것은 당시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스토리지의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또 시장 진입의 장벽이 낮은 것도 이유로 꼽혔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특별히 어려운 기술을 요구하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시 공급 업체들은 조직을 갖추고 영업 인력과 판매망을 보강하는 등 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넷앱 ‘넷앱VTL’ 출시

당시 넷앱은 2005년 5월에 인수한 미국 기업 엘라크리터스(Alacritus)의 ‘시큐리터스(Securitus)’와 자사의 2차 스토리지 시스템인 ‘니어스토어(NearStore)’를 최적으로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새 제품 ‘넷앱VTL’을 출시했다.

넷앱VTL 솔루션은 최고의 디스크 성능을 내기 위해 디스크 간 동적인 로드 밸런싱을 수행한다. 넷앱 VTL 솔루션은 모든 디스크의 현재 부하를 기반으로 동적으로 저장할 디스크를 결정한다.

또한 자동화된 ‘패스-쓰루(pass-through)’ 매커니즘을 제공한다. 물리적인 테이프 장비에 대한 요청이 발생하면 그 테이프는 바로 가상 테이프로 사용되도록 변환되고, 백그라운드로 물리적 테이프에서 가상 테이프로 데이터 복제 작업이 수행된다. 이 기능을 통해 전체 물리적인 테이프 장비의 데이터를 복제하지 않고도 즉각적인 복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게 핵심이다.

특히 넷앱은 기존 채널 가운데 데이터 백업 부문의 전문 업체 또는 신규 채널을 앞세워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는 전략을 내세웠다.
 

삼부시스템, 백업 컨설팅 중심 영업

삼부시스템은 업종별로 레퍼런스 사이트를 확보한다는 방침에 따라 금융, 공공기관, 포탈, 대학 등 다양한 시장을 공랙했다. 금융권은 기업은행, 공공기관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교육정보과학원 등을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였다. 삼부시스템은 비즈니스 파트너를 80~100개로 대거 늘려 영업 범위를 늘리고, 단순 판매에서 벗어나 백업 컨설팅 중심의 영업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삼부시스템이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세파톤 S2100-ES2’는 세파톤의 VTL 소프트웨어와 SATA 디스크 어레이 등으로 구성된 일체형 시스템이다. 삼부시스템에 따르면 이 제품의 백업 성능은 테이프에 비해 10배, D2D 보다 4배 이상 빠른 시간당 최대 4.3TB의 백업 속도를 지원했다. 용량은 기본 3TB이며, 최대 1페타바이트(PB)까지 확장할 수 있다.

당시 회사는 이 제품의 장점으로 1시간 안에 백업 준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설치가 간단하다는 점과 기존 백업 절차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을 들었다. 공장에서 미리 모든 구성을 마치고 공급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바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한국후지쯔, 국내 금융기관 공략

한국후지쯔가 공급하는 ‘센트릭스토어(CentricStor)’는 일본 후지쯔와 지멘스의 합작회사인 후지쯔지멘스가 개발한 제품으로 거의 모든 OS와 테이프 라이브러리 및 테이프 드라이브를 지원한다. 특히 메인프레임과 오픈 환경을 동시에 지원한다는 특ㄹ징을 갖고 있었다. 다양한 서버와 소프트웨어 등 복잡한 환경으로 인해 데이터 백업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권과 데이터센터, 공공기관 등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센트릭스토어는 국내에서는 낯선 제품이었지만 이미 유럽과 중동 그리고 미국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기업들은 물론 일본과 아시아 시장에서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었다. 시티은행, 미즈호은행, 알리안츠 등 전 세계적으로 약 250여 개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였다.

‘VTA 1000’, ‘2000’, ‘3000’, ‘4000’, ‘5000’ 등 5개 모델로 구성된 센트릭스토어는 △이기종 환경에서의 데이터 보호 △디스크 성능의 백업 솔루션 △정보수명주기관리(ILM)을 구현한 데이터 보호 △성능과 용량의 유연한 확정성 등이 특징으로 꼽혔다.

당시 한국후지쯔는 청호컴넷과 총판 계약을 맺고 금융권 공략에 주력했다. 또 메인프레임과 오픈 환경을 혼합해 쓰고 있는 기업도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당시 아직까지 메인프레임과 오픈 환경에 적합한 VTL 통합 솔루션 경쟁자가 없어, 해당 시장의 공략에 유리한 입지에 있다는 게 한국후지쯔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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